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테의 인권나무 키우기] 대리모 출산, 전 세계 출산노동의 아웃소싱

나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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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한 태국여성에게 돈을 지급하고 출산하게 한 호주 부부와 태국의 대리모, 대리모의 몸에서 태어난 아이 사이의 다툼이 점입가경으로 흐르고 있다. 장차 태어날 아이가 장애를 안고 태어난 것을 안 호주 부부는 임신 중이던 태국여성에게 낙태를 요구했다고 한다. 태국의 대리모는 당시 이미 임신 7개월이었던 데다, 불교 신앙관 때문에 낙태 요구를 거부해서 아이를 낳았다고 한다. 후에 그가 낳은 두 명의 이란성쌍둥이 중에서 호주 부부는 건강한 비장애 아이만을 호주로 데려갔다는 것이 언론에 나왔다. 하지만 이 사건은 호주 부부와 태국의 ‘대리모’ 사이의 쌍방 주장이 엇갈려서 판단을 유보하게 만든다.

이 사건은 오늘날 초국적 규모로 이루어지는 대리모 출산이 어떻게 악용되고 있는지 말해준다. 이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리모 출산이 무엇인지를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대리모 출산은 자연적인 방법으로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부부들이 제3의 여성의 몸을 빌려서 아이를 출산하는 것을 일컫는다. 대리모 출산을 의뢰한 이들의 정자와 난자를 대리모의 몸에 주입한 후 산란을 유도해서 출산을 이끈다. 입양과 달리, 대리모 출산은 의뢰자의 유전자가 대리모 출산과정에서 상당 부분 남는다. 이들이 고아들을 입양하지 않고 굳이 대리모 출산을 선택하는 이유는 자신과 닮아있는 아이를 기르며 동질성을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대리모 출산이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면서 여러 국가들에서는 대리모 출산을 불법화하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호주에서는 출산 의뢰자와 대리모 사이에 금전적 거래를 금하고 있다. 그러나 태국의 대리모가 아이를 대신 낳아주었던 이유는 ‘이타적’ 동기라기보다, 경제적 어려움을 다소나마 벗어나려는 의지였다.

‘대리모 출산 성매매와 유사하다’

대리모 출산은 여러 문제를 드러낸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이 대리모의 출산노동을 착취하는 데 있다. 일반적으로 부국 출신의 대리모 출산 의뢰자들은 대리모의 몸을 값싸게 이용해서 건강한 아이를 낳는 데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대리모가 의뢰자와 똑같은 존엄성을 지닌 인간으로 존중받기보다, 돈만 주면 쉽사리 이용할 수 있는 대상으로 추락하기 쉽다. 수태와 임신, 출산과정은 대리모에게 결코 가벼운 ‘노동’이 되기 힘들다. 적지 않은 대리모들은 출산 직후 아이를 의뢰자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고통과 산후우울증을 겪는다.

남아공의 대리모 출산 연구자들인 리즐 판 질(Liezl van Zyl)과 안톤 판 니케르크(Anton van Niekerk)는 대리모 출산을 성매매의 일환으로 바라본다.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구매하며 존엄성을 침해하는 성매매처럼, 대리모 출산은 사회적 약자 위치에 처한 여성들의 존재 가치를 ‘번식’에 국한시켜서 돈만 지불하면 건강한 아이까지 낳아주는 물화된 존재로 격하시킨다고 비판한다. 이들은 보모나 보육교사, 간호사처럼 돌봄노동을 담당하는 직종의 노동자들과 대리모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한다. 대리모들은 인위적인 수태와 임신, 출산과정을 거치며 상당한 감정적, 육체적, 경제적 영향을 받으며, 오래도록 애착관계를 형성했던 아이와 출산 직후 분리되면서 상처를 입는다고 주장한다. 돌봄노동자들과 달리 대리모 여성의 신체는 치유하기 어려울 만큼 수탈을 받아서 중장기적인 영향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여성들이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빈곤 여성들은 자신의 수태기능을 이용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극한의 환경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초국적으로 자행되는 대리모 출산

오늘날 대리모 출산은 일국 내에서 이루어지기보다 초국가적으로 행해지는 경우가 많다. 부유한 국가 출신의 의뢰자들은 대리모 출산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도와 태국, 우크라이나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출산하게 한 뒤 나중에 아이만 데려간다. 대리모 출산을 알선하는 업체에서는 부유한 의뢰자들의 기호를 충족시키는 데 혈안이 될 뿐, 돈을 벌기 위해 대리모가 되어야 하는 여성들의 처지에 관심이 부족하다. 출산과정 자체가 갖는 위험성이 대리모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대리모들 중에서는 임신 도중 의사를 바꾼 의뢰자들이 낙태를 강요하거나, 임신 기간 중 대리모가 건강 이상 증세를 보일 때 계약을 파기하거나, 대리모 혹은 대리모가 낳은 아이가 죽을 경우 병원비와 계약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등 숱한 문제를 나타내고 있다.

저학력, 빈곤계층 여성들이 대부분인 대리모들은 외국어 구사능력 부족과 법률 접근성 부족으로 인해 자신들이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기 쉽다. 대리모들이 계약과정에서 법률적, 의료적, 인권적 문제를 알선업체나 대리모 의뢰자와 충분하게 상의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작태는 이 계약에서 대리모가 가장 불리한 조건에 놓이는 현실을 초래한다.

아무에게도 호소할 수 없는 대리모의 고통

필자가 스웨덴에서 만났던 필리핀 출신의 대리모(현재 스웨덴 남자와 결혼 준비 중)는 십대시절에 낳은 아이를 가난 때문에 미국으로 입양 보냈다. 이후 그는 극심한 죄책감과 아이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쳐서 평온하게 살 수 없었다. 얼마 후 그는 우연히 대리모 알선업체의 광고를 본 후 대리모가 되기로 결심했다. 제아무리 아이를 기르고 싶어도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이들을 자신이 도울 수 있다면, 그는 입양으로 인해 불거진 부채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대리모로서의 임신과 출산과정은 첫 아이를 낳을 때보다 매우 힘겨웠다. 그는 전혀 모르는 의뢰자들의 정자와 난자를 자신의 몸에 주입한 후 임신이 되는 과정을 결코 간단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토로한다. 그는 임신하는 데 성공한 후 입덧이 심해지고 몹시 허약해졌다. 대리모 알선업체에서는 그의 반복된 호소에도 불구하고 애초에 약속했던 돈 이외에는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는 몸이 아파서 더 이상 일할 수 없게 되면서 수입이 급감했고, 병원진료를 자주 받게 되면서 대리모 알선업체에서 지급한 돈만으로는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그는 뱃속의 아이와 교감을 나누다가 출산하자마자 헤어져야 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이러한 불안은 우울증을 유발했지만 대리모로서 느끼는 아픔을 어느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다. 출산 이후 대리모 알선업체에서는 그의 만류에도 아랑곳없이 백인 아이를 곧 미국으로 데려갔다. 입양으로 인한 죄책감을 대리모 출산을 통해서 덜어내려던 그의 의도는 입양 못지않게 극심한 고통을 그에게 남겼다.

‘친자식’ 낳으려는 욕망 대리모 출산 부추겨

오늘날 대리모 알선업체는 한국까지 문호를 넓히며 대리모 출산에 관한 법률적 규제가 완비되지 않은 형국을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업체에서는 아이를 쉽게 낳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리모 출산 과정의 이면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 이 구조에서는 의뢰자들 역시 부지불식간에 대리모 여성을 착취하는 데 공모하기 쉽다. 생각보다 대리모가 받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이 크지 않다는 점, 대리모가 법률적으로 위태로운 상태에서 임신과 출산과정을 거치며 혹사된다는 점, 대리모가 아이와 헤어지면서 겪게 되는 고통을 의뢰자들이 인지했다면 대리모 출산을 쉽사리 결정하는 일들은 줄 것이다.

미국에서 실시된 한 조사에 의하면, 입양을 원하는 이들 중 95% 이상이 신생아를 입양해서 친자식처럼 기르기를 원한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에서 입양되기를 기다리는 아이들 중 95% 이상이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아이들이다. 아이들의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되는 현상으로 인해 입양되지 못하는 아이들이 선진국에서도 적지 않다고 전해진다. 대리모 출산 호황과 국외입양을 통해서 서구 선진국으로 들어오는 수많은 신생아들과 달리, 이러한 아이들은 아동보호시설을 전전하며 유년기를 보내고 있다.

오늘날 서구에서는 부모와 자식들로 구성된 핵가족이 이데올로기화되면서, 집안에 아이가 없는 이들은 소외되고 있다. 이들 중에서는 치열한 노력과 인내심, 막대한 경제적 지출을 요하는 대리모 출산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대리모 출산 의뢰자들이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 빈국의 여성은 자신과 무관한 이들의 가족구성권을 위해 착취되고 있다. 이 여성들의 빈곤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돈을 벌기 위해 여성들의 몸은 ‘효율적으로’ 이용된 뒤 ‘간편하게’ 배반당한다. 대리모 출산은 전 지구의 불평등이 경제적 교환방식으로 거래되며 행해지고 있다.

국외입양과 대리모 출산의 공통점

국외입양과 대리모 출산은 상호 달라 보이지만 여러 공통점을 갖고 있다. 부유한 국가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정상가족’ 구성을 위해 빈곤한 국가에서 열악한 처지에 놓인 여성들의 아이들이 해외로 건네지고 있다. 아동 송출국의 미혼모들과 대리모 출산노동을 해야 하는 여성들의 열악한 지위는 어머니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대리모 출산 알선 업체와 입양기관들은 대리모 출산이나 국외입양을 초래하는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데 역점을 두기보다 어머니가 되기 힘든 이들의 조건을 이용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사회 전 방위로 뻗어가는 이맘때, 대리모 출산 논란은 부국에서 자신들의 행복을 위해 제3세계 여성들의 출산노동까지 매매한다는 상상을 현실화시키고 있다. 출산 의뢰자들이 자신들과 빼닮은 백인 아이들을 재빨리 선진국으로 입국시키는 데 혈안이 된 것처럼, 대리모 출산 과정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주체는 서구의 의뢰자들과 알선업체들이다. 대리모 출산이 건강한 여성들의 잉여 생식력을 이용하면서 불우한 처지에 놓인 여성들에게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준다는 사고는, 왜 어떠한 여성들은 애초부터 타인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몸을 판매할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빼놓고 있다. 출산에 관한 국제분업 체제를 통해서 건강한 아이만을 받아들인다는 시스템은 대리모 출산과 국외입양으로 귀결되고 있다. 이러한 고리는 사람들 간의 근본적인 불평등과 권력 차이를 해소하기보다, 그것을 발판 삼아서 표면적으로 차별을 지워버리는 형태로 미화되고 있다. 대리모 출산을 합리적이고 훈훈한 상생이 아니라, 혹자는 대리모의 일방적인 피해를 기반으로 대리모 의뢰자들과 알선업체들이 이득을 보는 불평등한 문제적 구조라고 비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나이테 님은 인권운동사랑방을 후원하는 자유기고가 입니다.
인권오름 제 403 호 [기사입력] 2014년 08월 14일 15: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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