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으로 읽는 세상] 서울대 병원파업은 우리들의 존엄을 회복하기 위한 한판 싸움

훈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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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감기에 걸렸을 때, 두드러기가 났을 때, 혹 같은 게 잡혀 암일지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으로 병원에 찾아 가곤 합니다. 병원에서 우린 진료를 받는 환자가 되기도 하고, 서비스를 받는 소비자가 되기도 하며, 장기입원을 하게 되면 병원은 생활의 장소가 되기도 합니다. 항상 건강할 수 있다면 찾아가고 싶지 않지만, 건강할 수만 없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병원은 평생에 한번이라도 들리게 되는 곳입니다.

우리가 찾아가는 병원은 동네의원부터 서울대병원과 같은 대형병원까지 다양합니다. 감기몸살이 났거나, 팔이 부러졌을 때 찾아가는 곳이 동네병원이라면 서울대병원과 같은 대형병원은 큰 병 뿐만 아니라 조그마한 병이지만 낫지 않아 불안하거나, 조금 더 신뢰할 수 있는 의사에게 자신의 건강을 맡기고 싶을 때 찾아가는 곳입니다. 대형병원은 건강에 대한 불안함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회적 신뢰를 가지고 있고, 그렇기에 우리는 몇 시간을 기다려서라도 진료를 받습니다.

대형병원의 환자는 존중받고 있을까

대형병원에 찾아가면 내 건강상태를 잘 알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몇 시간을 기다려 만난 의사는 몇 마디 질문을 하고 처방전을 써줍니다. 1분간의 시간동안 의사에게서 들을 수 있는 정보는 거의 없습니다. 의사니까 나보단 잘 알겠지 하며 돌아서지만 마음은 찜찜합니다. 매번 선택 진료비를 내고 과장님께 진료를 받지만 잘 알 수 없습니다.

검사 받을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검사를 왜 하는지 자세히 알려주지 않습니다. 물어 봐도 다들 바쁜지 나를 지나쳐갑니다. 환자가 많아서 다들 바쁜가 보다 하지만 너무하다 생각됩니다. 때론 화가 나서 말하곤 합니다. “비싼 병원비 치료 받으러 왔는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냐” 환자로서 정당한 서비스를 받고 싶지만, 병원에선 환자님 진정하시라 이야기 합니다.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더욱 소외됩니다. 다른 병원에 가는 게 불안해 보험처리가 되지 않는 비싼 병실에 들어왔지만 과장님은 아침에 한번, 저녁에 한번 찾아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할 뿐 평소엔 볼 수 없고, 레지던트 선생은 나보다 더 아파보입니다. 간호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것 같지만 정작 호출을 해도 잠깐 들렸다가 사라집니다. 소변을 빼는 일은 간호사가 해야 할 것 같은 데 때론 보호자에게 방법을 알려주며 하라 합니다. 나는 간호가 필요한 환자인데, 정작 간호사의 도움을 받긴 힘이 듭니다. 병을 치료하러 온 병원에서 화를 얻게 됩니다. 의사나 높은 간호사에게 화를 내면 나에게 좋지 않을 것 같아, 어려보이는 간호사나 병원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청소노동자에게 화를 내게 됩니다.

병원음식은 또 왜 이리 부실한지 모릅니다.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 했지만, 저염식이 아닐 때에도 먹을 만한 게 없습니다. 밖에서 먹으면 똑같은 값에 고기가 듬뿍 들어있는 소고기국을 먹을 것 같은데, 병원에서 먹으면 소고기가 별로 없습니다. 의사선생은 밥도 잘 챙겨먹으면서 영양분을 잘 섭취해야 한다고 했는데, 병원 음식을 먹고 영양분이 섭취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병원노동자의 존엄이 무너지는 대형병원

병원에 대한 불만은 단지 환자들만이 아닙니다. 병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어떠할까요? 대형병원들이 적자를 이유로 구조조정을 시작하며 병원 노동자들은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전환되고, 낮은 임금과 대우를 받게 되었습니다. 병원의 일이 계속 늘어나도 일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계속 비슷합니다. 간호사들은 정시출퇴근도 하지 못하고 일이 많아 힘겹습니다. 한정된 인원에서 노동의 강도는 증가하지만 쉽게 병원에 불만을 표하기도 힘듭니다. 병원에서는 일할 사람은 많으니 불만이 있으면 나가라 합니다. 조건이 열악해져도 나가서 다시 일을 구하긴 힘들기에 참고 버텨야 합니다.

병원에서는 정규직으로 뽑던 일들을 점차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임금차이가 없지만 비정규직은 승진과 승급이 되지 않아 일하다보면 정규직과 임금격차가 생깁니다. T/O가 제한되다 보니 무급계약으로 전환되지 못하면 일을 그만두어야 합니다. 환자의 치료를 목표로 일을 하고 있지만, 내가 어떻게 계약을 맺느냐에 따라 하는 일과 상관없이 다른 대우를 받게 됩니다. 임금의 차이도 차이지만 노동에 대해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현실은 나의 가치가 무엇일지 생각하게 됩니다.

병원에서 일을 하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 병원 소속이 아닌 다른 회사의 소속이 되기도 합니다. 병원에서는 청소나 환자운반, 경비, 사회복지, 식당노동자등을 중심업무가 아니라며 외주화 시킵니다. 내가 하는 노동이 어느 순간 병원의 ‘주변노동’ ‘비핵심노동’이 됩니다. 내가 일하는 노동의 가치가 나와 무관하게 취급됩니다. 스스로 나도 이 병원의 일원으로서 환자의 치료를 위해 일을 하고 있다 생각하고 있더라도, 병원에서 네가 하는 일은 비핵심이라고 정하면 내 일과 나는 병원에서 비핵심의 가치를 지니게 됩니다.

그래서 병원의 청소노동자들은 투쟁을 하였습니다. 환자들이 깨끗한 환경에서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깨끗하고 건강한 병원을 만드는 청소노동자들은 정작 낮은 임금과 휴게실 하나 없는 병원에서 먼지 가득한 곳에서 휴식을 취해야 했으며, 비싼 밥값이 부담스러워 집에서 간단한 도시락을 싸와 먹어야 했습니다. 사람들이 보이는 곳에서 쉬고 있으면 보기 싫다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휴식을 취하라는 말은 자신들을 보이지 말아야할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노동이 노동으로 존중받고, 사람으로서 제대로 밥을 먹고 제대로 쉴 수 있는 환경을 위해 싸웠습니다. 싸움이 끝난 후 임금이 조금 오르고, 식당에서 밥도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자신들을 무심히 지나칩니다. 환경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병원에서 가장 낮은 임금과 낮은 대우를 받고,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진 못합니다.

환자와 병원노동자의 새로운 관계를 꿈꾸는 길, 서울대 병원노조 파업을 통해 길을 찾다

지금의 대형병원은 일하는 노동자도, 찾아오는 환자들도 존엄한 사람으로서 대우와 인정을 받지 못합니다. 각종 선언들을 통해 환자에 대한 존엄, 의사와 간호사로서의 존엄, 병원노동자로서의 존엄을 이야기 하지만, 생명을 보살피기보다 이윤을 추구하는 병원의 현실에서 이러한 선언들은 무용지물이 됩니다.

병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과 존엄의 가치가 훼손되는 환경에서 환자와 노동자가 서로의 존중과 존엄을 지켜내는 일은 힘이 듭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환경, 자신의 노동이 ‘비핵심’ 으로 인정되는 속에서 마음으로 환자만 보자 생각해도 불평이 생기지 않는 건 불가능합니다. 내 자신의 가치를 존중받지 못하는 속에서 다른 사람을 존중한다는 건 쉽지 않습니다.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서만 에 문제는 아닙니다. 정당한 진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와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인 병원 노동자가 함께 살아야 하는 병원에서 서로 기대고 부딪치는 관계는 때론 서로 불만을 만들게도 합니다. 익숙지 않는 건강의 상태에서 정당한 진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에겐 자신을 돌보아야할 병원노동자가 그렇지 않을 경우엔 화가 나는 존재이고,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노동자에게 조금만 기다려주거나 참으면 될 것 같은 환자가 미울 수도 있습니다. 여유롭지 못함의 충돌입니다. 만약 정당한 진료와 자신의 몸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진료를 받은 환자와 한명, 한명 환자를 살펴볼 수 있는 환경에 놓인 노동자라면 생기지 않을 수 있는 충돌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병원에서의 환자와 노동자들의 관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이와 같은 병원의 현실에서 지난 10월 23일 공공운수노조 서울대병원 분회는 △의사성과급제 및 선택진료제 폐지 △임금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및 인력 충원 △적정 진료시간 확보 △4인실병실 보험 적용 △어린이 병원 식당 직영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위 사진:파업하며 농성하고 있는 서울대병원 노동자들 모습

서울대병원노조의 파업은 노동자로서 당연한 권리뿐 아니라 병원을 구성하는 사람들의 존엄을 요구합니다. 의사성과급제와 선택진료제 폐지, 비보험 병실의 보험적용은 높은 의료비로 인해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의 건강권을 지킬 수 있는 요구입니다. 자신의 건강에 대해 상세히 물어보고 알아갈 수 있는 정적 진료시간의 확보는 환자들이 병원에서 꾸준히 외쳐온 요구이자 병원이 환자에게 지켜야할 기본적 의무입니다. 또한 임금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및 인력충원, 어린이 병원 식당 직영은 노동자로서 존엄을 지킴과 동시에 더욱더 환자의 치료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안정적인 치료과정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요구이기도 합니다. 부족한 인력과 높은 노동 강도에서 병원노동자들이 치료에 적극적 역할을 하긴 어렵습니다. 의료와 관련된 일체의 노동은 한 사람의 생명에 대한 존중이기에 일정한 희생을 요구받곤 하지만 지금껏 그들은 너무 많은 희생을 했습니다.

우리는 서울대병원노조의 파업에 대해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한 노동자들의 이익쟁취라고 이야기 하는 대형병원에 대해 병원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요구로서 함께 싸워가야 합니다. 그리고 치료에 관한 새로운 관계를 꿈꾸어야 합니다. 환자로서의 존엄, 노동자로서의 존엄을 함께 만들어가기 위한 길, 그 속에서 우리의 건강을 함께 지켜나가기 위한 힘, 그것이 서울대노조 병원 파업을 통해 우리가 꿈꾸어야할 미래입니다.
덧붙이는 글
훈창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입니다.
인권오름 제 367 호 [기사입력] 2013년 10월 30일 21:3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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