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서의 인권이야기] 전혀 안녕하지 못한, 학내 표현의 자유

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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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에서 주현우 씨가 붙인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화제가 되었다. 철도민영화에 반대하는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직위 해제되고, 부정선거의혹이 계속 불거져 나오고, 밀양 주민들이 음독자살하는 일들이 벌어지는 모습을 보고도 다들 안녕하시냐고 묻는 이 대자보는 사회에 정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다른 대학들에게도 퍼져나가 많은 대학생들이 대자보를 붙이기도 하였고, 대자보가 붙여진 지 며칠 뒤에 있던 24차 범국민 촛불집회에 많은 시민들의 발걸음을 이끌기도 했다.

이 움직임에 여러 중고등학생들도 동참해 각자의 학교에 대자보를 붙였다. 그러나 학교에 붙인 대자보가 금방 떼어지고, 대자보를 붙인 학생들이 징계를 받는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전혀 안녕하지 못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자고 하는 정당하고 평화적인 행동에 학들은 면담, 징계 위협을 하고 반성문을 쓰게 시키며 방해하고 탄압하고 있다.

위 사진:<사진설명>서울의 한 고교 교장이 자신의 학교 학생이 붙인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를 보자마자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압수한 '안녕 대자보' 사진 [출처: A학생, 참세상]

학교에서 이런 식으로 표현의 자유 침해가 일어나는 건 별로 낯선 일만은 아니다.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몇 달 전, 나도 학교에 대자보를 붙인 적이 있다. 종교사립학교인 우리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강제적인 종교 수업과 예배를 중단하라는 대자보를 붙였었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붙인 대자보는 출근하는 교사에 의해 금방 떼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학교에선 자신들의 잘못된 점은 아주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대자보를 붙인 학생은 다른 학생들은 선동하는 행동을 했으니 퇴학을 받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할 뿐이었다.

이러한 사건들을 제외하더라도, 학생들이 자유롭게 게시할 수 있는 게시판도 제대로 없는 학교에서 표현의 자유란 너무 먼 이야기 같다. 게다가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는 학생회는, 대부분 학교에서 교사들이 시키는 대로 하게 된 지 오래다.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도 편히 못하는 답답한 학교에서 학생들은 전혀 안녕하지 못하다.

대자보를 붙인 한 학생에게 학생부장 교사가 “대학생들이랑 나이 어린 고등학생이랑 같냐”는 말을 했다고 한다. 너무나 수준이 떨어지는 그 질문에 답하자면, 그 둘은 같다. 나이가 많건 적건, 고등학생이건 대학생이건, 사회 구성원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헌법 제 21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모든 국민’은 말 그대로 모든 국민을 말한다.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는 나이, 직업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권리란 말이다. 대자보를 떼어내고 대자보를 붙였다는 이유로 징계를 내리는 건 헌법에 명시된 언론·출판의 자유를 침해하는 명백한 인권침해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학교는 회초리를 든 어머니의 찢어지는 마음으로 징계를 내리려고만 하고 있다. 민주시민을 양성한다는 학교에서,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요소중의 하나를 부정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매우 답답하고 안녕치 못한 마음이 솟구친다. 누구나 할 말은 마음 편히 할 수 있는, 모두가 안녕한 학교가 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영서 님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회원 입니다.
인권오름 제 374 호 [기사입력] 2013년 12월 18일 21:5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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