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의 인권이야기] 독립생활, 10년 2

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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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독립하고 많이 바뀌었다. 성격도 바뀌었고,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친하지 않으면 말 한마디 못 나눴던 내가 사람들과 수다 떠는 걸 제일 좋아하게 되었다. (지금도 조금 낯선 장소에 가면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긴 한다.) 그리고 내가 사는 지역에서 단골손님으로서 대우(?)받는 일도 생겼다.

집 근처에 자주 혼자 가는 식당이 있는데, 처음에는 종업원이 무척 어색해해서 밥을 먹는 게 불편했다. 뇌병변 장애로 인해 부자연스런 동작이 그들에게 매우 낯설어 보였던 것 같다. 자신들이 무엇을 도와줘야 할지……. 무엇을 갖다 줘야 할지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가게 문을 들어서면 알아서 의자를 빼주고 편한 방향으로 수저와 젓가락을 놓아주며, 내가 말하는 메뉴를 천천히 알아들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으로 변했다. 오랜만에 가면 안부도 물어보곤 한다.

이러한 변화를 느끼며 나는 세상이 조금씩 더디지만 바뀌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좀 더 용기를 내어 활동영역을 넓혀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소통할 기회를 찾고 싶어졌다. 그래서 여러 종류의 강좌도 찾아다니고 비장애 수강생들과 어울려보기도 했다. 하지만 어울림은 불편하기만 했다. 내가 첫 사회생활을 장애운동에서 해서인지 적응을 더 못하는 것 같았다.

나는 대부분 가게가 계단으로 되어 있어서 먹고 싶은 메뉴보다 들어갈 수 있는 음식점을 찾는 일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사람들과 지냈다. 술을 마실 때 작은 컵을 들고 마실 수가 없어서 맥주 컵에 빨대를 꽂아 마시는 내 모습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며 술잔을 부딪치는 이들과 지내왔다.

그 익숙한 영역에서 조금 벗어난 세상은 내가 변화를 느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세상과 다른 세상이었다. 얼마 전에 알게 된 한 모임에서 사람들은 내가 들어갈 수 있는 장소를 추천해 달라 물어왔고, 바로 그 장소로 정했다. 그 가게의 음식이 조금 비쌌는지 사람들 표정이 굳어지며 음식에 대한 불만 섞인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나 때문에 그 장소로 잡은 거라 안절부절 좌불안석이 되었고, 사람들은 시간을 끌기 위해 맥주 한 잔을 느릿느릿 마시는 모습들이었다. 또한, 내가 맥주 컵에 빨대를 꽂아 술을 마시는 모습에 놀라며 신기해했고 약간 혐오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그렇게 1차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2차를 가자고 일어섰다. 나는 눈치껏 그들이 2차 장소를 자유롭게 잡을 수 있도록 빠져줬다.

집에 오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좀 더 바뀌어야 할까. 세상이 문제투성인 것일까. 분명히 같은 시대에 살고 있는데 그들과 나는 다른 세계에서 사는 듯한 이 이질감은 뭘까…. 불편함이 서로 익숙해지면 되는 것일까. 예전엔 익숙해지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나와 몇 십 년을 같이 살아온 가족은 왜 아직도 내 장애를 불편해할까. 아마도 물리적으로 익숙해지는 문제로 끝난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고민과 성찰이 필요한 것 같다. 사람들이 몸으로 익숙해지는 것과 다르게 마음 한편에서 충돌하는 거부감이 줄어들 때 함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회 구호 중에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살고 싶다! 라는 구호가 있다. 나는 그 구호를 외치며 생각한다. 지역사회에서 다시 고립되어 사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과 기회가 생기는 삶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김상 님은 사회적기업 노란들판에서 노동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인권오름 제 397 호 [기사입력] 2014년 06월 26일 0: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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