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의 인권이야기] 청소년의 노동, 그리고 알바노조

박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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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알바

나는 용돈을 받으며 생활했었다. 한 달에 5만원정도 받을 수 있었고 교통비와 교재비 같은 금액은 따로 지원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정도 금액으로는 친구와 주말에 영화를 한 편 보는 것은 물론, 카페에 가서 커피를 사먹기도 빠듯한 금액이었고 조금 더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고 내가 원하는 것을 눈치 보지 않고 사고 싶었다. 부모님으로부터 조금 더 자유롭게 지내고 싶어 수능이 끝나자마자 알바를 구했다. 그렇게 처음 시작한 알바가 대형서점 캐셔보조였다.

교보문고나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등등 대형서점의 캐셔 옆에서 고객님이 구매한 도서에 도장을 찍고, 적당한 봉투에 담고, 찾는 도서가 있으면 해당 도서의 위치를 알려주는 일이었다. 그 당시에 5~7시간정도 4천원을 받으며 일했는데 딱 최저임금이었다.

친구들은 쉬운 일을 구했다며 부러워했는데 의자 하나가 없어서 캐셔 언니와 쪼그려 앉아서 휴식을 취하거나 점심시간에 지하 휴게실에 앉아 도시락을 먹기도 하였다. 물론 식대는 없었다. 일하는 시간 내내 서서 일하고 집에 오면 다리는 퉁퉁 붓고 온 몸이 녹초가 되곤 했었다. 언제나 의자 하나 놔줬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었다. 그래서였나, 캐셔보조 알바를 오래하지는 못했다. 알바자체가 힘든 것도 있었지만 아직 대학 발표도 안 났는데 알바를 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시선도 컸다. 결국 한 달도 안돼서 일을 그만두었다. 내가 만약 수능도 보기 전에 알바를 시작했다면 부모님이나 담임교사에게 당장에 그만두라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왜 일하면 안돼?

청소년의 노동을 왜 부자연스러운 일로 취급할까? 왜냐하면 어른들이 보기에 그 ‘나이 대’에 해야 할 ‘적절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청소년은 ‘당연히’ 수능을 보기위해, 대학가기 위해, 공부‘만’ 해야 하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이 바로 나이만으로 같은 노동자가 ‘기특한’ 청년이 되기도 하고, ‘노는’ 청소년이 되기도 하는 이유이다. 10대 때 공부하고 수능보고 대학가고 스펙 쌓고 토익보고 학점 잘 따두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애 낳고 그 아이가 대학가고 결혼 할 때까지 잘 키우고 남은 여생은 귀농해서 잘 사는 것이 모두가 생각하는 ‘정상’적인 삶이다. 저기서 단 한시기라도 늦어지거나 이루지 못하면 ‘정상’의 범주에 들어설 수 없고 그것은 곧 사회의 불편한 시선과 폭력을 견디며 살아야한다는 뜻이 된다.

이렇듯 청소년의 노동은 비정상적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그들의 문제는 더욱 비 가시화된다. 청소년 노동자들 대부분 본인이 일하는 것을 숨겨야만 한다. 왜냐하면 부모나 선생님이 알게 되면 더 이상 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15세 이상은 모두 일할 수 있다고 하지만 18세 미만은 친권자동의서가 필요하다. 사업주는 근로계약서는 쓰지 않아도 친권자동의서는 어떻게든 받아오라고 한다. 사실 친권동의서를 쓰라고 해도 실제 부모님이나 후견인에게 동의서를 받아오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허위로 서명을 하거나 비청소년 지인에게 부탁하기도 한다. 이런 유명무실함은 둘째 치고 왜 청소년의 노동은 비청소년에게 허락받아야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또한, 청소년을 쓰는 사업장도 얼마 되지 않으니 일하는 곳에서 “우리만큼 너한테 잘해주는데도 없어”라며 사장도 생색을 내기 마련이다. 사업장 안에서의 나이권력 문제도 크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막내’라고 부르면서 대타를 구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된다던지 정해진 일보다 더 많은 잡일을 시킨다던지 심지어는 욕이나 인신공격을 하면서 모욕적인 언사와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많다.

‘용돈벌이’라는 말은 어른들이 정말 싫어하는 말인데 신성한 노동의 대가를 감히 ‘청소년’들이 머리염색이나 영화 따위를 보는데 쓴다고 하면 월급을 적게 주거나 심지어 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청소년’이 ‘용돈벌이’로서 돈을 번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용납되지 않는다.

왜 청소년의 노동은 몰래 해야 하고 들키면 안 되는 일이 된 걸까? 이렇게 노동의 가치는 멋대로 부정당하고 노동하는 내내 천대받으며 그마저도 숨겨야하는 청소년노동자, 이것이 그들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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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청소년알바노조의 역할은 무엇이 되어야할까? 지난 10월 알바노조 조합원인 이가현 조합원은 법에 보장된 자신의 권리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해고통지를 받았고 이에 10월 2일 ㈜레드아이 본사앞에서 조합원 20여명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한 바 있다. 사측은 단체 협약안을 모두 받아들일 것이며 앞으로 재발 방지를 위해 힘쓰겠다며 단체협약을 전적으로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청소년알바노조는 위와 같은 사례들을 통해 열악한 청소년알바노동자들의 현실을 노동조합으로서 바꿔내고자 한다. 청소년알바노동자들에게 해당되는 불안정한 노동은 그들의 노동을 더욱 불안정하게 한다. 억압받고 착취당하는 열악한 현실의 청소년알바노동자들을 모아내는 데에 노력해야할 것이다. 청소년 알바노동자 당사자가 느끼기에 알바의 부당함과 어려운 점을 듣고 의견을 이야기하는 모임의 자리를 정기적으로 만들 예정이다.

또한, 대안적 삶에 있어서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학교에서의 노동인권교육을 의무화하는 것, 청소년을 위한 실질적인 노동조건을 마련하는 것, 청소년이 온전히 자립하는 것, 최저임금이 만원까지 오르는 삶은 청소년에게도 분명 지금과는 다른 노동, 더 나아가 다른 삶을 상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만들고 있거나 배달을 하고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내리거나 편의점에서 정산을 하는, 이렇게 알바하는 모든 청소년노동자들 역시 노동하는 한명의 노동자이다. 우리들 스스로가 모든 노동자가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 사람이 사람으로 여겨지는 가치, 사업주에게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고 주장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을 청소년알바노조는 함께 만들고자한다.
덧붙이는 글
박하루 님은 알바연대 활동가 입니다.
인권오름 제 373 호 [기사입력] 2013년 12월 11일 20:4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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