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넘는 인권이야기] 물이 인권이 아닌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할 때

최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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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오바마 정부가 이라크 서북부의 신자르 산에서 이슬람국가(IS)의 무장대원들에 포위되어 있던 소수민족 야지디 주민들을 인도주의적 재앙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분을 들어 이라크에 공습을 시작한 지 두 달여가 지났다. 미 정부는 그 뒤로 공습 지역을 이웃 시리아로까지 확대해 지금도 개당 10억 원이 넘는 미사일을 중동의 모래사막으로 날리고 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정작 자국 내에서는 수십만 명의 주민들이 다가올 ‘인도주의적 재앙’에 대한 두려움으로 유엔과 국제사회의 개입을 호소하고 있다. 시 당국이 수돗물 공급을 끊어버려 이미 2만 5천 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제대로 마시고 씻을 수조차 없는 상황에 놓인 미국 디트로이트 시 주민들의 이야기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 미시간 주에 위치한 디트로이트 시는 작년 7월에 감당할 수 없는 재정 적자를 이유로 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도시다. 우리가 학창 시절에 세계 자동차 산업의 메카라 배웠던 디트로이트 시는 한 때 미국에서 네 번째로 많은 인구의 주민들이 최고 수준의 1인당 국내 소득을 벌어들였던 도시였다. 그러나 지금은 180억 달러가 넘는 부채를 지고, 실업률이 50%에 달하며, 도시 전체에 버려진 건물이 7만 8천 채에 달하는 유령도시가 되어 버렸다. 그 사이 180만 명에 달하던 인구는 70만 명으로까지 줄어들었으며, 남아 있는 주민들의 80%는 다른 도시로 떠나려야 떠날 수조차 없는 흑인 주민들이었다.

위 사진:[출처: http://moratorium-mi.org/]-민중언론 참세상 재인용

그런데 문제는 시 정부가 재정적자 감축을 이유로 가장 먼저 손댄 것이(혹은 방치한 것이) 주민들의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해주던 공공 서비스와 사회 기반 시설이라는 데 있다. 도시 가로등의 48%가 고장 난 채 몇 년 째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거나 공원의 70%가 폐허가 된 건 비교적 참아 넘길 수 있는 수준에 불과했다. 심지어 경찰 월급조차 감당할 수 없어 경찰이 하루 여덟 시간만 근무하는 바람에 범죄 신고를 해도 한 시간이 지나야 경찰이 올까 말까라고 하고, 구급차가 고장 나도 고치지를 않아 각자 자가용으로 응급환자들을 실어 나른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시 정부는 올 3월부터 상수도 요금을 두 달 넘게 납부하지 못한 가구의 경우에 아무런 사전 예고 없이 불시에 단수조치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를 위해 ‘홈 리치 인코퍼레이션(Homrich Inc.)’이라는, 아주 역설적인 명칭의 민간기업과 600억 원에 달하는 계약을 맺었다. 디트로이트 상하수도국(DWSD)을 대신해서 직접 해당 가구를 방문해 수도를 끊어주는 대가였다.

실제로 그들은 7월 한 달간의 유예 기간을 제외하고 3월부터 현재까지 많게는 한 달에 3천 가구의 수도 공급을 끊는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그리고 검은 트럭을 몰고 온 그들 직원들이 집 안으로 불쑥 밀고 들어갈 때는 주민들과 지역 인권단체들의 반발을 저지하기 위해 경찰관들이 항상 동행을 한다고 한다. 정작 주민들이 필요로 할 때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그 경찰들이 말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독자들 중에서는 행여 속으로 ‘수도 요금을 못 내면 단수조치를 하는 건 어디나 마찬가지 아니야?’하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정작 3만 5천 달러에서 43만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수도요금을 내지 않은 지역의 기업들 가운데 수도 공급이 끊긴 곳은 아직 한 군데도 없다. 심지어 수십만 달러의 상수도 요금이 밀린 골프장은 지금도 아무 문제없이 드넓은 잔디밭에다 스프링클러로 엄청난 물을 뿌려대고 있다.

그에 비해, 최저생계비 이하의 수입으로 살아가는 40%의 주민들을 비롯해 전체 32만 3천 가구 중에서 수도요금을 제때 납부하지 못한 절반가량의 가구에 속한 이들은 언제 수도가 끊길지 몰라 전전긍긍해하는 불안한 삶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갓난아기의 엄마가 아이를 제대로 씻기지도 못하고, 물도 없고 돈도 없는 노부부가 하루 종일 집안에서 갈증을 참으며 버티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그래서 가장들은 어떻게든 돈을 빌려보려고 여기저기 뛰어다녀 보지만, 변변한 일자리도 없는 저소득층이나 실업자들이 대출을 받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할 사실 하나는, 디트로이트 시는 작년 한 해에만 10억 달러의 수입을 벌어들이는 등 상수도 사업이 해마다 흑자를 기록해왔다는 사실이다. 미국 전체가구의 상수도 요금 평균이 월 50달러인데 비해 디트로이트 주민들은 그 서너 배에 달하는 150-230달러에 이르는 높은 요금을 지불해온 덕분이었다. 그럼에도 시 정부가 단 두 달간 수도요금이 밀렸다는 이유만으로 사실상의 생명줄이라 할 수 있는 상수도 공급을 끊어버리는 데는 딱 한 가지 이유가 있다. 바로 돈이 되는 상하수도 사업을 민영화해 민간 기업에게 매각하고, 거기서 거둬들인 돈으로 재정적자의 일부를 메우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그리고 디트로이트의 상하수도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민간 기업들은 자신들이 인수하기 전에 최대한 밀린 요금 문제를 해결하라고 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그 바람에 주민들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물조차 제대로 구할 수 없는 극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 시리아 반군을 무장하고 훈련시키는 데만 5억 달러를 지출하기로 결정한 세계 최강대국 미국 사회의 쓸쓸한 자화상인 것이다.

덧붙이는 글
최재훈 님은 '경계를 넘어' 회원입니다.
인권오름 제 411 호 [기사입력] 2014년 10월 16일 11: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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