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으로 읽는 세상] 학교에 대한 권리, 회사에 대한 권리

비리사학재단의 복귀 사태를 맞아

정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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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상지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상지학원의 새 이사장으로 김문기 전 이사장의 차남인 김길남씨가 지난 달 31일 선출되었다. 상지대는 92년부터 김문기 전 이사장 측의 비리와 학교 운영 전횡에 맞서 교수와 학생들의 시위와 농성이 이어졌고, 93년에 ‘문민정부 사학비리 1호’로 김문기씨가 구속되고 교육부가 임시이사를 파견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되었다. 2003년 임시이사회가 정이사 9명을 선임하면서 상지대는 정상화되었으나, 07년 대법원(주심 김황식)에서 임시이사가 정이사를 선임하는 것은 무효이며 적법하게 선출되었던 예전 정이사들이 학교운영에 관여할 수 있다고 판결하였다. 이에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옛 재단 이사를 정이사로 새롭게 선임하면서 옛 재단이 다시 상지학원을 운영하게 된 것이다.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다른 사립대학들 역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으로 옛 재단 이사들이 속속들이 복귀 하고 있다.


사립학교 관련 비리는 오래된 사회문제이다. 교직원 채용 비리, 교육부 지원금, 학생 등록금 횡령 등 각종 금전 문제들이 끊이지 않았다. 온갖 금전 비리는 학교 운영이 소수의 재단 이사들에 의해 독단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래서 2004년, 정부가 개방형 이사제 및 공익 감사제를 골자로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을 했지만, 대법원 판결 이후 07년에 재개정되면서 개방형 이사 선임에서도 재단 측의 의견이 크게 반영되게 되었다. 사립학교를 운영해오던 재단 측은 국공립 학교와 달리 사립학교는 재단 출연금 일부를 자신들이 냈기 때문에 그에 따른 소유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04년에 개정된 사립학교법에 대해서 이들은 헌법이 보장한 사적소유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엄청난 비리를 저지르고도 반성은커녕 강탈당한 재산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20년 넘게 싸우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교육부와 교수와 교직원, 학생들이 자기 재산을 빼앗아갔다고 말이다. 2004년 참여정부가 국가보안법, 언론관계법, 과거사진상규명법, 사립학교법을 4대 개혁입법과제로 선정하고 개정하려고 할 때, 이에 맞서 서울광장에 모인 10만 명의 대부분은 학교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종교단체들이었다. 이들은 사립학교법 문제가 얽혀 있어서 국가보안법 반대 집회에 동원된 게 아니었다. 이들에게 사적 소유권을 부정하는 사립학교법은 북한 공산주의와 교류하겠다는 국가보안법 개정흐름과 다른 게 아니었던 것이다.

법인(法人)은 돈 모으는 쉬운 방법

상지대, 조선대와 같이 대학으로 주로 표현되지만, 정확하게는 학교법인 상지학원, 학교법인 조선대학교이다. 법인(法人)은 법률에 의하여 권리능력이 인정된 단체나 재산을 말한다. 달리 표현하면 법률적 권리를 지닌 사람이 아닌 법인격인 것이다. 법인은 개인을 넘어서 모인 재산에 대한 법률적 권리관계를 규정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권리 주체이다. 종교법인, 학교법인과 같은 비영리 법인 외에도 ‘회사’라는 수많은 영리법인이 있다. 비영리 법인들은 법인 설립자의 출연금과 각종 기부, 자체 수익사업, 학교와 같이 공공적 역할이 큰 기관의 경우에는 국가의 지속적인 보조금을 통해 법인의 재산을 늘린다. 영리 법인들은 주식상장과 같은 방식으로 투자유치를 통해 법인재산을 늘리게 된다. 이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 법인(法人)은 사람이 아닌 법적 권리 주체라는 법률적 규정 이상으로 개인을 넘어서 재화를 사회적으로 모아내는 유력한 방법이다. 그래서일까? 가진 자들은 법인을 특정 개인이 소유하는 게 아닌 사회적으로 모인 재화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자기들이 종자돈으로 불린 재산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재벌 총수 일가가 기묘한 방법으로 얼마 되지 않는 주식지분만으로 계열사를 좌지우지하고, 사학재단 설립자들은 쥐꼬리만 한 출연금을 가지고 원래 자기 재산이라고 주장하면서 온갖 전횡을 일삼는다.

소유권을 넘어

매우 작은 주식 지분, 거의 없다시피 한 재단 전입금 등을 근거로 소유권을 주장하는 이들을 반박하는 가장 간명한 논리는 더 큰 지분을 가진 주식소유자들을 규합하거나, 더 많은 돈을 투여해온 국가의 책임과 권한을 강조하는 방법이다. 필요한 일이다. 그들의 논리를 따르더라도 근거 없는 주장임이 드러난다. 하지만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상지대에서는 교수협의회, 교직원노조, 총학생회, 총동문회 등이 총장 후보를 추천하고 임시이사회에서 이를 추인해왔다. 뿐만 아니라 매년 대학본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총학생회가 검토해왔다. 88년에 교육부의 임시이사가 파견되었던 광주의 조선대 역시 오랜 기간 학내 분규를 겪으면서 학생과 교직원을 포함한 학내 구성원들의 직접선거로 총장을 선출해 오고 있다.

상지대와 조선대는 비리재단을 쫓아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갔다. 비리 재단을 쫓아내고 가장 많은 재정지원을 하는 국가에게 대학을 맡기지 않았다. 교수, 교직원, 학생, 졸업생 그리고 지역사회까지 학교에 연결된 모든 이들이 함께 학교라는 소중한 공적 장소이자 재화를 어떻게 잘 운영하고 키워나갈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온 것이다. 실제로 학교는 이들이 매일 새롭게 만들어가고 살아 숨 쉬게 하고 있었다. 언제 있었는지도 모르는 재단 출연금, 전입금이 아니라, 가르침과 배움이 이루어지는 공간인 학교는 그 학교에 관계된 모든 이들이 매일 매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회사도 다르지 않다. 국민기업이라는 말을 한다. 전 세계에 내놓을 만한 대표적인 기업이라고들 생각한다. 그런데 국민기업이라고 칭해지는 재벌 대기업들은 하나같이 국가의 엄청난 자금 지원과 수 십 년 동안 노동자들이 피땀 흘려 일하면서 성장한 곳들이다. 정확히 말해 대기업에 납품하는 수많은 하청업체들까지 포함해서 한 사회에 필요한 재화를 수많은 이들이 연결되어 생산해낸다. 그래서 국민기업이다. 하지만 현실은 소수의 무리가 주식이라는 이름으로 소유권을 갖고 주인이 되어 그 곳에서 일하는 종들을 부린다. 학교가 교육이라는 사회적 역할을 해내는 것처럼, 개별 기업 역시 사회에 필요한 재화를 생산해내는 것이다. 그런 만큼 그 활동에 연루된 모든 사람들은 학교와 회사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 그 권리가 정확히 무엇일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소유권은 분명 아니다.
덧붙이는 글
정록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388 호 [기사입력] 2014년 04월 10일 13: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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