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욱의 인권이야기] 우리 안의 분단병 치유하기

장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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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분단병 환자다. 분단의 비극 때문이다. 분단 70년인데, 이렇게도 종북몰이에 취약한 이유다. 집단 트라우마요, 집단 공포병이다. 극우보수세력들의 위협에 가위눌린 야만적 사회다. 이성적 사고는 도저히 자리 잡기 힘든 사회다. 이성과 합리를 내세우며 이 사회의 치부를 가리려는 반쪽이들이 행세하기 십상이다.

탈북자를 상대로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으로 간첩이 조작되고 있는데… 독방 감금, 고문, 허위자백, 간첩조작 등 우리 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알리는 진실의 언어를 쓰기가 어려운 사회다.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조선시대에나 있을 법한 일이 21세기 대명천지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에 대해 제1야당조차 간첩조작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기자회견 제목을 당일 기자회견 현장에서 화들짝 증거조작이라는 표현으로 고치는 촌극을 연출한다. 극우보수세력에 꼬투리 잡혀 종북으로 몰릴까 두려운 때문이다. 이런 식의 겁먹은 신중함이 넘쳐나다 보니 간첩 조작은 이를 주장하는 사람이 모두 책임지고 증명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횡행한다.

탈북자들을 상대로 최장 6개월까지 특수 독방에 가둬 고문 가혹행위로 대본에 의한 허위자백을 완성하여 간첩을 조작하는 기막힌 현실을 목도하고 이를 세상에 고발하자 처음에 이를 믿는 이가 드물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에서 다행히 여동생의 허위자백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를 중국에서 수집해 왔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다.

아무리 6개월 갇혀 있었다고 하더라도 여동생이 아무런 근거 없이 오빠를 간첩이라고 허위 자백할 수 있느냐는 의심 섞인 질문에 답하기가 얼마나 힘들었던지 아무도 모른다.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의 실상을 폭로하는 여동생의 기자회견 이후 여동생 말만 믿고 기자회견을 한 것에 대한 불안 섞인 시선도 극복해야 했다. 국가폭력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이를 그대로 전달하겠다는 양심의 발로, 그 이상의 조작 증거와 고문의 증거를 더 갖추기란 하늘에서 별 따기인데 우리 안의 의심과 불안을 맞닥뜨린 현실은 냉혹하기 그지없었다.

거짓말 탐지기 회피용 밴드 부착 약물을 만들어 위장 탈북 여간첩을 남파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최고법원이 존재한다. 시키는 대로, 유도하는 대로 허위 자백을 하다하다 수사관을 농락하기 위한 심정으로 만들어낸 거짓말 탐지기 회피용 약물이라는 거짓말조차 진실로 둔갑해 버리는 조작 여간첩의 기막힌 코미디 같은 운명에 피눈물을 흘린다.

우리는 모두 한국 사회를 낡은 매카시즘의 공포안에 가두어 놓고 있는 극우보수세력에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는 분단병 환자다. 우리 사회는 공포사회다. 북을 악마 화하는 극우보수세력의 횡포에 겁 질린 채 우리는 비정상의 사회에서 오늘도 숨죽이며 살아가고 있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정의가 바로 서지 않는 긴 세월 동안 우리 사회에 똬리를 틀고 앉은 극우보수세력들은 무소불위의 철면피가 되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극우보수세력은 간첩조작이 명명백백히 밝혀진 이후에도 간첩 조작을 밝혀낸 변호인에게조차 종북몰이로 자신의 위기를 빠져나가기에 여념이 없다. 그들이 휘두르는 절대무기는 국가보안법이다. 무시로 헌법도 부정하는 국가보안법에 우리 사회는 분단 반세기 이상 공포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무시무시한 극우보수세력에게 치명적 약점이 있다. 그들에게는 양심도 없고, 상식도 없고, 정의도 없다. 있는 것이라고는 절대무기 하나 밖에 없다. 절대무기의 실체는 무엇인가. 겁주기와 근거 없는 낙인찍기. 왕따 괴롭힘에 양아치 짓 하는, 수준 미달의 유치하고 치졸한 허깨비 모습이다. 눈 부릅뜨고 맞서 훅 불어버리면 박멸되고 마는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다. 이런 유치한 허깨비가 지배하는 공포사회로부터 우리 모두가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

우리 모두가 분단병을 치유하지 못하는 사이, 간첩 조작의 누명을 쓴 국가폭력 피해자는 끊임없이 양산되어 올 수 밖에 없었고, 우리 사회는 간첩 조작과 같은 국가폭력을 근절할 스스로의 힘을 키울 수 없었다. 더 이상 혐오와 증오로 뒤덮인 분단의 비극을 운명처럼 뒤집어쓰고 우리 안의 의심과 불안을 키우며 자신을 갉아먹는 분단병을 방치할 수 없다.

이제 분단병을 고쳐야 한다. 암흑과도 같은 분단 병동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떻게. 우리가 모두 분단병 환자로 병동에 수용된 이 비극의 현실을 자각하자. 공포에 가위눌린 우리의 자화상을 솔직히 인정하자. 용기를 내자. 극우보수세력의 절대무기에 겁먹고 농락당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유치한 허깨비들에 겁먹지 말고 저항하자. 묵묵히 정면을 향해 맞서 조금씩 조금씩 걸어나가자. 훅 불면 사라질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다. 다시는 제자리에 가만히 멈추어 서거나 회피하지 말자. 우리 모두의 힘을 믿고 분단병을 고치는 길에 함께 나서자.
덧붙이는 글
장경욱 님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 입니다.
인권오름 제 421 호 [기사입력] 2015년 01월 07일 17: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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