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리] 집배원, 중대재해에 시달리다

이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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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 초입에 연이어 집배원 사망재해가 발생했다. 11월 18일 공주유구우체국의 故오○○ 상시집배원(31세)은 배달 업무 중 심근경색으로 사망했고, 용인송전우체국 故김○○ 집배원(46세)은 배달 업무 중 오토바이 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뒤 11월 24일 사망했다. 故오○○ 집배원의 사망재해에 대해 우정사업본부는 ‘과로사인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인력부족 때문에 생긴 일이라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정사업본부는 연이은 사망재해에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았고, 새해 벽두부터 집배원 두 분의 노동재해가 발생했다. 함평우체국 서○○ 집배원(50대 초반)은 1월 4일 뇌출혈로 쓰러져 현재 의식불명상태다. 함평우체국은 최근 집배원 1명을 구조조정해서 9명이 하던 일을 8명이 하고 있었다고 한다. 함양우체국 김○○집배원(47세)은 1월 6일 내리막길 운행 중 이륜차와 함께 미끄러진 후 떨어지면서 머리 뒷부분을 크게 다쳤고, 1차 뇌수술을 진행했으나 의식불명상태다.

조합원의 편에서 목소리를 내야 할 우정노조는 김○○ 집배원의 사고에 대해 ‘집배원 본인과실(단독사고)로 사고 조사 중’이라며 문제를 개인에게 떠넘기고 있고, 서○○ 집배원의 경우 집에서 쓰러진 까닭에 문제가 공론화되지도 않고 있다. 그러나 작년 말부터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집배원 노동재해 및 사망재해는 명백히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비롯된 것이다. 집배원의 노동조건은 한국사회 전반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안하더라도 심각하게 나쁜 상황이며, 이는 집배원의 건강과 안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집배원노동자를 괴롭히는 장시간·불규칙노동

최근 노동자운동연구소가 발간한 「집배원노동자의 노동재해·직업병 실태 및 건강권 확보방안」에 따르면 집배원노동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64.6시간이다. 이는 정규직 평균 노동시간인 42.7시간(2013년 3월 경제활동부가 조사)보다 20시간 이상 긴 것으로 집배원의 초장시간노동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위 사진:소통시기 별 평균 노동시간 및 휴식시간

게다가 집배원은 매일 물량에 따라, 소통시기에 따라 노동시간이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불규칙노동을 하고 있다. 우체국 집배 노동은 소통시기별로 비수기, 폭주기, 특별기 3기간으로 나눌 수 있다. 비수기는 평상시로 1년 중 약 7개월가량, 폭주기는 매달 9일 정도 우편물량이 주기적으로 늘어나는 시기, 특별기는 구정, 추석, 선거기간, 김장철이나 수확시기 등이다. 주당 노동시간은 가장 한가한 비수기에도 58시간이었으며 폭주기에는 70시간, 특별기에는 86시간에 달했다. 집배원 노동자들은 1년 중 5개월(폭주기와 특별기)동안은 매일 13~15시간의 노동을 하고 있었다.

장시간불규칙노동을 야기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겸배’다. 한 집배원이 사고로 다치거나 질병으로 일할 수 없는 경우, 그 집배원이 맡았던 구역의 업무를 다른 동료가 대신 하는 것을 겸배라고 한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집배원노동자 1인당 한 달 평균 겸배 횟수는 5.7회였고, 이로 인한 추가노동시간은 8.6시간이었다. 1월 4일 쓰러진 함평우체국의 서○○ 집배원의 경우, 구조조정의 결과 상시적인 겸배에 시달린 것이 뇌출혈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집배원 인터뷰 사례 1>

겸배하면 배달시간 1시간, 분류작업 30분 정도가 더 늘어난다고 보면 됩니다. 생기는 이유가 사고사, 개인경조사, 개인적으로 볼일 등 때문인데, 개인적인 볼일은 거의 안 써요. 사고로 결원이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보충 안 해줍니다. 우체국 들어와서 겸배 제도 있다는 것 기상천외하다고 생각했어요. 뭐 이런 시스템도 있나, 아직도 이해가 안돼요.

아픔과 죽음의 문턱에서 위태롭게 일하는 집배원들

필자가 이번 연구(「집배원노동자의 노동재해·직업병 실태 및 건강권 확보방안」)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집배원의 건강·안전이 특정 부분에서가 아니라 전 방위적으로 심각한 문제에 처해 있다는 점이었다. 연구 결과 뇌심혈관계질환 위험 정도, 근골격계질환 실태, 탈진증후군 위험 정도, 사고 및 질병 실태 등 조사한 거의 모든 항목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하면 ‘최근 12주간 주당 60시간 이상 일하다가 뇌심혈관계질환이 발병한 경우’ 업무와의 연관성이 크다고 보고 있는데, 90%의 집배원은 폭주기 및 특별기에 주 60시간 이상 일하고 있으며, 비수기에도 50% 정도의 집배원은 주 60시간 이상 일하고 있다. 최소한의 기준인 법률적 데드라인에 비추어 보더라도 대부분 집배원노동자들이 1년 중 5개월간 뇌심혈관계질환의 높은 위험을 안고 배달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절반은 1년 내내 뇌심혈관계질환의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다.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 뇌심혈관계질환의 주요 원인이 장시간 노동이고, 그런 면에서 보면 집배원은 ‘뇌심혈관계질환의 시한폭탄’을 안고 일하는 셈이다. 앞서 언급한 공주유구우체국의 故오○○ 상시집배원도 사고 당시 업무량과 업무시간이 폭증하면서 피로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의 나이가 31세에 불과했고, 당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심근경색 발병은 업무와 직접 연관이 있다고 봐야 한다.

<집배원 인터뷰 사례 2>

시쳇말로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근기법대로 칼같이 해주는 것은 아니더라도 사람이 노동을 하려면 어느 정도 여유가 있고 쾌적한 공간이 조성이 되어야 하는데. 거의 정신을 못 차릴 정도, 체력에 한계를 느낄 정도다. “선거 때 과로사 한다”는 말이 이해가 됩니다.

심근경색 등 뇌심혈관계질환 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등 크고 작은 사고 역시 업무와 연관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 우정본부와 우정노조는 집배원의 안전의식과 교통법규 준수를 사고 문제의 해결책으로 보는 것 같지만, 필자의 분석 결과 사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장시간노동이다. 로지스틱회귀분석 결과 다른 여러 요인들의 영향을 보정하더라도 노동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사고경험 위험률이 7~12배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런 결과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긴 시간 많은 배달물량을 처리하다보면 피로도가 높아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등 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으며, 너무 많은 배달물량을 어떻게든 처리하려 노력해야 하는 조건에서 사실상 안전운전을 한다는 것이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함양우체국 김○○집배원(47세)의 교통사고, 용인송전우체국 故김○○ 집배원(46세)의 사망재해 등 최근 연이어 발생한 집배원들의 노동재해 역시 과중한 업무로부터 비롯된 가능성이 크다.

근골격계질환은 집배원노동자들이 특히 심각하게 앓고 있는 건강문제다. 조사대상의 43%가 당장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근골격계질환을 앓고 있으며, 70%가 넘는 집배원이 거의 모든 신체 부위에 근골격계질환을 호소하고 있었다. 한 집배원은 양쪽 무릎 연골이 파열되는 등 상황은 너무도 심각했다.

<집배원 인터뷰 사례 3>

연골이 달아서 양쪽 다 내시경으로 정리했어요. 왼쪽 무릎은 2년 전 특별소통기 때 저녁 먹고 식당에서 내려온 후 주저앉았고, 오른쪽 다리는 겸배를 3주정도 연속적으로 하면서 계속 아팠는데, 아침에 깼더니 힘이 안 들어가서 일어나지 못하겠더라고요. 결국 양쪽 다 수술했고, 좀 쉬어야 하는 오래 쉴 수가 없어요. 다리 물리치료 꾸준히 해야 하는데 그거하려면 1시간은 걸리니, 퇴근시간이 너무 늦어져서 잘 못 가죠.

이렇게 근골격계질환 호소자가 많은 것은 우정본부가 택배사업을 시작하면서 그 규모를 매년 키워 왔지만, 그에 따른 인력은 적절하게 증원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게다가 장시간 오토바이를 운전하면서 진동 문제, 계단을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 우편물을 분류하는 과정에서 손목에 가해지는 부담 등 집배원에게 근골격계질환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원인은 너무나 많았다.

흥미로운 것은, 근골격계질환의 발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 역시 노동시간이었다는 점이다. 로지스틱회귀분석 결과 다른 여러 요인들의 영향을 보정하더라도 노동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근골격계질환 발생의 위험률이 크게 증가하였다. 집배원의 모든 건강·안전 문제의 핵심에 장시간노동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집배원노동자의 장시간·고강도노동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방안은 전혀 마련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층면접 결과 많은 집배원들은 근골격계질환으로 심한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치료받기는커녕 일을 쉬지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도 척추질환 및 관절염 등의 근골격계질환, 위장질환, 고혈압, 고지혈증, 하지정맥류 등 각종 질환이 집배원을 괴롭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체 노동자에 비해 3.7배 많은 노동재해, 50%에 달하는 높은 사고 경험율 역시 심각한 문제로 드러났다.

‘운동본부’의 노력과 우정사업본부의 외면, 우정노조의 무기력

연구보고서가 발표된 후 집배원의 건강·안전 문제에 대해 많은 사회적 관심이 모아졌다. 집배원이 처한 현실을 알려내고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의지를 가진 집배원들이 모여 ‘집배원 장시간·중노동 없애기 운동본부’(아래 운동본부)를 결성하였다. 집배원들은 전국에 흩어져 있고, 매일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는 여건 때문에 목소리를 함께 내기 힘들지만, 운동본부를 결성하면서 의욕적으로 활동 중이다.

운동본부는 “올 겨울엔 죽지말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조합원에게 소식지를 배포하는 한편,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국회토론회(<장시간·중노동으로 인한 집배원 중대재해, 이대로 좋은가>, 12월 31일, 은수미의원실 주최)를 성사시켰다. 운동본부는 우정사업본부에 이번 겨울부터 ▲즉각적인 인력충원, ▲일일 택배물량 개수 제한, ▲일몰 후 배달 금지, ▲영하 10도/폭설 등 기상악화 시 배달 중단 등 즉각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시행할 것을 요구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우정노조 정책기획실은 12월 31일까지 3가지 핵심과제(집배인력 1,000명 증원, 상시집배원 정규직화 약속, 완전한 주5일 근무제 실시)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강력히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우정본부 측은 가장 본질적인 해결책이 즉각적 인력증원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소포물량을 줄이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했으며, 겸배와 초과근무수당 미지급 문제도 해결이 힘들다고 하는 등 실망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관심을 모았던 12월 30일, 우정노조는 긴급노사협의회에서 핵심현안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극적으로 타결했음을 알렸다. 그러나 내용을 살펴본 결과 제대로 해결된 사항은 단 하나도 없는 말 뿐인 ‘극적 합의’였다. 우정노조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고 말하며 예고했던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십여 년간 반복적으로 봐왔던, 너무나 익숙한 모습이었다. 조합원의 이익을 가장 앞장서서 대변해야 할 우정노조의 무기력한 모습은 참으로 씁쓸했다.

더 이상 안타까운 죽음은 없어야 한다

지난 12월부터, 운동본부는 즉각적인 인력충원을 요구하면서,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작년과 같은 사망재해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우려는 한 치도 어긋나지 않았으며, “올 겨울엔 죽지말자”는 집배원들의 절실한 외침은 우정노조와 우정본부의 허울뿐인 합의로 산산이 부서졌다.

다가오는 설 명절 특별소통기에 필요한 즉각적인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다. 인력충원이 상식적으로 되지 않아 장기간 겸배가 지속되는 지역이 너무나 많다. 이 고통이 설날특별소통기가 되면 2-3배로 심해질 것이 분명하다. 더 이상 집배원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을 보지 않으려면, 필요한 인력을 현장에 즉각적으로 충원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진우 님은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입니다.
인권오름 제 377 호 [기사입력] 2014년 01월 22일 20: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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