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의 인권이야기] "내가 왜 이딴 병 걸려가지고……."

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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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에이즈 환자들이 요양병원으로 유일하게 갈 수 있는 병원이라고 알려진 '수동연세요양병원'. 정부가 국가에이즈사업 일환으로 에이즈 환자 요양사업 대상 기관으로 지정한 유일한 병원. 그러나 중증이 아닌 환자가 입원 후 13일 만에 사망하는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이전에도 본 병원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많았고, 지금도 각종 증언들이 쏟아져오는 상황이다. 그러나 일단 환자 사망 사건에 집중해서 무미건조하게 사건의 경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HIV 감염인 김oo는 대학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아 건강을 회복한 후 퇴원하고 요양이 필요하여 수동연세요양병원으로 전원하였다. 그러나 수동연세요양병원은 김oo씨가 요양기간 동안 수액이 필요하다는 전원 의견에 수액이 없다는 이유로 수액을 투여하지 않았다. 입원 후 10일 만에 호흡곤란이 발생하자 김oo는 대학병원으로 이전해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이송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수동연세요양병원은 전원을 거절하였다. 결국 김oo는 요청 후 3일 만에 사망하게 된다.

위 사진:12월 1일 HIV감염인 인권의 날을 앞두고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는 11월 27일 오전 보건복지부 앞에서, 에이즈환자 인권침해에 대한 2차 증언 및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건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경과를 곱씹어 보면 볼 수록 목소리가 없는 환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위계가 드러나는 사건이란 생각이 많이 든다. 흔히 한국의 의료윤리 사례로 얘기되는 보라매병원 사건과 비교했을 때, 본 사건은 더욱 더 심각하다. 보라매병원 사건은 1997년 머리를 부딪친 후 의식 불명으로 실려온 환자를 수술한 후 경과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었으나, 보호자의 강한 요구로 퇴원한 후 인공호흡장치를 제거하자마자 환자가 사망한 사건이다. 본 사건에 대해 보호자와 의사는 살인죄의 적용을 받아 기소되었다. 흔히들 본 사건 이후 한국의 병원들은 소생불가능한 환자들 또한 방어적으로 퇴원 불가 조치를 취하게 되었다고들 이야기한다.

그러나 수동연세요양병원의 환자 사망 사건은 한국 사회에서 '의료소송'이 두려워서 '방어적 퇴원 불가 조치'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상식을 비웃는다. 한편으로는 무의미하게 연명치료를 반복하며 생명 유지 대상이 되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치료로 살려달라는 요구를 묵살당하고 죽음으로 내몰리는 환자가 있다. 의식불명으로 치료 의사를 확인할 수 없었던 환자의 사망에는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는 반면, 분명한 치료 의사가 있었고, 치료를 받으면 더 좋아질 것이 명확함에도 돈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를 거절당하는 환자의 사망은 그저 '있을 수 있는 일'로 치부된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다른 병원에서, 다른 환자라면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는가. '에이즈'라는 딱지가 아니라면 의사들이 소위 '의료소송'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있을까.

가장 마음 아픈 것은 수동연세요양병원이 감염인에게 가족이나 친구들에게서 내몰리고 그나마 받아주는 곳이어서 문제제기하는 것도 전전긍긍했다는 부분이다. 이 병원이 좋다는 선전을 들을 때마다 감염인들은 "내가 왜 이딴 병 걸려가지고……."라고 눈물짓는다고 한다. 병원은 이러한 부분들을 악용하고, 통제의 수단으로 삼는다. 국가 지정이 되면 돈을 지원 받을 수 있으니 에이즈 환자 지정 요양기관으로 신청해 놓고, 운동하겠다는 환자에게 에이즈환자 있다고 소문날까봐 못 나가게 내부적으로 단속한다. 겉으로는 나환자들이 올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선전하고는 실제로는 감시와 처벌만이 유일한 '치료'였던 일제시대 소록도요양소와 하나도 다르지 않은 꼴이다.

위 사진:12월 1일 HIV감염인 인권의 날을 앞두고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는 11월 27일 오전 보건복지부 앞에서, 에이즈환자 인권침해에 대한 2차 증언 및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토리 님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이반스쿨 소속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371 호 [기사입력] 2013년 11월 27일 15: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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