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끙] 왜 빌려주는 거죠?

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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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전용’ ‘여성특별대우’ ‘여성을 위한’ 대출 상품들을 접하기 쉬워졌다. 질문이 절로 나온다. 대체 왜 여자에게만 돈을 빌려주는가? 여성들의 필요는 상식선에서 이해가 간다. 남성임금보다 약 35%정도 적은 임금을 받는 여성들, 4대 보험이 되는 직장에서 고정적인 수입을 보장받는 여성들의 수가 적기 때문에 여성들은 제1금융권에서 큰돈을 대출받기 쉽지 않다. 하지만 대부업자들은 왜 그런 여성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일까? 대부업자들이 자선 사업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 손해 볼 생각하면서 돈을 빌려줄 리가 없다. 여성 대출 상품이 늘어나는 걸 보면 분명 돈을 까먹지 않기 때문에 다른 회사들도 눈독을 들이는 걸 텐데 소득이 적은 여성들에게 높은 이자까지 상환 받는 방법이 몹시 궁금하다. 여성전용대출 광고를 보면서 이런 궁금증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내가 오로지 여자에게만 돈을 빌려주는 사람들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상담소에서 만나는 여성들 중 대다수가 그 돈 때문에 문제를 겪는다.


여성대출산업의 조상 - 성매매업소 사장님의 선불금(마이킹)

대한민국 여성대출의 역사를 기록하게 된다면 그 첫 장에는 성매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산업 업주들과 사채업자들이 등장할 것이다. 여성전용대출의 조상 정도 되는 성산업 업주의 선불금 대출은 요즘 많이 뜸해졌다. 성매매를 전제로 한 선불금이 법적으로 무효가 되는 걸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면서 업주들이 몸을 사리게 된 것이리라 추측한다. 목돈이 필요할 때 성매매 업소에서 일한다는 조건만으로 목돈을 빌릴 수 있는 창구였던 업소의 선불금은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다.
성매매 업소 업주들이 몸을 사리는 것과 별개로, 유흥업소 여성들은 이 땅의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이유로 목돈이 필요한 때가 생긴다. 그러나 유흥업소에서 일을 하면서 4대 보험에 들었을 리도 없고, 일정한 소득이 잡히지도 않는 상황이다. 이렇게 답답할 때면 여성들 옆에 성매매 업소 업주와 더불어 있던 사람들이 있으니 그 이름 ‘일수쟁이’라고 한다. 유흥업소 종사자들은 이들로부터 큰돈을 빌리고, 일수를 찍는다.

일수를 어떻게 찍느냐하면...

상담소에서 일하면서 내가 접한 일수들은 대체로 이렇게 운영된다. 예를 들어, 일수쟁이에게 500만원을 빌렸다고 하자. 그러면 이 돈에는 100만 원당 20~30만원 씩 총 100~150만원의 이자가 붙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600~650만원을 상환기일인 100일로 나눠 1일에 6만~ 6만 5천 원씩 갚는 것이 대다수다. (어떤 경우는 500만원을 빌리고 그 중 이자 150만원을 먼저 뗀 뒤 350만원만 받는다. 그리고는 500만원을 100일 로 나눠 하루에 5만원씩 계산하기도 하더라.) 이렇게 매일 계산을 하기 때문에 ‘일수’를 찍는다고 말한다.

이런 식으로 계산해보면 대략 하루에 6만~ 6만 5천 원씩 찍어 계산을 일주일마다 할 경우, 매 주 420,000~455,000원을 갚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면 한 달에 약 180만원을 빚 갚는 데에만 써야한다. 유흥업소에서의 수입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이 일은 매일 혹은 매주 고정적으로 돈을 받기가 힘들기 때문에 매일, 매주 계산하여 100일 안에 갚는 것은 무지 어려운 일이다. 그냥 딱 봐도 이자율이 상당히 높을 거란 걸 알 수 있지만 제1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조건이 안 되는 유흥업소 종사자에게 이 말고 다른 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또 빌리고, 갚기 힘들기 때문에 버틴다. 유흥업소에서 최대한.

급한 돈을 구하기가 어려운 유흥업소종사자들의 상황과 이미 구축된 일수 시스템을 바탕으로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대부업은 땅 넓은 줄 모르고 뻗어나간다. 이런 상황의 유흥업소 여성을 노린 ‘방일수’역시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다.

갚아도, 갚아도 끝이 보이지 않는 방일수

‘방일수’는 유흥업소에서 일하기만 하면, 낯선 지역의 부동산을 통해 방도 찾아봐주고 그 방의 보증금과 첫 달 월세를 빌려주는 걸 의미한다. ‘방대출’이 아니라 ‘방일수’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이 보증금과 월세를 갚는 방식이 위에 설명한 일수와 꼭 같기 때문이다. 내담자의 사례를 조금 각색해보자. A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60만원, 총 560만원을 빌리게 되었다. 원금만 계산해도 하루에 5만 6천원, 매 주 39만 2천원, 결국 백일 동안 매 달 약 156만원의 돈을 방값으로만 지출해야 한다. 여기에 둘째 달부터는 본래 내야 하는 월세 60만원까지 총 2백만 원이 넘는 돈을 방값으로만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매일, 매주 상환하는 방식을 매우 선호하는 ‘방일수’ 업자들은 돈을 잘 못 갚는 채무자에게 새로운 유흥업소를 소개, 알선 한다. 유흥업소를 계속 알선하면서 상환하게 만들 수 있으니 그냥 주민등록증만 확인하고도 보증금을 빌려준다. 채무자가 도망갈 걱정도 없다. 부동산에서 방을 계약할 때 계약자 명의는 ‘방일수’ 업자이니까. 그래서 기를 쓰고 돈을 다 갚아도 ‘방일수’ 업자가 명의 변경을 해주지 않아 곤란을 겪는 일이 왕왕 발생한다. 심지어 방을 옮길 때 이미 갚은 돈이기에 살고 있던 여성이 보증금을 받아야 하지만 집주인이 계약서에 계약자로 되어 있는 ‘방일수’ 업자에게 보증금을 되돌려주는 경우도 있었다.

‘조건’ 없이 빌려주는 사람들이 믿는 구석=이 땅의 유흥업소

이 외에도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암묵적, 직접적으로 요구받는 성형외과 시술을 노린 뷰티론( 성형 수술비를 높은 이자로 대출해주며 연결 된 성형외과를 알선하고 그 몫으로 알선비를 챙기는 대출형태) 역시 꾸준히 상환을 해도 빚의 총량이 줄어들지는 않는 대출형태 중 하나이다.

이렇게 유흥업소 종사자들의 수입은 업소 사장, 방일수, 뷰티론 등의 대부업자들, 성형외과 의사들, 부동산 등으로 찢어 먹히기 일쑤다. 대부업자들은 채무자가 돈을 갚지 못하면 다른 유흥업소를 소개해 주면 된다. 이 땅에 유흥업소는 흘러넘치는 샘물처럼 마를 기색이 보이지 않으니 채무자에게 업소만 알선하면 어떻게든 이자와 원금을 상환하도록 만들 수 있다. 이 얼마나 좋은 먹잇감인가! 그렇게 유흥업소 종사자는 성산업을 둘러싼 자본들의 ‘호갱’,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다.

여성을 위한 대출? 그들은 무엇을 믿고 있는가.

이런 사례를 매 번 접하다보니 여성전용대출을 보면서 대부업의 ‘호갱’이 되어버린 유흥업소 종사자들을 떠올린다. 물론 그저 나의 직업병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심으로 궁금하다. 대부업자들은 돈을 갚을 상황이 안 되는 여성들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이를 되받을 수 있다고 어떻게 확신하는 것일까?

일수든 선불금이든 ‘유흥업소 종사자들을 위해’ 그들의 수입패턴을 고려한 것처럼 돈을 빌려준다. 하지만 그 돈을 빌린 유흥업소 종사자는 천정부지 높은 이자를 갚느라 원금 다 갚고도 빚의 굴레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다. 일수와 선불금을 운영하는 체계가 그러하듯 여성전용대출의 자본은 여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본 스스로의 이윤을 위해 움직인다. 여성전용대출은 안정적인 소득이 없는 여성들이 높은 이자와 원금에 대한 상환능력이 있다는 전제하에 가능하다. 무엇을 근거로 돈을 빌려주고 상환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나의 의구심은 깊어만 간다.
덧붙이는 글
유나 님은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활동가 입니다.
인권오름 제 395 호 [기사입력] 2014년 06월 12일 16:3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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