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파장? 파장!] 현장에 방치된 41명의 에이즈환자는 ‘구제조치가 필요하지 않다’?

두 번의 진정에도 인권위는 움직이지 않아

권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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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1200개가 넘는 요양병원이 있지만 에이즈환자가 갈 수 있는 곳은 단 한곳도 없다. 에이즈환자라고 말하고 입원상담을 하면 100% 거절당한다. 그래서 복지부장관은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제16조(요양시설 등의 설치ㆍ운영)에 따라 2010년 3월부터 ‘중증/정신질환 에이즈환자 장기요양사업’ 수행기관으로 수동연세요양병원을 선정하여 그 역할을 위탁하였다. 그런데 2013년 8월 30대의 환자가 입원한지 13일 만에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는 결핵성복막염으로 대학병원에서 급히 수술을 받았다. 약 두 달간의 치료 후 대학병원에서는 외래진료를 받으라고 했고, 수동연세요양병원을 안내해주었다. 입원하는 날, 당분간 수액을 놓아달라는 대학병원 의사의 당부를 전했지만 요양병원에서는 “수액을 맞아야 한다면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그가 사망하기 며칠 전에 호흡곤란이 생겨 대학병원에 보내달라고 말했지만 요양병원은 그를 보내지 않았다.

인권침해 진정과 차별 진정, 두 번 의 진정

2013년 10월에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등은 HIV감염인의 건강권 및 자기결정권을 보장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수동연세요양병원을 관리. 감독해야할 책임을 방기한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 대하여 국가인권위원회에 ‘인권침해’ 진정을 하였다. 인권침해 진정대상에 민간병원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정작 수동연세요양병원을 진정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권침해진정을 한 이유는 국가예산을 들여 복지부장관이 위탁한 ‘중증/정신질환 에이즈환자 장기요양사업’도중에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과 2011년에 수동연세요양병원에서 에이즈환자에 대한 폭언, 구타,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질병관리본부가 사건을 은폐하고 책임을 방기하여 도리어 인권침해는 더욱 심해졌고 결국 사망사건을 초래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유일한’ 요양병원을 유지하기위해 ‘수동연세요양병원. 질병관리본부-간병인-환자’간의 위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 그 위계가 얼마나 공고했는지, 그 밑바닥에서 간병인과 환자간의 반목만 커져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우리가 증명해야했다. 환자와 그 가족, 간병인들의 증언을 통해 실상이 드러나게 되었다. 수동연세요양병원은 에이즈환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삭발, 저녁 9시만 되면 일괄소등, 강제로 예배 참석시키기, 전화 이용 시 병원직원의 감시, 병원건물 밖 출입을 금지시키곤 했다. ‘에이즈’는 금기어였고, 다른 질환자들과 접촉하는 것을 막았다. 2012년 말까지는 건강상태가 양호한 HIV감염인이 간병을 했다. 요양병원은 ‘동료간병인’들에게 타 병동 암환자와 에이즈환자 간에 접촉이나 친밀감이 있는지, 에이즈환자간에 성접촉이 있는지 등을 감시하도록 했다. 그리고 에이즈환자 병실 청소, 환자복 세탁을 직접 하게 하였으며, 에이즈환자 사망 시 시신을 닦는 일까지 시켰다. 썩션, 욕창 드레싱 등 의료인이 해야 하는 일도 어쩔 수 없이 했다. 환자도 간병인도 환자가족도 그 병원을 ‘사설교도소’나 ‘수용소’에 빗댔다. 그 곳에 대해 ‘병원’이나 ‘치료’같은 말은 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한 달에 몇 차례 방문 진료를 오는 종합병원의 감염내과 의사가 위급한 환자를 발견하여 목숨을 구한 일이 수차례 있었다. 수동연세요양병원은 외부에 문제가 알려질까 봐 철저하게 환자와 간병인의 입을 막았다. 환자도, 간병인도, 환자 가족도 ’에이즈환자가 갈 수 있는 유일한 요양병원‘을 만들어준 질병관리본부가 수동연세요양병원 편을 드는 상황에서 수긍하지 않으면 달리 방법이 없었다.

아직도 인권침해를 받고 있는데 구제조치가 필요 없다고?

수동연세요양병원을 직접 조사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 차별사건만을 골라서 2013년 11월에 수동연세요양병원과 질병관리본부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진정을 하였다. 하지만 두 건의 진정은 모두 기각되었다. 국가인권위는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를 대상으로 한 ‘인권침해’진정에 대해서 2014년 5월 28일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9조 1항 1호 ‘진정내용이 사실이라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 증거가 없는 경우’로 기각 처리했다. 수동연세요양병원과 질병관리본부를 대상으로 한 ‘차별’진정에 대해서도 2014년 4월 24일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9조 1항 3호 ‘이미 피해 회복이 이루어지는 등 별도의 구제 조치가 필요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로 기각 처리하였다.

가장 말이 안 되는 부분이 ‘구제조치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질병관리본부가 2013년 12월 실태조사를 실시한 후 동 병원에 대해 HIV 장기요양사업 지원 대상 부적합한 병원으로 결정하여 HIV 장기요양사업위탁 중지결정을 하고 2014년부터 지원 사업을 중단한 점, 질병관리본부가 동 병원에 입원 중이던 피해자들의 적절한 치료를 위해 대체병원 확보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와 별도로 동 병원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남양주시 보건소(북부보건센터장)에 관리감독을 위탁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다고 한다.

2014년 1월부터 질병관리본부가 수동연세요양병원과의 위탁계약을 해지하였지만, 2014년 4월에 와상환자 5명만을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옮겼고, 41명의 환자는 여전히 수동연세요양병원에 남겨졌다. 위탁계약이 해지되었으므로 외부의 감시체계가 없고, 수동연세요양병원에 남아있는 환자들은 대부분 가족이 없어서 무슨 일을 당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국가인권위원회는 질병관리본부가 남양주시 보건소(북부보건센터장)에 관리감독을 지시하는 공문을 보냈으므로 남겨진 에이즈환자에 대한 조치가 이뤄졌다고 보았다. ‘공문’ 한 장 날리고 보건소에 책임을 떠넘기는 질병관리본부나 그 ‘공문’ 한 장을 믿는 국가인권위원회나 매한가지다. 그리고 질병관리본부의 공문을 받은 곳은 남양주시 북부보건센터장이 아니라 남양주보건소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공문 수취인 확인도 하지 않은 것인가? 남양주보건소는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추가병상 확보되기까지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관리'하라는 공문을 받고는 “뭉뚱그려 관리를 하라면 어떻게 관리하라는 건지, 이런 공문은 참 난감하다”고 하였다. 그리고 “질병관리본부에서 보건소에 떠넘긴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보건소에서는 의료기관 인허가나 인력기준 등 일반적인 것에 대해 관리하는 것이지 인권침해 등을 관리 감독할 수 없다”고 하였다. 공문발송으로 인권침해에 대해 관리․감독할 의무를 다한 것인 양 하는 질병관리본부의 요식행위에 손을 들어주는 것이 인권위의 역할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질병관리본부가 대체병원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데, 이는 모두 앞을 장담할 수 없는 것들뿐이고, HIV감염인의 참여도 배제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서울, 경기도 소재 지방공사의료원과 경기도립 노인전문병원과 협의를 하였으나 성과 없이 종료되었고, 충북 음성에 있는 꽃동네에 다녀온 직후였다. 질병관리본부는 시. 도에서 에이즈환자를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로 연계시키도록 하고, 그것이 어려우면 질병관리본부가 마련할 요양병원으로 연계하면 된다고 했다. 꽃동네가 너무 좋다며 그곳에 요양병원을 마련하도록 협의를 할 것이라고 했다. 종합병원에서 퇴원하고 요양병원을 찾는 에이즈환자가 있어서 서울시에 문의를 하였다. 서울시 담당자는 “서울시에 HIV감염인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질병관리본부와 시가 역할분담을 해야 하는데 진행되지 않았다. 아직 논의계획이 없다. 현재는 환자가 문의를 해도 직접 연계시켜주기 어렵다”고 하였다. 연계시킬 요양병원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 도에 떠넘긴다고 될 일이라고 여긴 것인가? 국가인권위원회는 어쩜 그리도 쉬운가? 꽃동네는 괜찮은가?

에이즈환자를 존중하는 병원을 상상해야

에이즈환자를 존중하는 병원의 모습이란 ‘사람’으로 존중받길 누구보다 바라는 HIV감염인이 제일 잘 안다. 더 이상 질병관리본부의 결정이 내려진 후에 지정된 병원으로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는 ‘시혜의 대상’이 되고 싶지 않다. 병원들과 협의할 때 HIV감염인도 참석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질병관리본부는 거절했고, ‘에이즈에 대한 편견 때문에 병원에서 꺼리는데, 언론플레이하고 시끄럽게 해서 병상확보가 더 어렵다’는 모욕까지 안겨주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질병관리본부와의 면담을 주선해달라고도 요청했지만 질병관리본부가 거절했다고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적어도 질병관리본부에 HIV감염인의 참여하에 에이즈환자를 위한 종합적인 장기요양사업계획을 마련하라고 권고했어야 했다.

조사도, 사실규명도 제대로 하지 않은 인권위의 조사

사실규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증거로 삼은 것은 질병관리본부의 실태조사 보고서이다. 그것도 보고서 전문이 아닌 요약본이다. 질병관리본부가 보고서 전문 제출을 거부했다. 수동연세요양병원에 입원했었던 에이즈환자와 간병인들의 증언 및 증언 자료집은 증거가 되지 못했다. 증언자들의 동의를 구해 연락처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전했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증언자들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질병관리본부의 실태조사 요약본에 차별행위가 일부 적시된 것으로 사실규명을 마무리하였다.

10여일 전에 발신자 번호표시가 없는 전화가 왔다. 에이즈환자의 언니라고 했다. 60대의 동생은 콧줄과 소변줄을 끼고 있는 상태인데 요양병원을 찾다가 인터넷에서 나의 연락처를 찾았다고 했다. 질병관리본부 에이즈결핵관리과 전화번호를 알려주고는 다시 통화하자고 말했다. 그녀의 전화는 다시 오지 않았다. 잘못했다 싶었다. 41명의 에이즈환자가 외부와 단절된 채 피해현장에 방치되어 있고, 요양병원을 찾는 에이즈환자는 어디에 문의를 해도 답을 들을 수 없는 상황인데 구제조치가 필요 없다니!
덧붙이는 글
권미란 님은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 활동가 입니다.
인권오름 제 395 호 [기사입력] 2014년 06월 12일 17: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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