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참깨] 청와대의 유체이탈 정보공개.

정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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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한다. 대부분의 시간을 책임자의 자리에서 보내는 그녀는 문제가 발생할 때에는 책임자의 자리에서 빠져나와 관찰자나 심판자로, 심지어는 피해자로 둔갑해 인의 책임을 타자화 시킨다.

그녀의 유체이탈 능력은 말 이외에도 다양한 곳에서 발휘된다. 그 중 하나가 정보공개다. 그녀는 야심차게 내 걸었던 첫 번째 공약인 “정보공개 강화”에서도 유체이탈을 일상적으로 구사하고 있다. 본인뿐 아니라 청와대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유체이탈 능력자가 되고 있는 우스운 현실. 그 현실로 인해 나타나는 소위 “빡치는” 상황들.

#1 숨바꼭질.

박근혜 정부는 사전정보공표를 강화겠다고 했다. 정보공개청구를 하지 않아도 정보를 알아서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것. 이게 바로 사전정보공표다. 거의 모든 사전공개는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공공기관의 홈페이지에 다양한 정보들을 시기에 맞춰 올려놓고, 그 정보들을 시민들이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링크를 연결한다던가, 효과적인 검색도구를 구비한다던가 해야 한다. 하지만 유독 사전공표정보를 찾기 어려운 곳이 하나 있다. 바로 청와대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나오는 대통령비서실 공표대상 행정정보는 총 10가지다. 하지만 이중 정보의 소재가 구체적으로 명시되거나 링크설정이 되어있는 항목은 한 개도 없다. 심지어 사전공표정보목록에는 나와있는 ‘대통령기록물 생산현황’은 아예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지도 않다. 아무리 뒤져봐도 찾을 수가 없다. 청와대는 국민들과 숨바꼭질이라도 하자는 걸까? 그렇다면 나는. “못찾겠다 꾀꼬리”
위 사진:<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는 사전공표목록 공개 현황과 위치>

#2 정보공개 질. MB때보다 후퇴

박근혜정부의 정보공개정책인 정부3.0의 핵심은 정보의 “활용”이다. 질 좋은 공공정보를 산업에 활용하고, 창업도 하면 창조경제도 활성화될 것이다..... 뭐 이런 거다. 좋은 얘기다. 하지만 그러려면 전제가 있다. “질 좋은” 정보가 있어야 한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얼마 전 청와대에 대통령이 받은 선물 목록을 청구했고 공개를 받았다.

이 정보의 문제점을 찾았는가? 이 자료를 보면 국가 및 기관명의 순서가 ㄱㄴㄷ 순으로 정렬되어있고, 또 선물목록 역시 별도로 ㄱㄴㄷ 순으로 정렬되어 있다. 그 결과로 자료를 받아 보는 사람은 어느 나라에서 어떤 선물을 대통령에게 주었는지 전혀 알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청와대 직원이 공개를 하면서 굳이 각각 두 번의 <텍스트 내림차순 정렬>이라는 수고를 했기 때문이다. 정보공개청구 하는 국민이랑 '썸'타는 것도 아니고. 공개지만 공개가 아닌. 이런 쓸데없는 행위를 청와대는 왜 하는 걸까.

게다가 이런 식의 처리는 이전 정부보다도 한참 후퇴한 모습이다. 구구절절 글로 쓸 필요도 없이 단 한 장의 사진으로 모두 설명된다.

아래 사진은 이명박대통령 당시 청와대에 정보공개청구 해서 받은 대통령 선물 목록이다. 어느나라의 누구한테, 언제, 얼만한 크기의 어떤 선물을 왜 받았는지 알 수 있다. 청와대는 원래 이정도 수준으로는 정보공개를 해왔던 그런 곳이었다.

#3 대답 회피. 동문서답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의 2013년 정보공개처리 현황은 다음과 같다.
위 사진:<2013년 대통령비서실 정보공개처리현황>

500여건의 정보공개처리에 대해 청와대가 직접 결정통지 처리를 한 것은 100건도 되지 않는다. 청와대는 상당수를 정보공개청구를 다른 기관으로 넘기고(타기관 이송) 있기 때문이다. 직접 결정통지를 한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답변을 잘 하지 않는다.

정보공개센터는 청와대에 국무회의 속기록 작성현황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한 적이 있다. 언제 열리고 누가 참석한 몇 회차 국무회의에 대해 속기록을 작성하고 있는지를 물은 것이다. 그 청구에 대해 청와대는 아주 간단하게 답변을 했다. <작성하고 있습니다.> 라고.

분명히 청구서에는 몇 가지 항목들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은근슬쩍 두루뭉술 동문서답 형으로 대답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당당하게 통지는 <전부공개>. 저 50건의 전부공개에는 이런식의 공개가 얼마나 더 있을까.
위 사진:<청와대의 국무회의 속기록 작성현황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공개답변 결정통지서>

나는 박근혜 정부의 공약에 기대했었다. 정치에 대한 신뢰보다는 ‘정보공개를 잘하겠다’는 약속(공약)을 예상치도 않게 그녀의 입으로 들은 데서 오는 놀라움이나 반가움 때문이었던 것 같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후보의 공약들을 들으며 말을 내뱉었으니, 당연히 지키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나는 너무 어리석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부3.0 공약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모습이 유독 청와대에서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사실 상당수의 많은 기관은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으로 건 사항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 약속은 정말 약속이나 한 듯이 유독 청와대만 피해가고 있다.

유체이탈 화법으로 언제나 책임의 자리에서 쉽게 빠져나오는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는 공약에서도 유체이탈해 정보공개의 책임에서도 혼자 빠져나오고 있다.

문득 궁금하다. 이렇게 많이 유체이탈을 하고 있는데. 몸이 제대로 있기는 할까?
덧붙이는 글
정진임 님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 입니다.
인권오름 제 421 호 [기사입력] 2015년 01월 07일 18: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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