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으로 기억하는 4.16] 우리 모두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김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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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부적절한 초기 대응, 책임 있는 컨트롤 타워의 실종, 정보는 공개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유언비어 유포자를 색출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정부의 모습은 세월호 사건 때와 너무도 닮아 있다. 이 정부는 실패로부터 어떠한 교훈도 얻지 못한 것 같다. 반면, 시민들은 세월호 사건을 거치면서 한 가지 확실한 교훈을 배웠다. 바로 ‘각자도생’이라는 생존 이데올로기 말이다. 국가가 시민을 기만하는 곳, 국가가 시민을 보호해주지 않는 곳에서, 어떻게든 각자의 살 길을 찾아야 함을 체득한 것이다. 그래서 유언비어 단속 엄포에도 불구하고 휴대전화로 열심히 정보를 퍼 나르고, 그럴 필요가 없다는 정부의 발표에도 학교에 휴교를 요청한다. 마스크와 건강식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린 건 물론이다. 심지어 메르스 접촉자나 의료진 가족의 신상정보를 알아내고 이들을 배척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러한 각자도생의 아수라 속에서 우리 사회가 깨달은 것은 역설적으로 이 사회에서 절대로 ‘각자’ 도생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아메리카 선주민의 오래된 격언처럼 우리 모두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올바른 정보가 제 때에 소통되지 않으면 모두가 함께 위험에 빠지게 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어느 병원을 통해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지 나만 정보를 알아서는 소용이 없다. 옆 사람도 그 정보를 알고 있어야 내가 그 위험을 피할 수 있다.

둘째, 나이, 성별이 다르고, 사는 곳도 다르고, 경제 수준이 다른 많은 이들이 이토록 많은 공간을 공유하면서 함께 살아간다는 점이 새삼 알려졌다. 내가 아무리 조심한다 한들, 전혀 일면식 없는 타인, 스쳐간 누군가가 함께 조심해주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셋째,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가 결코 불평등의 당사자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다시금 분명해졌다. 비정규직 병원 노동자들에게 동등한 대우와 보호를 제공하지 않았을 때 문제는 결코 ‘그들’에게만 그치지 않았다.
위 사진:[사진 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그리고 이렇게 시민들 사이의 배려, 연대와 협력의 필요성을 깨달으면서, 그래서 더더욱 정치가 중요하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미 우리는 세월호 사건을 통해 지식과 기술만큼이나 정치가 시민들의 생존과 안전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바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이다. 감염병의 유행을 차단하는데 소독약품이나 치료제 못지않게 정치가 중요하다는 것을 매일매일 실감하고 있다. 사실 의료진, 일선의 방역 담당자들, 역학조사관들과 각 분야의 전문가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말 그대로 혼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경험으로 알고 있듯, 줄다리기의 성패는 참가자들 각자가 얼마나 힘이 세고 열심히 줄을 당기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일사불란하게 힘을 모으는가에 달려 있다. 각자 아무리 열심히 줄을 당겨도, 그 리듬이 맞지 않으면 힘은 그냥 흩어져 버릴 뿐이다. 모두의 헌신을 체계적으로 총괄할 수 있는 민주적이고 책임성 있는 정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메르스 사태는 어쨌든 종식되겠지만, 사회 불평등이라는 오래된 위험, 크고 작은 새로운 위험이 계속해서 우리 사회를 고통스럽게 할 것이다. 세월호 사건, 메르스 유행을 거치면서 힘들게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대처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덧붙이는 글
김명희 님은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연구원 입니다.
인권오름 제 443 호 [기사입력] 2015년 06월 19일 12: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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