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라의 인권이야기] 홈리스를 두 번 울리는 지원

박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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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서울역 거리홈리스를 만나는 현장활동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목요일(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에도 서울역에 오니까 이틀동안 아웃리치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현장활동은 홈리스와 만나기 위해 차 한잔을 건네며 안부를 묻는 것으로 시작된다. 대화를 통해 노숙의 어려움과 정보를 공유하고, 이들이 탈노숙하려는 욕구를 확인한다. 이후 구체적인 방법들을 함께 찾아보고, 실천할 수 있도록 지지하며, 동행하는 활동을 한다. 그러나 거리홈리스가 의욕적으로 노숙을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더라도, 제도적 불편함과 한계에 봉착하게 되면서 답답한 상황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

위기에 놓인 홈리스에게 융통성 없는 지원뿐

얼마 전 세 명의 거리홈리스를 만났다. 이들 모두 주거를 얻어 거리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홈리스 상태에서 주거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해드렸다. 먼저 서울시 임시주거지원사업은 연 350명의 홈리스를 지원하나, 예산이 너무 적다보니 신청인원에 비해 탈락자가 많다. 그 다음으로 긴급복지지원제도는 노숙을 위기로 인정하고, 재산소득 등 기준 조건들을 충족하면 되지만, 노숙6개월 미만이란 조건, 노숙인 시설을 통한 지원신청, 예산을 운운하며 홈리스의 마지막 주소지 관할 지자체에 신청하도록 미루는 등 여러 문제가 있었다. 이 두 가지 모두 신청해도 나이가 적거나 신체가 그나마 건강하기 때문에 주거지원 결정이 오래 걸리거나, 노숙6개월이 넘어버린 상태라서 포기해야만 했다.

차선의 방법으로 서울시 희망온돌 사업에 대해 알려드렸다. 이 역시 노숙을 위기로 인정하며, 노숙인지원기관을 통해 신청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 역시 장벽이 있었다. 우선 건강보험료 기준 금액 자체가 너무 낮다. 건강보험 피보험자로 있을 경우나 본인 명의 대포차가 있을 경우 제시하는 기준 금액보다 높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홈리스에 대해 주소지를 옮겨놓고 건강보험료 조정신청을 하면 기준에 맞으니 노숙을 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선주거지원을 하면 어떻겠느냐 제안했지만, 실무자는 신청기준 가이드라인에 따라야 한다며 보류했다. 또 다른 문제는 실무자 개인의 따라 당사자를 대하는 문제도 있었다. 공통서류 외에 굳이 없어도 되는 서류까지 떼어오라고 하는 등 강압적으로 추가서류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것도 한번 갈 때 하나씩만 알려주고 챙겨오라는 것 때문에 여러 번 발걸음을 반복하게 된 홈리스는 실무자에게 받은 스트레스로 신청을 포기하게 되었다.

하나 더 보태자면, 이 모든 지원들은 임대인에게 계약서와 통장 사본을 필요로 한다. 주 노숙지역의 임대인들은 홈리스 상황을 알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는 낯선 홈리스에게 방세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노출해야 하고, 통장사본을 달라고 하며, 곧 입금이 될 거라고 이야기를 듣는 게 못미더워 거절을 하기도 한다.

이보다 심했던 것은 재외국민인 거리홈리스가 지원신청을 했을 때의 반응이었다. 바로 얼마 전 서울역에서 노숙을 하는 고령의 남성을 만났다. 외국에서 태어나 75년이 넘도록 살았지만, 노년에 재산을 자식들에게 분배한 후, 관계가 굉장히 좋지 않아 이에 대한 스트레스로 피붙이 하나 없는 부모의 고향으로 홀로 온 것이다. 갈 곳도, 돈도 없는 상태로 노숙을 하고 있지만 다시는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그를 노숙인지원기관에서는 대형시설로 보냈고, 그 대형시설에서는 다시 그 나라로 돌아가라는 이야기만 숱하게 했다고 한다. 말도 통하지 않아 외로움이 크고, 극한의 노숙생활로 인해 피로가 쌓여있던 그에게 주거지원 정보를 안내하며, 이후 기초생활수급자를 신청하고 수급자가 되면 적은 급여지만 혼자서 생활이 가능하다는 말을 하니 그는 화색을 띄었다. 그래서 인근 노인복지관에 희망온돌 주거지원을 신청했다. 하지만 노숙인에 대해 처음 지원해야 했던 실무자는 노숙인시설의 관리번호 혹은 외국인번호를 가져와야 하며, 통장이 필요한 생계비는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지원이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노숙인시설 이용증명서로 갈음하고, 통장은 당장 만들 수 없으니 현금으로 지원하면 안되겠느냐 했으나 어렵다고 했다. 결국 주거지원만 받게 되었고, 간신히 거리를 벗어났다고 안심할 새 없이 생활비 한 푼 없이 덩그러니 방에서 잠만 자야만 했다. 주민등록번호를 만들고 기초생활수급을 신청하여 급여가 나올 때까지 아마 이 상태가 지속될 것이다.

본분을 망각하지 않기를

사실 재외국민이고 내국인/외국인이고간에 거리에서 노숙을 한다는 것은 복잡한 서류들을 떼어 증명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이미 그 자체가 위기에 놓여있는 긴급한 상황이며, 빨리 거리를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지원이 되어야 한다. 또 방만 얻는 것을 넘어서, 그 다음의 생활이 가능하도록 최소한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매일매일 인간답게 살아가지 못하는 홈리스의 권리를 보장하겠노라 만들어진 ‘노숙인등의복지및자립지원에관한법’과 서울시의 각오가 담겨있던 ‘노숙인권리장전’도 홈리스 상태에 놓인 사람들을 만날 땐 그 본분을 망각하고 있는 것만 같아 상당히 아쉽다.
덧붙이는 글
박사라 님은 홈리스행동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406 호 [기사입력] 2014년 09월 04일 15:5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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