[벼리] 법 안에 다시 갇혀버린 학교 밖 청소년

「학교밖 학업중단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안」제대로 추진하려면

김차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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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자퇴했다고 말하면, 다들 왜 걱정스런 얼굴로 안타까워하며 자퇴한 이유를 궁금해하는지 모르겠어요. 학교를 다니는 이유는 궁금해하지 않으면서”

학업중단 청소년은 각종 사회문제의 원흉이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서는 자연스럽다. 비정상적인 청소년, 비행의 성향이 있는 청소년으로 바라보고 문제시한다. 올바른 법과 정책은 문제를 바로 인식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법과 정책이 학업중단을 사회문제의 원흉으로 바라보는 인식에서 출발하는 한, 그 본래 취지가 어떻든 학업중단 청소년을 부적응자, 낙오자로 낙인찍고 만다. 그나마 낙인의 대가로 해주겠다는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다. 부적응자가 되어버린 학교 밖 청소년 A와의 인터뷰는 답답하기만 했다.

“저는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조정선수였고,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입상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사정상 조정을 그만둔 후로 저는 학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이 되고 말았어요. 그래서 자퇴를 하기로 결정했지요. 하지만 막상 자퇴를 하고 학교 밖으로 나가자 어떤 도움도 얻을 수 없었고, 시선은 차갑기만 했어요. 검정고시를 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고, 지금은 다시 대학에 가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학업중단 청소년은 부적응자나 낙오자가 아니다. 청소년에게 교육은 권리이자 선택이지, 의무가 아니다. 법은 자유롭게 학업하기를 선택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하며, 그 지원은 반드시 학교 밖 청소년의 필요를 채우는 현실적인 지원이어야 한다.

학업중단 청소년 및 관련 법 정책

「청소년복지 지원법」에 의할 때, “학업중단 청소년”은 ‘「초·중등교육법」상 초등학교·중학교 또는 이와 동일한 과정을 교육하는 학교에 입학한 후 3개월 이상 결석하거나 같은 법 제14조제1항에 따라 취학의무를 유예한 청소년 또는 「초·중등교육법」상 고등학교 또는 이와 동일한 과정을 교육하는 학교에서 제적·퇴학 처분을 받거나 자퇴한 청소년’, 이른바 정규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을 말한다. 이렇게 정의된 “학업중단 청소년”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으며, 2012년도에만 2013년 4월 1일을 기준으로 총 68,188명의 청소년이 학업을 중단했는데, 이는 전체 재적 학생 수 대비 1.01% 해당하는 수이다. 한편 학업중단 청소년 중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학령은 고등학교로 나타났다(34,934명, 전체 학업중단 청소년 기준 약 51%).

문제는 이처럼 매년 적지 않은 수의 학생이 학교를 그만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들을 지원하는 법률은 「청소년복지 지원법」 제17조가 유일하다는 점이다. 동 규정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학업중단 청소년이 학업에 복귀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필요한 시책을 마련하고 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며, 다만 이 규정 외에 “위기청소년” 즉, ‘가정 문제가 있거나 학업 수행 또는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등 조화롭고 건강한 성장과 생활에 필요한 여건을 갖추지 못한 청소년’에 대하여 상담 및 교육(제13조), 기초생계비 등의 특별지원(제14조)을 규정하고 있다(동 법 시행령 제7조). 반면 현재 시·도 등 15개의 지자체에서는 한발 앞선 내용의 조례를 제정하고 있는데, 특히 서울특별시 조례 등 11개의 조례에서 그 지원의 대상을 “학교 밖 청소년”으로 규정하고, “학업중단 청소년”을 “비진학 청소년”, “근로 청소년” 등 학교 밖 청소년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여, 청소년의 다양성에 맞는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서울특별시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조례 제2조 등). 또한, 이들 조례를 근거로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 대안교육지원센터가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다.

각 부처별 지원정책들이 연계되지 않고 산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이다. 먼저 여성가족부는「청소년복지 지원법」에 근거하여 지역사회 협력연계망인 지역사회청소년통합지원체계(Community Youth Safety Net; 이하 'CYS-Net')를 구축하는 한편,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두어 학업중단 청소년 자립 및 학업지원 사업을 위한 프로그램인 두드림·해밀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 운영하고 있으며, 교육부는 학업중단숙려제와 Wee센터, 지역교육복지센터, 대안교육기관 지원과 학력인정평생교육 시설 지정·지원을, 보건복지부는 청소년 자활지원관 설치·운영을, 고용노동부는 취업성공패키지와 위기청소년 직업훈련 등을 제공하고 있다. 산발적인 정책에 부족한 인력과 재원이 더해져 이들 각 정책은 최소한으로 운영되는 것조차 어려운 현실이다.

이상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2013년 3월에 발의된 법안이 바로 「학교밖 학업중단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안」(새누리당 김희정 의원 대표발의, 이하 법안)이다. 학업중단 청소년 지원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 미비, 서비스 사각지대 청소년 발생 등 동 법안 역시 제안이유에서 그간 정책이 안고 있던 문제점을 밝히고 있다. 물론 그동안 학업중단 청소년 지원을 위한 법률적 근거가 부족했다는 점에서 학업중단 청소년에 집중된 동 법안의 발의는 환영할만하다. 또한, 동 법안이 학업중단 청소년에 대한 실효성 있는 지원의 필요성을 상기시켰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하지만 법안이 발의된 후 교육·인권·청소년단체들은 동 법안에 대해 폐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도대체 왜 ‘보완’도 아닌 ‘폐기’를 말하는 것일까?

학업중단 청소년 지원법이 진정 담아야 할 것들

① 학업중단 청소년을 넘어 학교 밖 청소년으로
먼저 지원의 대상은 “학업중단 청소년”이 아닌 “학교 밖 청소년”이어야 한다. 그 이유는 첫째, “학업중단 청소년”으로 분류되어, 자칫 부적응자로 낙인찍힐 가능성을 막아야 하고, 둘째, 복지입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각지대를 방지해야 한다는 점에 있다. 마지막으로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주체적이며 자유로운 청소년으로 바라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규학교를 그만둔 개념의 “학업중단 청소년”에서 벗어나 비진학청소년과 근로청소년 등을 포함하는 넓은 개념인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의 대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개념 정의를 통해 여러 모양의 학교 밖 청소년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모습을 그려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 되어야 한다. 그로써 학교 안 청소년과 학교 밖 청소년이 동등하게 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런 이유에서 이하에서는 “학업중단 청소년”이라는 용어 대신 “학교 밖 청소년”의 개념을 사용하기로 한다.

② 분명한 지원 원칙과 실효성 있는 지원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함에 있어 지원의 원칙을 분명하게 설정하지 않으면 자칫 “잠자코 주는 대로 받아라”, “지원해줄 테니 이렇게 해라”는 식의 선심성, 조건부 지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청소년의 주체성 및 인권 보장, 개인별 여건과 특성의 존중 및 배려, 기회의 균등한 제공 등 지원의 원칙을 법에 명시하여 이들 원칙이 각종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편 지원의 구체적인 내용은 학교 밖 청소년의 개별적인 특성과 여건, 학교 밖을 선택하게 된 과정 등을 고려하여 그 필요를 채울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각 지원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역 중심의 지원체계를 확립하고, 지역 내 자원들 간 연계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앙정부의 입장에서는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지라도 지역 내 자원 연계에 역량을 집중하고, 재정적 지원을 확고히 할 때 비로소 실효성 있는 지원이 가능하다.

③ 빠르고 쉬운 길보다 길고 어려운 길
학교 밖 청소년의 특성과 처한 환경, 학교 밖 청소년이 된 계기 등은 매우 다양하기에 필요한 지원을 파악하고 제공하는 것은 실로 만만치 않다. 특히 학교 밖 청소년의 삶을 들여다보면 때때로 상당한 기다림이 필요하다. 느린 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일시적, 단편적인 프로그램을 다수 마련하기보다 학교 밖 청소년 한명 한명을 1:1로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여기엔 많은 재정이 필요하다. 2012년 당시 재정적 한계로 인해 해밀센터에 지원 가능한 인원은 전체 학업중단 청소년의 2.2%에 불과했다. 현재 추진되는 법안은 CYS-Net 등의 경로를 통해 학업중단 상황에 놓인 청소년을 발굴한다고 하지만, 정작 발굴된 모든 청소년에게 적절한 지원이 제공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법안 폐기를 촉구할 수밖에 없던 이유

2013년 3월 법안 발의 소식을 접하며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관심이 무엇보다 반가웠다. 그러나 법안에 담긴 내용을 깊이 들여다보니 무척 실망스러웠다. 그리고 이 법이 통과될까 우려스러웠다.

이 법안은 총 15개의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먼저 지원대상은 「청소년복지 지원법」상의 “학업중단 청소년”을 그 대상으로 하고, 지원내용으로 학업능력 증진을 위한 교육 지원(제6조), 가족관계 지원(제7조), 직업체험 및 취업 지원(제8조)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제3조), 지원계획 수립(제4조), 실태조사(제5조)를 규정하는 한편, 학업중단청소년지원센터를 지정하여(제9조) 지역사회청소년통합지원체계와 연계하고(제10조), 지원에 필요한 각종 자료 또는 정보의 효율적 처리와 기록·관리 업무의 전자화를 위해 학업중단청소년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이의 운영을 위한 전담기구를 설립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제11조, 제12조).

① 학업중단 청소년이라는 명명이 가지는 문제들
법안은 제2조에서 “학업중단 청소년”을 「청소년복지 지원법」과 동일하게 정규학교를 그만둔 청소년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처럼 분류된 “학업중단 청소년”은 쉽게 부적응자, 낙오자, 예비범죄자로 낙인찍힐 수 있다. 동 법안의 제안이유에서는 ‘청소년의 학업중단으로 인해 비행에 가담하거나 낮은 학력으로 인해 노동시장에서 취약 계층으로 전락하는 등 개인과 사회가 부담해야 할 사회·경제적 손실이 11조 5,902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음’을 들고 있다. 이러한 명명은 다양한 학교 밖 청소년의 현실적인 필요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이고 단편적인 지원으로 이어져 실제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하나 “학업중단 청소년”에 해당되지 않아 배제되는 사각지대를 만들어낸다. 현재 추진되는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지자체의 정책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② 중앙정부 중심의 중복적인 지원체계가 가지는 문제
법안은 제9조에서 「청소년복지 지원법」 제29조에 의해 설립된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학업중단 청소년을 위한 “학업중단청소년지원센터”를 지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센터의 역할이다. 규정된 역할은 교육지원, 가족관계 지원, 직업체험 및 취업지원으로(제9조 제3항) 현재 청소년상담지원센터 및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서울특별시 등), 대안학습공간지원센터(경상남도)등의 역할과 상당 부분 중복된다. 실효성 있는 지원을 고려한다면 무엇보다 기존 설치된 센터들 간의 연계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학업중단청소년지원센터”로 인해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사업이 중앙정부 주도 방식으로 갈 우려가 있다. 종전에 여가부가 지역사회청소년통합지원체계를 추진한 것은, 학교 밖 청소년 지원은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 내 자원들의 연계가 이루어질 때에 효과적이라는 점에 있었다. 동 법안은 이러한 초기 의도에 역행하며, 지자체의 사업과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

③ 학교 밖 청소년의 인권과 존중이 배제된 법안
법안 제11조는 ‘학업중단 청소년 지원에 필요한 각종 자료 또는 정보의 효율적 처리와 기록·관리 업무의 전자화를 위해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며, 학업중단 청소년의 “학교생활기록부”의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하였다. 그러나 학적사항, 출결사항 등 청소년의 학교 재학 중 성취한 교육 이수 내용을 중심으로 기록된 학교생활기록부를 통해 현재 시점에서 어떤 지원을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없다. 한마디로 불필요한 정보이다. 나아가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문제가 있다. 동 법안은 학업중단 청소년에 대한 정보 수집에 있어 필요한 범위나 절차 등에 관한 명시 없이 정보 수집의 효율성만 강조하고 있다. 정보 수집 관련 입법시 필수적으로 규정되어야 할 청소년의 동의, 수집된 정보의 관리책임, 활용범위, 보관기간 등이 빠져있고, 단지 여성가족부장관의 시책과 대통령령으로 위임되어 있을 뿐이다. 지원을 위해 어떤 정보가 필요하다면, 적어도 수집과정의 동의절차, 수집 후 폐기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

느리더라도 제대로, 현장의 목소리를 담길 바라며

효율성과 효과성 사이의 중심을 잡으라는 요구와 유혹 앞에서 「학교 밖 청소년 지원 법률」만큼은 느리더라도 제대로, 더디더라도 지원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 자주 모여 깊이 고민해야 하며, 연구와 실태조사 등도 면밀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정책은 꼼꼼하고 촘촘해야 한다. 갈 길이 멀지만, 그러하기에 더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절실함을 느낀다.
덧붙이는 글
김차연 님은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입니다.
인권오름 제 365 호 [기사입력] 2013년 10월 10일 22: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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