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김형준의 못찍어도 괜찮아] 벗꽃

박김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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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음 주엔 사진 좀 찍어보면 어떨까?"
두 달동안 한 주 걸러 한 주 비슷한 질문을 해봅니다.
"네."
"진짜? 다음 주엔 건물 앞 꽃을 찍으러 내려가 볼 까 하는데, 같이 내려 가는 거야!"
"네."
"그래. 좋아."
수업 시작 이후로 처음으로 한 짧은 대답 이였지만, 저에겐 작은 기대가 생겼습니다.

드디어 한 주가 지나고 작은 콤팩트 카메라를 그 친구에게 건네 봅니다.
카메라는 받지 않고, 강한 힘으로 저를 휙 잡아당기네요.
"왜? 무슨 일이니?"
대답 없이 다시 한 번 저를 잡아당기더니, 이윽고 저에게 한마디를 합니다.
"운동화! 운동화!"
'응?' 운동화를 쳐다보니 줄이 풀어져있네요.
"그냥 운동화라고 하면 묶어줄 수가 없네. 나에게 묶어달라고 해주면 좋겠는데?"
말이 떨어지기도 무섭게,
"묶어주세요. 묶어주세요."
"응. 그래." 라는 대답과 함께 운동화 줄을 후다닥 묶어주고, 카메라를 다시 한 번 건넵니다.

"오늘은 꽃을 찍어 볼 거야. 어떤 꽃이던 상관없으니까, 편하게 찍어보자."
카메라를 휙~하고 잡더니, 바로 앞에 있는 꽃을 찍어봅니다.
"어디 한번 볼까?"
"와~ 사진 수업 시간에 찍은 첫 사진이다. 멋진데. 좋아. 이번엔 조금만 더 가까이 가서 찍어 보면 어떨까?"
여전히 말이 끝나기 전에 사진을 한 장 ‘찰칵’ 찍어봅니다.
이렇게 두세 번 더 찍은 후 교실로 들어옵니다.

사진을 인화하고, 각자의 사진에 제목을 붙여보는 시간!
벌써 활동지에는 '벗꽃'(벚꽃은 아니지만)이라는 제목을 적어두었네요.
"아~ 오늘 너무 고생했어. 너무 잘 찍었네. 앞으로도 잘해보자."
라는 말과 함께 그 친구 어깨를 두드려봅니다.

그동안 더 적극적으로 권유하지 않은 저를 반성해봅니다. 하지만 오늘 그 친구도 저처럼 기분 좋게 사진을 찍었기를 희망해 봅니다.

덧붙이는 글
박김형준 님은 사진가이며 예술교육가 입니다.
인권오름 제 388 호 [기사입력] 2014년 04월 10일 12:5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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