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김형준의 못 찍어도 괜찮아] 5장

박김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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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전화기가 꽉찮네. 더 이상 사진을 못 찍는다는 표시가 나왔어."
"사진을 찍었어요."
"응. 잘 찍어주었어. 그런데 숙제는 매주 5장만 찍으면 돼. 많이 찍을 필요 없어요. 내가 찍고 싶은 것 5장. 알겠어요?"
"알겠어요. 알겠어요."
스마트폰에 꽉 차 있는 사진들 이것저것 지워봅니다.
수업이 끝날 즈음, 친구를 불러 다시 한 번 얘기해봅니다.
"똑같은 걸 많이 찍지 않아도 돼요. 5장만 찍어오도록 해. 알겠죠?"
"5장입니다."

한주가 지났네요.
"아~ 이번에도 꽉찮네. 일주일에 다섯 장만 찍어도 충분해. 음. 매주 내가 사진들을 지워줄 테니까, 자유롭게 찍는 게 좋겠다."
"사진을 찍었어요."
"응응. 들어가 있어요. 핸드폰 사진 지우고 줄게요."
뭐라고 해야 할까요? 약간의 아쉬움? 그 감정을 뒤로하고 핸드폰 사진을 지우고 있는데. 지우다 보니 지난주에는 없던 하나의 규칙성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한 가지 사물을 다섯 장씩 찍었더라고요. 일주일 동안 300장의 사진을 넘게 찍었는데 말이죠.
지난주에 여러 번 당부한 내용을 다른 방식으로 수용해줬지만, 왠지 모를 뿌듯함이 생기더 라고요.
그 친구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이야기해봐야겠어요. 스마트폰이 꽉 차면 제가 지워주면 될 테니까요.
덧붙이는 글
박김형준 님은 사진가이며 예술교육가 입니다.
인권오름 제 412 호 [기사입력] 2014년 10월 23일 15: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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