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 공룡트림] 전쟁은 왜 하나요 -

왜?/여섯사람/적

이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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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열한 살이 된 아들은 여덟 살 무렵 성인이 되면 군대에 가도록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자주 불안해 한다. 군인과 연상이 되는 단어는 '전쟁'이다. 전쟁터에서 필요한 사람이 바로 '군인'이니까. 여기서, 군인은 합법적으로 총을 들고 '적'이라고 규정된 '사람'을 죽일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가진다. 누군가를 죽일 수 있다는 것은 곧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아이는 직감적으로 그 상황을 알고 이불을 덮어 쓰며 찔끔찔끔 눈물을 흘린다. "군대는 왜 꼭 가야하는 거야..."

그리고 또 이런 질문을 한다. "만일 내가 군대에 있을 때 전쟁이 일어나면, 나도 같이 해야 해?" 전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 혹독한 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것 또한 아이가 두려워하는 부분 중에 하나다. 티비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를 보며 그 때를 미리 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을 때는 좀 놀랐다. 우리 사회 전체를 감싸고 있는 군사주의 문화가 소름끼쳤다. 그리고 얼마 전 아이와 함께 청계천 가에서 놀다가 소원을 비는 동전 던지기 놀이를 했다. 골인! 아이가 자신이 빌었던 소원 내용을 말해 준다. "비염 낫게 해주세요" 그리고,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해주세요". 사실, 아이가 원하는 것은 그 때를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상상하지 않는 것 그 자체다.

작은 싸움이 전쟁으로?

그렇다면 전쟁은 도대체 왜 일어나는 것일까. 그 부분을 고민할 수 있는 그림책 세 권을 가지고 이야기해 볼까 한다.

니콜라이 포포프의 <<왜?>>는 그림으로만 만들어진 그림책이다. 평화롭던 곳이 전쟁으로 파괴되는 과정을 점층적으로 그렸다. 첫 장면에서 개구리 한 마리가 등장한다. 개구리는 꽃 한 송이 들고 고요한 들판에 앉아 있다. 그러던 어느 순간 갑자기 쥐 한 마리가 땅을 뚫고 나와 두리번거린다. 쥐는 개구리를 보자마자 타격을 가해 쫓아내고 개구리 손에 들려 있던 꽃 까지 빼앗아 들었다. 개구리는 물러서지 않는다. 커다란 개구리 무리를 몰고 와서 복수한다. 쫓겨난 쥐는 더 강력한 싸움의 도구, 무기를 들고 와서 가격한다. 쥐와 개구리는 서로 번갈아가며 더 센 무기를 준비해 와서 싸운다. 싸움의 끝은? 폐허다. 푸르렀던 잔디가 검게 타 버리고난 자리 위에 개구리와 쥐가 처량하게 앉아 있는 것으로 끝난다.

처음 이 책을 봤을 때는 폭력과 전쟁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을만한 책으로 여겨 여러 아이들에게 읽어 준 일이 있다. 이 책을 통해 그저 적을 무너뜨려 이기겠다는 광기가 사실은 얼마나 그릇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 자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의문이 들었다. 전쟁이 나쁘다는 말만으로 전쟁을 멈출 수 있는가. 정말 전쟁이 이런 작은 싸움에서 시작 되는가. 고도화된 무기 사용으로 인한 처참한 결과는 그저 꽃이 없어진 평야 뿐인가. 또 아쉬운 점은 이 책을 읽고 나면 마치 전쟁은 인간이 가진 근원적인 '악', 남들보다 더 차지하기 위한 '욕심'으로만 만들어지는 것처럼 생각된다. 그렇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인간 누구나 전쟁을 선포할 수 없다는 것을. 전쟁을 일으키는 자는 누구인가. 그 부분에 더 큰 의문을 품게 되었다.

전쟁이 필요한 사람들

위 사진:[사진 설명] '여섯 사람' 글/그림 데이비드 매키
그림책 <<여섯 사람>>은 전쟁을 일으키는 여섯 사람이 등장한다. 여섯 사람은 떠돌아다니다 정착하여 잘 살게 되었지만 걱정이 하나 생겼다. 도둑이 들어 와서 자기네 땅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공포가 그들을 두렵게 했다. 보초를 세우기 위해 군인을 뽑았다. 시간이 지나도 싸울 일이 생기지 않자 도리어 먼저 다른 농장을 공격하고 재산과 땅을 빼앗았다. 군대가 점점 커질수록 차지한 땅도 넓어졌다. 전쟁을 피해 가까스로 도망친 사람들이 농사를 짓고 군대를 만들어 전쟁에 대비했다. 각각의 군대는 전선에서 보초를 섰다. 전쟁이 없는 고요한 시간에 머물다 물오리를 잡기 위해 쏜 화살을 공격의 신호로 받아들여 전쟁이 시작된다. 전쟁의 결과는? 이 역시 폐허다. 양쪽 모두 여섯 사람만 살아남아 땅을 찾아 떠돌아 다닌다.

여기서 <<여섯 사람>>은 전쟁을 계획하고 지휘한다. 전쟁을 일으키는 이유가 여러 차례 바뀐다. 처음엔 막연한 공포심 때문이었다. 그 다음엔 '적'이 생기지 않자 스스로 누군가의 '적'이 되어 상대를 약탈한다. 경제적인 이득을 얻기 위해서다. 마지막 전쟁은 순전히 오해로 빚어진다. 물오리를 맞추기 위해 쏜 화살이 서로를 향한 것으로 착각해서 전쟁을 일으켜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전쟁이 발발하는 원인이야 여럿이겠지만 역사적으로 군대와 전쟁이 가진 경제적 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 전쟁으로 만들어진 이득을 차지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격차 역시 항상 존재해 왔다. <<여섯 사람>> 그램책에서도 자신이 가진 땅을 지키고 또 그 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는 설정이 있다. 하지만, 제일 처음 군대가 필요한 이유가 단지 '공포심' 때문이었다는 점, 오해로 커다란 전쟁이 발발했다는 점 등이 나란히 놓여 있어 의문을 품게 된다. 전쟁이 단지 오해로 시작될 수 있는가.

개인 간에 벌어지는 다툼은 여러 다층적인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정말 그 사람이 가진 공포심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상황을 왜곡할 수도 있고, 단순한 오해로 사이가 단단히 멀어지기도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왜?>>, <<여섯 사람>>은 평범한 사람들이 개인적인 관계에서 가질 수 있는 '다툼'과 국가 차원에서 계급적, 정치적, 경제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빚어지는 '전쟁'과 혼동하여 접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품게 된다.

적은 누구인가.

그림책 <<적>>(다비드 칼리 글, 세르주 블로크 그림) 전쟁을 다룬 지금까지의 그림책들과는 좀 다른 접근을 하고 있어 흥미롭다.

좋은 그림책은 표지, 면지, 속지 모두가 이야기를 전하는 중요한 구성요소로 잘 배치되어 있다고 한다. <<적>>도 그림책 전면을 잘 활용하여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적>> 표지는 훈장을 잔득 달고 웃으며 경례하는 사람이 등장한다. 그 사람 손끝에는 피가 흐른다. 책장을 넘기면 총을 든 병사들이 패턴처럼 200여 명이 그려져 있다. 다음 장을 넘기면 검정 바탕에 흰 글씨로 크게 쓰여 있다. "전쟁이다". 사막 같은 곳에 참호 두개가 있는데, 그 안에는 병사가 숨어 있다. 그리고 그들은 "적이다" 는 말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참호 안에 숨은 병사는 각각 적과 싸울 대비를 한다. 적을 본 적은 없지만 의례히 아침이면 총을 쏜다. 전쟁이 시작되던 날 받은 지침서에 따르면 상대편 '적'은 무자비한 야수라고 되어 있다. 병사는 그 말을 믿고 참호 안에 숨어 있다. 병사 친구들이 죽고 참호에 혼자 남아 배고픔과 외로움을 참아내지만 전쟁을 끝낼 수는 없다. 그러면 적이 나를 죽일 테니까. 또한, "명령을 내리는 사람들"이 먼저 말해주지 않는다면 전쟁 속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적의 참호에 들어간다. 참호 안에는 적이 간직한 가족사진이 있다. 가족이 있는 사람이 무자비한 야수라니, 그럴 수 있을까 의문을 품는다. 그리고 '적'이 간직한 전투 지침서. 그 안에는 자신도 아이들을 죽이고 나무를 불태우는 괴물로 묘사되어 있다. 그것을 보고 병사는 분노한다. "나는 인간이란 말입니다…….이 전쟁을 시작한 장본인은 내가 아니라고요!……그가 이 사실을 알기만 한다면!"

다시 자신의 참호로 돌아온 그들은 고민에 빠진다. '적' 역시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에게도 나에게도 가족이 있다. 전쟁이 끝나기를 바라지만 "명령을 내리는 사람들"은 아무런 소식이 없다. 기다리는데 지친 이들은 무언가 마음을 먹고 손수건에 메시지를 적어 플라스틱 병에 넣는다. 그리고 총알 대신 메시지가 담긴 병을 '적'에게 던진다. 이야기는 그것으로 끝이지만, 뒷면지의 그림이 그 결과를 암시한다. 앞 면지에 있었던 병사 패턴이 똑같이 반복되어 있는데,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 두 명의 병사가 그 그림에서 사라져 있다.

여기서 "전쟁이다" "적이다"를 발화한 사람은 누구일까. 전장에 있는 병사들이 아니다. 전쟁을 명령하는 이들은 따로 있지만 전장에는 없다. 표지에 훈장을 잔뜩 달고 있는 이다. '적'을 규정하고, '적'을 향해 총을 들도록 명령한다. 적을 무찌르기 위해 싸우는 병사들의 죽음은 국가를 위한 희생이 된다. 명령하는 자들은 죽음과 거리가 먼 곳에서 지휘만 할 뿐이다.

그림책 <<적>>은 전쟁의 '원인'인 보다도 전쟁을 멈추는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한다. 이 책에서 제시한 방법은 서로가 '적'이 아닌 '인간'임을 확인하는 일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전쟁이 필요한 사람들이 만든 거짓된 조작에 속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이선주 님 '인권교육센터 들' 회원입니다.
인권오름 제 402 호 [기사입력] 2014년 08월 07일 11:3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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