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우의 인권이야기] 우리는 일하는 기계가 아니다! 한국에서 퇴직금을 달라! 달라!

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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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9일 <44주년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2014 전국노동자대회>에는 전국에서 모인 수만명의 노동자들이 각자의 구호를 외치면서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에서 유난히 시끄럽게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전국에서 모인 이주노동자들이었다. 그들이 외치는 구호는 한국어에서 영어로 갑자기 네팔어에서 방글라데시어로 온갖 나라의 언어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었다. 하지만 온몸을 들썩이며 외쳤던 그들의 구호는 44년 전 전태일 열사가 분신하면서 외친 그것과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위 사진:“우리는 일하는 기계가 아니다!” “We are not working machine!”


위 사진:한국에서 일한 사람은 퇴직금을 어디에서 받아야 할까?
여기서 잠깐 퀴즈! 여러분이 미국에 가서 1년 동안 온갖 고생을 하면서 일을 했다. 그렇다면 여러분의 퇴직금은 어디에서 받아야 하는가? ① 미국 ② 한국 ③ 잘 모르겠다.

답은 당연히 ① 미국 이다. 그렇다면 두 번째 퀴즈! 방글라데시에서 온 칸 씨는 한국에 와서 1년 동안 두고 온 가족을 생각하며 일을 했다. 그리고 회사 사정으로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렇다면 칸 씨는 퇴직금을 어디에서 받아야 하는가?
① 한국 ② 방글라데시 ③ 이주노동자에게 퇴직금 같은 게 어디 있어! 너희 나라로 가라!

설마 ③을 고르신 분은 없을 꺼라 생각하고 답은 1번과 2번 중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위의 이야기처럼 너무나도 당연하게 ①한국을 고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2014년 7월 29일부터 정답은 ①에서 ②으로 바뀌었다. 즉, 이제부터 한국에서 일하는 모든 이주노동자들은 몇 년을 일하든 어디에서 일하든 상관없이 모두 자기 나라로 돌아가지 않으면 퇴직금을 받을 수가 없다.

이주노동자 출국 후 퇴직금 수령제도의 시행.

이게 대체 말이야 막걸리야 라고 생각하신 분들을 위해서 아주 짧게 지난 1년간 이주노동자 퇴직금제도가 어떻게 개악이 되었는지 요약설명을 드리도록 하겠다. 그동안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인노동자와 동일하게 퇴직을 하게 되면 14일 이내에 퇴직금보험인 출국만기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2013년 9월 17일 새누리당의 김성태의원 대표발의로 불법체류를 막기 위해 출국만기보험금을 종전처럼 퇴직 후 14일 이내에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출국 후 14일 이내에 지급하는 것으로 개정하는 법안이 등장하였다. 퇴직을 출국이라는 말로 바꿨을 뿐인데 한국 땅에서 일하는 수십만 이주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퇴직금을 자기 나라로 돌아가야 받게 된 것이다. 이후 여러 과정을 통해서 결국 법이 통과되었고 2014년 7월 29일부터 이 제도는 시행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주노동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서 퇴직금을 제대로 받고 있을까? 그에 대한 사례 몇 가지를 살펴보자.

이야기 하나. 퇴직금 절대 못줘!

이 법안이 시행된 이후로 사장들 사이에 유행처럼 퍼져나간 주문이 하나 있었으니 이주노동자가 퇴직금을 달라고 하면 절대 못준다고 지급을 거부하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한 가지 설명이 필요하다. 이주노동자들의 퇴직금보험인 출국만기보험금은 기본급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의 특성상 잔업, 특근을 하게 되면 기본급으로부터 차액이 발생하고 퇴직금에도 이러한 차액이 발생한다. 하지만 사업주들은 이런 차액에 대해서 무조건 출국할 때 준다고 버티다가 기다리다 지친 이주노동자가 본국에 돌아가면 모르쇠로 일관하게 되는 것이다. 다행히 본국에 돌아가 퇴직금을 받게 되었지만 본인이 받아야 할 금액과 차이가 발생한 이주노동자가 현지 고용허가제 사무소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들은 한국에 있는 사장에게 퇴직금을 받아낼 수 있는 능력도 방법도 없었다.

이야기 둘! 그 통장은 안 돼!

법안 시행 이후로 본국에 돌아가야만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한국정부는 고맙게도 이주노동자들의 본국 계좌로 직접 송금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다. 문제는 이게 한국정부와 협정을 맺은 은행들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처럼 동네 어디를 가도 OO은행, XX은행이 널려 있는 금융시스템과는 달리 동남아시아의 금융시스템은 수도에 있는 은행을 찾아가기 위해서 시골에서 몇날며칠이 걸러 가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더군다나 본국으로 송금하는 수수료를 많게는 9~10%에 가깝게 물어야 하고 본국의 금융상황에 따라 제대로 원금을 찾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 모든 것들이 한국에서 바로 퇴직금을 지급하면 해결될 문제들이다.

옷에다 몸을 끼워 맞추기. 한국에서 퇴직금을 달라! 달라!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은 이야기한다. 이 제도를 시행함으로 인해 퇴직금을 받기 원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제때 귀국할 것이고 따라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줄어들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법무부의 통계월보에 따르면 개정법률시행후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숫자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2014. 7월 64,647명 ▶ 2014.8 64,805명 ▶ 2014.9 65,112명)

법률적으로도 퇴직 후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과 충돌하고 실제 법률취지도 달성하지 못하고 더군다나 비싼 비용을 들어가며 굳이 한국에서 지급해야 할 퇴직금을 본국에 돌아가야 지급해야 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며 맞지 않는 옷에 이주노동자들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서울 도심을 누비며 행진하던 이주노동자들이 한 목소리로 외치던 구호가 있다. “퇴직금은 어디에서” “한국에서!” “달라! 달라!” “퇴직금을 달라!”


44년 전 전태일 열사가 이야기했던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이야기는 여전히 2014년 이주노동자들에게도 너무나도 꿈만 같은 이야기일까? 다행히도 국회 환노위 안에서 이주노동자들의 퇴직금을 출국 후가 아닌 퇴직 후 14일 이내에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재개정법안이 논의되고 있다. 올해가 고용허가제 10년이다. 말로만 글로벌을 외치지 말고 제발 한국에 오는 이주노동자들 퇴직금 뺏어먹을 생각하지 말고! 한국에서 일하면 한국에서 퇴직금 받자! 받자!1)

1) http://migrantwin.org/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각 나라 언어로 된 이주노동자 출국 후 퇴직금 수령제도 반대 온라인 서명을 할 수 있다. 현재까지 온, 오프라인으로 5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함께 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박진우 님은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상임활동가 입니다.
인권오름 제 416 호 [기사입력] 2014년 11월 21일 18:2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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