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으로 읽는 세상] “세월호 참사 이전처럼 살 수 없습니다”

다른 ‘사회’를 향한 첫 걸음, 바로 4.16 특별법 제정

민선
print
세월호 참사 100일을 앞두고, 잔인한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4.16 진실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하 4.16 특별법)이 제대로 제정되어야 한다는 간절함으로 열하루 동안 뙤약볕 아래 전국을 돌면서 서명을 받았던 유가족들은 지금 이 시간 국회 앞과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 농성 중이다. 친구들의 억울한 죽음이 꼭 밝혀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단원고 학생들은 안산부터 국회까지 친구들을 기억하는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었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11명의 실종자가 하루 속히 가족 품으로 돌아오길 기도하면서 두 아버지는 십자가를 지고 안산부터 진도 팽목항까지 순례 길에 나섰다. 구조에 무능했던 정부는 피해 가족들을 미행하고, 세월호 참사의 고통을 함께 나누려는 이들을 가로막는 데는 신속하고 유능하다. “국가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외면으로 일관하는 저들에게 “우리가 국민”이라고 피해 가족들과 세월호 참사를 함께 겪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온 몸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유례없는 참사 유례없는 대응?

지난 6월 국정조사를 앞두고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유례없는 대참사였고, 따라서 관행을 뛰어넘은 대책을 마련”하고, 특별법 제정에 있어서도 “선진국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획기적인 수준으로 법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정조사에서 관계기관들은 자기변명에만 그쳤다. 국회에서 요구한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고, MBC는 출석요구를 아예 거부해버렸다. 자료제출거부 지침 논란이 있었던 청와대는 요구된 자료 269건 중 단 13건만을 회신했을 뿐이다. 세월호 참사를 조류 독감에 빗대면서 청와대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는 둥 노골적으로 청와대 감싸기에만 나서고, 유가족에게 “가만히 있으라”며 호통 치고 모욕하는 조사위 의원들.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애초부터 국정조사에서 진상규명을 철저히 할 의지 따위는 없었다는 것을 우리는 확인했다.

“아이들이 바다에 있을 때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지금도 가만히 넋 놓고 울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아니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으로 350만 여명이 함께 입법청원 서명에 동참하여 4.16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여야는 7월 17일로 끝나는 6월 임시국회 회기 전 특별법 제정을 할 것이라고 합의했지만, 논의 과정에서 세월호 피해 가족들과 국민들의 참여를 배제해왔다. 특별법의 가장 중요한 과제인 성역 없는 진상조사와 안전사회를 위한 대책 마련을 무시하고, 보상 문제로 축소 왜곡하면서 피해 가족들, 그리고 다른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들을 모욕하고 있다. 피해 가족들은 ‘무늬만 특별법’에 반대하며 결코 물러설 수 없는 길에 서 있다고 이야기한다.

4.16 특별법, 계속되는 참사를 멈추기 위한 첫 걸음

“어쩌면 이리도 똑같은가!” 1999년 씨랜드 화재,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2011년 춘천 산사태, 2013년 태안 사설해병대 캠프 사고 등 참사 피해 가족들은 사랑하는 이를 잃어야 했던 그날에 머문 채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돈벌이에만 혈안이 된 업체, 관리 감독해야 할 관계기관의 부정부패,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한 관계 부처들, 이렇게 얽혀있는 구조는 세월호 참사에서 다시 고스란히 재현되었다. 몇 년도 몇 명의 희생자라는 숫자를 쌓아가면서, 아픔을 오롯이 개인의 몫으로만 남겨두는 한 참사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반복되는 참사의 원인을 철저히 밝히고, 이를 유지 재현하는 구조 자체를 변화시켜야만 참사를 멈출 수 있다. 304명의 세월호 희생자를 잊지 않는 것, 더는 이러한 고통을 또 다시 누군가 겪지 않도록 하자는 것, 그 호소가 바로 4.16 특별법이다. 4.16 특별법에는 △피해 가족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독립적인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충분한 활동기간을 보장하고, △실질적이고 독립적인 조사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수사 및 기소권을 부여하고, △재발방지 대책이 지속적으로 시행되도록 강제하는 것, 그리고 △이러한 활동들이 진행되는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다양하게 국민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 주요 내용으로 담겨져 있다.

여당과 정부는 수사 및 기소 권한 부여는 전례가 없다며 특별법 제정에 제동을 걸고 있다. 그러나 참사 대응 초기부터 국정조사가 진행된 과정에서 이러한 주요 내용이 관철되어야만 하는 이유를 저들 스스로 입증해왔다. 과거사위원회의 경험을 비추어보면, 실질적이고 독립적인 권한이 보장되지 않음으로 인해 조사과정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려는 듯, 시계를 거꾸로 돌려 진실을 왜곡하는 실정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책임을 느낀다는 말뿐, 정작 책임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이들이 판을 치는 현실에서 철저하게 진상규명이 되기 위해서는 4.16 특별법이 제대로 만들어져야 한다. 나아가 성역 없는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마련과 시행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법 제정 이후 제대로 이행되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

“너희들이 이 세상에 빛을 남겨두고 갔다고, 그래서 세상을 바꾸고 변화시키고 움직이게 했다고 나중에 만나면 그렇게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4.16 특별법은 참사를 막고 다른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선이다. 오늘도 간절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기억하면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결코 물러날 수 없는 길에 서 있는 가족들의 곁에 함께 서자. 그것은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서로의 안전을 함께 지키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절박함을 우리가 함께 현실로 일구어내는 시작이 될 것이다.

* 7월 24일 세월호 참사 100일을 앞두고 함께 기억하고 행동하는 여러 일정들이 준비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4.16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천만인 서명운동은 계속 진행됩니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홈페이지를 참고해주시고,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민선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입니다.
인권오름 제 400 호 [기사입력] 2014년 07월 17일 13:56:54
뒤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