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리] 밀양과 청도의 고통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에너지 3대 악법,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뜯어고쳐야 하나?

하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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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이후 밀양 송전탑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70대 농민의 분신자살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이 ‘뭔가를 해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을 불러 일으켰다. 처음에는 송전탑이 어떻게 건설되는 것인지도 몰랐다. 어떤 법조항들이 있는지도 몰랐다. 그러나 밀양을 가고, 청도를 가면서 문제의 근본원인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상황 뒤에는 수십 년 동안 변하지 않은 악법조항들이 있었고, 경제적 이해관계로 얽힌 거대한 시스템이 있었다.

이런 시스템에 대해서는 밀양과 청도 주민들도 알게 되었다. 자신들에게 갑작스럽게 다가온 거대한 송전탑 뒤에는 전원개발촉진법, 전기사업법과 같은 법률들이 있었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밀양 주민들의 송전탑 반대운동이 거세게 이어지자 정부와 국회가 ‘송.변전시설 주변지역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송주법”)’을 제정한 것이었다. 정작 해당 주민들은 ‘보상이 아니라 잘못된 시스템을 고쳐달라’고 요구하는데, 정부는 돈으로 문제를 덮으려 했다. 그리고 밀양과 청도에서 공사를 강행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주민들과 연대시민들이 다치고 경찰에 연행되었다. 그렇게 폭력적으로 송전탑은 세워졌다.

끝나지 않은 밀양, 청도 투쟁

사실 이런 일은 밀양과 청도가 처음이 아니다. 충청남도 서해안에서, 그리고 강원도 산골마을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있었다. 밀양에 앞서 76만 5천 볼트 송전탑과 변전소들이 건설되었던 지역들에서도 반대하는 주민들을 돈으로 회유하고 마지막에는 공권력을 투입해 힘으로 공사를 밀어붙였던 과거가 있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것을 막으려면 법제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고,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밀양과 청도의 송전탑반대 대책위원회, 환경운동연합, 녹색당, 그리고 송전탑 문제에 연대해왔던 여러 풀뿌리 시민조직들이 전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를 결성하고, 에너지 3대 악법을 뜯어고치기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밀양과 청도의 송전탑 반대운동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밀양과 청도 주민들도 그렇게 얘기한다. 정당하지 못한 방식으로 들어선 송전탑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본인들이 받은 고통의 원인이 된 법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때까지 송전탑 반대운동은 계속될 것이라고 외친다.

그렇다면 에너지 3대 악법이란 과연 무엇인가? 전원개발촉진법, 전기사업법, 송주법이 그것이다. 이 법률들은 발전소와 송전탑 건설을 비민주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법률이다. 이 법률들에 근거해서 원전도 짓고 송전탑도 짓는다. 그래서 이 법률들을 뜯어고치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제는 없어져야 할 최악의 유물, 전원개발촉진법

첫째, 전원개발촉진법은 1978년 한전 등 전원개발사업자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졌던 법이다. 한마디로 발전소, 송전탑, 변전소 등을 쉽게 지을 수 있도록 만든 특별법이다. 이 법에 근거해 정부와 공기업들은 원전도 짓고, 초고압 송전탑도 건설해왔다.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는 없었다.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듣지도 않았다. 전원개발촉진법의 핵심적인 문제는 인.허가의제 조항과 토지강제수용조항에 있다. 본래 개발사업을 하려면, 여러 법률들에 따른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런데 전원개발촉진법에 따르면, 발전소나 송전탑에 대한 ‘실시계획 승인’이라는 것을 받는 순간에 「국토의 이용 및 계획에 관한 법률」, 「도로법」, 「하천법」, 「자연공원법」, 「농지법」, 「산지관리법」 등 20개 법률에 따른 인.허가 절차가 끝나는 것으로 간주(의제)된다. 각각의 법률들이 존재하는 의미는 무시된다. 이처럼 여러 법률들이 정해놓은 규제들을 뛰어넘어 추진되는 것이 발전소, 송전선 건설이다. 그리고 지역주민들이 반발하면 토지를 강제수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법조항이 이렇게 되어 있으니, 평생 농사지어온 땅을 한 순간에 뺏기는 경우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경남 밀양에서 2012년 1월에 분신자살한 농민은 결국 이 전원개발촉진법이 만든 희생자인 것이다.

이처럼 전원개발촉진법은 한마디로 한국전력 같은 사업자를 밀어주기 위한 법이다. 절차도 간소화하고, 강제수용권이라는 막강한 권한까지 준 것이다. 그러다보니 한국전력의 사업추진방식은 매우 비민주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실시계획 승인만 받으면 되기 때문에,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시늉만 해왔다. 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정보를 알리고 설득하기 보다는 형식적이고 졸속적인 주민설명회를 거쳐 사업을 강행하기에 바빴다. 밀양, 청도 등의 지역에서도 형식적인 주민공청회를 거쳐 일방적인 정부의 실시계획 승인과 토지수용이 이어졌고, 지역주민들의 의견은 묵살되었다. 그래서 전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는 전원개발촉진법이라는 특별법을 페지하자고 주장한다. 다른 분야의 법률을 봐도, 이런 식의 특별법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위 사진:[출처]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민주적 절차가 보장되게 뜯어고쳐야 할 전기사업법

둘째, 전기사업법도 완전히 새로 만드는 느낌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대한민국이 원전밀집도 세계 1위 국가가 되고, 끊임없이 바닷가에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를 지어대는 국가가 된 것도 전기사업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밀양, 청도 송전탑도 그 필요성에 대해 지금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막무가내로 밀어붙여졌다. 그 시작은 전기사업법에 따라 수립하게 되어 있는 계획들이 부실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전기사업법에 따르면, 발전소나 송전탑을 짓는 첫 번째 단계는 전력수급기본계획, 장기송.배전설비계획 등을 수립하는 것이다. 발전소를 지으려고 하는 사업자들은 이 계획에 한줄 들어가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다. 그런데 이 계획이 수립되는 과정은 투명하지 않다. 발전소나 송전탑 건설의 타당성에 대한 검증절차도 없다. 소수의 관료, 원전이나 전력사업과 이해관계가 있는 전문가 등이 계획을 좌지우지한다. 시민단체 인사 몇 명이 참여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것으로 시민참여가 이뤄진다고 할 수 없다. 전기위원회, 전력정책심의회 같은 심의기구를 두도록 전기사업법에 되어 있으나, 아무런 독립성이 없는 형식적 기구에 불과하다. 외국의 경우에는 이런 식으로 송전선 건설계획이 수립되지 않는다. 미국만 하더라도,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 및 주정부별 공공사업규제위원회(PUC 또는 PSC)가 신규 송전선로 건설시에 신규송전선로 건설이 아닌 다른 대안들(대안선로 및 비송전선 대안)을 동시에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이런 대안들에 대해 검토를 한다. “비송전선로 대안”으로는 원전 같은 대규모 발전소가 아닌 지역분산형 발전으로 전력문제를 해결하거나, 수요를 관리해서 송전선을 짓지 않을 수 있는지가 검토된다.

따라서 전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는 계획수립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민주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전기위원회를 독립기구화하고, 각종 계획의 수립과 사업인.허가, 입지선정, 분쟁조정 등을 담당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발전소나 송전선 건설이 과연 필요하고 타당한 것인지를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검증하자는 것이다.

엉터리 보상으로 주민분열 야기하는 송주법

셋째, 송주법 같은 경우에도 고쳐야 하는 점들이 많다. 현재 헌법소원을 제기해 놓은 상태이지만, 지금 송주법은 그동안 송전선 때문에 피해를 입어 온 지역주민들은 보상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새로 짓는 송전선은 보상을 일부 확대하지만, 기존 송전선의 피해에 대해서는 눈감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무런 합리성이 없는 것이다. 또한 15만 4천 볼트 고압송전선도 보상확대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15만 4천 볼트 송전선은 전압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철탑 높이가 낮아서 전자파 피해가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이 송전선은 제외한다는 것도 납득할 수가 없는 것이다. 한마디로 송주법은 밀양 송전탑 반대운동이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고, 그동안 정부와 한전이 사업을 추진해 온 행태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만들어낸 졸속 법률이다. 그래서 이렇게 엉터리 같은 내용으로 법률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전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는 송주법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제대로 된 내용으로 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에너지 3대 악법 개정운동은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한 운동

이처럼 전원개발촉진법, 전기사업법, 송주법이라는 3대 에너지 악법을 개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전력마피아, 원전마피아로 불리는 이권집단들이 법개정을 막으려 할 것이다. 그래서 에너지 3대 악법 개정운동은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한 운동이기도 하다. 그동안 밀실에서 소수의 사람들이 전력정책을 주무르며, 시골주민들의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게 한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이 현실을 바로잡고, 주권자인 시민들이 참여해서 전력정책, 에너지정책을 결정하자는 것이 에너지 3대 악법 개정운동이다. 시민들의 힘으로 잘못된 법을 고치는 것부터 시작하자는 것이다.

지금 정부는 신울진원전단지에서 출발하는 신울진-신경기 76만 5천 볼트 송전선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예정된 초고압 송전선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더 이상 밀양과 청도의 고통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이제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하승수 님은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입니다.
인권오름 제 417 호 [기사입력] 2014년 11월 27일 7: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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