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 공룡트림] 그 옷, 그 단추 어디서 왔니?

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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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입니다. 어릴 적 겨울은 눈과 방학, 시골집과 아랫목, 크리스마스와 설 등의 즐거움으로 기대되는 시간들이었다. 이제는 추위로 인한 가스비와 건강 걱정이 앞선다. 어떻게 돈 덜 들이고 따뜻하게 지낼지, 감기에 안 걸릴지 말이다. 내복을 입는 것은 당연하고 한 낮에는 잠시 외출을 하고, 도서관을 자주 가기로 한다. 무엇보다 따뜻한 겨울용 외투가 든든한 겨울나기의 동무이다.

위 사진:[사진 설명] 빙하쥐 털가죽/ 미야자와 겐지/ 김선배 그림/ 우리교육
<빙하쥐 털가죽/미야자와겐지/김선배그림/우리교육>은 옷을 통해 보여 지는 인간의 과도한 욕심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한겨울 영하 40도에 이르는 베링 해로 가기 위해 기차를 탄 사람들. 기차 안에 두 자리나 차지한 뚱보신사 다이치는 여우사냥을 간다고 한다. 그는 해달가죽 외투, 비버가죽 외투, 여우가죽 외투와 불에 잘 안타는 외투까지 입었다. 자그만치 450마리의 빙하쥐 털가죽으로 목을 두른 옷까지 입고 있다.. 다이치만은 못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겨울 외투 3개쯤은 껴입고 있습니다. 술에 취한 다이치는 쉬지 않고 자기의 옷 자랑을 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비싼 털옷은 자랑거리인가 봅니다.

쉬지 않고 달리던 기차를 흰 곰인지, 흰 여우인지 알 수 없는 자들이 멈쳐 세웁니다. 베링 해에 여우를 잡기 위해 전기 철조망을 친 다이치를 잡아가기 위해서지요. 다이치는 900마리의 여우 가죽을 가져가겠다니, 사냥꾼만은 아닌 듯 합니다.

베링해 기차를 타게 된다면 나도 겨울옷을 몇 개나 껴입겠지요. 작년에 큰 마음 먹고 구입한 거위 털 잠바를 꼭 챙기구요. 비싸다는 생각을 하면서 몇 번을 고민하다 샀습니다. 유럽에서는 거위 고기를 많이 먹으니, 털을 얻는데 그리 어려움이 없을 거란 생각도 들었지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거위도 살아있는 상태에서 털이 뽑힌다고 합니다. 윤기 나는 털옷을 만들기 위해 살아있는 동물의 가죽을 벗긴다고 하더니 거위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다이치를 구해낸 젊은이가 “너희들의 일은 당연하다. 우리도 어쩔 수가 없어. 살아가려면 옷을 입어야하지 않겠나, .... 앞으로 너무 지나치지 않게 조심할게. 이번만은 용서해다오.” 란 말을 합니다. 지금의 기술은 동물들의 목숨을 담보로 겨울을 나야하는 정도를 넘어섰습니다. 인간의 유행이나 멋을 위해 동물을 희생하는 것은 너무 지나치고 정당하지 못합니다.

정신 차리고 살피지 않는다면 우리의 일상은 온통 누군가의 노동을 착취하고 생명에 잔인한 해를 끼치며 살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가 소비하는 많은 물건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지 못하니까요.

위 사진:[사진 설명] 펠레의 새옷/엘사베스코브/지양어린이

<펠레의 새옷/엘사베스코브/지양어린이>은 옷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 보여줍니다.
펠레가 기르는 어린 양의 털은 깍이고, 할머니는 그 양털을 곱게 빗어서 솜처럼 부풀려줍니다. 솜은 이웃집 할머니의 손을 통해 실이 되고, 펠레는 직접 염색을 합니다. 엄마는 염색한 실을 고은 천으로 짭니다. 천은 마지막으로 재단사의 손을 거쳐 펠레의 새 옷이 됩니다.

펠레는 옷 만드는 과정 하나하나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이웃의 기술을 빌리는 대신 펠레는 그들의 가축을 돌보고, 농장 일을 돕습니다. 무엇 하나 저절로 이뤄지는 일은 없습니다. 새 옷을 입은 펠레가 어린 양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합니다. 옷 한 벌 마련하기 쉽지 않은 소박한 생활이 오히려 풍족해 보입니다. 펠레의 옷 한 벌은 시간이 지나도 귀할 수밖에 없겠지요.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은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만들어졌습니다. 그중 몇몇 나라에서 노동자들을 공장에 가둔 채 일을 시키거나, 낮은 임금을 준다는 사실을 들었습니다. 대단한 멋쟁이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만들어진 옷들은 유행 따라 한 계절 입고 버려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위 사진:[사진 설명] 요셉의 작고낡은 오버코트가 /심스 태백/베틀북
<요셉의 작고 낡은 오버코트가... ? /심스 태백/베틀북>은 낡은 오버코트의 변신을 재미있게 보여줍니다. 요셉아저씨는 낡은 오버코트를 재킷으로, 재킷을 조끼로, .... 만드는 재주를 보여줍니다. 아저씨의 유쾌한 알뜰함은 상상 이상입니다.

옷이 그렇게 많지 않던 시절, 겉옷 하나는 참 소중했습니다. 언니의 옷은 동생이 물려 입고, 큰 옷은 이렇게 작은 옷으로, 소품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당연했지요. 유행 따라 살지 않아도 알뜰하고 솜씨 좋은 요셉은 정말 멋쟁이입니다.

우리는 불필요한 많은 소비로, 다른 생명들의 삶을 박탈했습니다. 몰랐다는 변명도 궁색하지요. 거위를 비롯한 다른 생명과 지구에게 잠시 용서를 빌어봅니다. 여러 생명과 함께 살아가는 지구를 상상하면서 말이지요.
덧붙이는 글
김보영 님은 인권교육센터'들'활동회원입니다.
인권오름 제 390 호 [기사입력] 2014년 04월 24일 11:3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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