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리] 우리는 아직 세월호에서 내리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인권이 침몰한 사건

초코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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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구조적으로 취약하며 위험한지 보여주었다. 참사가 발생된 시작부터 이후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 및 수습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인권침해를 목격하였다. 지난 2월부터 인권활동가들과 기록작가, 다큐멘터리 감독 등이 함께 세월호 인권침해 실태조사단을 꾸려 수개월 동안 세월호 피해자들과 만나며 인권침해 실태를 다각적으로 조사하였다. 그리고 지난 7월 15일 보고대회가 열렸다.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조사단은 ‘세월호 참사는 곧 인권침해 사건’이라는 어쩌면 너무 당연한 결론에 도달했다. 세월호 참사는 단순히 특정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시키는 형태로 강화된 이 사회의 구조가 나은 참사였다. 그렇기에 훼손된 권리들을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 그 구조의 한 축을 담당했던 정부와 기업, 언론의 의무와 함께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과정에서 시민으로서 모두의 책임이 무엇인지 살펴보려 하였다.


존재 이유 자체를 망각한 정부

세월호 참사 앞에서 안전한 삶을 보장받을 권리, 생명구조를 최우선으로 요구할 권리, 진실을 알 권리, 책임자 처벌을 요구할 권리, 물질적 배상과 정신적 위로를 받을 권리 등 인간 존엄성에 기초한 기본적인 권리들이 처참히 부서졌다. 이러한 권리를 존중하고 실현하는 주체로서의 국가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국가기구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안전한 삶’을 위해서라는 게 헌법 등에도 이미 명시되어 있다. 위험에 대한 노출 및 취약성을 줄이기 위해 합리적인 예방 행위를 취하지 않고, 복원력을 강화하지 않고, 효과적인 고통의 완화 조치를 취하지 않는 정부의 태만은 그 자체로 인권침해다. 더구나 안전을 무시하고 이윤 보장을 위해 선박 연한을 연장하는 등 세월호 참사가 발생될 수 있는 조건을 야기하면서 안전을 위협하는 구조를 만들어낸 정부의 책임은 분명하다. 또한 사고가 일어났을 당시 적극적인 구조 조치를 하지 않음으로써 사고를 참사의 수준으로 확대시킨 주체가 정부였음은 이미 당시 구조에 나선 해경 123정장에 대한 재판 등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참사 이후에도 정부는 국가범죄라 부를 수준의 인권침해를 저질렀다. 2005년 유엔인권위원회가 채택한 <불처벌 투쟁 원칙>에서는 알 권리, 배상 및 재발 방지에 대한 권리 등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진상을 규명하기보다 이를 단순한 사고로 의미를 축소하려는 것을 넘어 특별법 및 시행령 제정 등 전 과정에서 참사의 진실을 알 권리를 적극적으로 침해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이후 지원 과정에서 정부는 치유와 회복을 위한 기본적인 원칙조차 지키지 않았다. 피해자는 단순히 지원의 대상이 아니라 권리 요구의 주체여야 한다.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요구를 수렴하면서 지원 계획이 세워져야 한다. 그러나 공급자 중심의 정부 지원 정책은 실질적인 경제 활동이 불가능하고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고려는 무시되었고, 일방적인 지원 과정에서 피해자는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 또한 지원 과정은 산술적으로 일정 기간을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실질적으로 치유와 회복의 과정이 마무리될 때까지 이루어져야 하지만 정부는 의료 지원의 경우도 일방적으로 5년을 못 박았다. 이처럼 치유와 회복이라는 기본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은 지원 과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윤에 잠식된 기업의 사회적 의무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과정은 해당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비롯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입․이용하는 소비자와도 연결되는 과정이다. 따라서 기업은 자사가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가져올 수 있는 직접적 또는 잠재적 인권 침해와 위협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러한 사회적 책임의 가장 기본은 노동자와 소비자가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지만, 이러한 책임은 이윤 추구라는 목적에 밀려나기 일쑤다.
세월호 참사도 무리한 증축 및 과적 등 기업이 인권을 존중하기 위한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않은 결과이다. 세월호는 선박 자체가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수준으로 불법 개조되었음이 드러났다. 게다가 청해진 해운은 최초 구조의 의무가 있는 선원들에게조차 제대로 안전 교육을 하지 않았다. 청해진 해운은 2013년 기준으로 승객 모집을 위한 광고 선전비 및 접대비로 3억 원을 쓴 반면, 안전교육 등 선원 연수비로는 단지 54만 원을 사용하였다.
또한 노동자의 존엄성을 지키도록 노력하는 것은 기업의 중요한 책임이다. 노동 과정에서 노동자의 존엄성은 단지 그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노동의 결과인 재화나 서비스를 공유하는 불특정 다수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세월호에 탑승했던 비선박직 직원들은 승객은 물론이며 본인의 안전을 위해 기본적으로 숙지해야 할 선박의 구조는 물론이며 안전장비의 위치조차 알지 못하였다. 세월호 직원들의 노동 환경 또한 열악한 상황이었다. 조리원 등 비선박직 직원들의 경우 주변과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한 고립된 공간에서 일하면서 사고가 일어났을 때 초기에 적절한 탈출 조치를 취하기 어려웠다. 또한 기름을 비롯해 위험한 물질들이 선박 안에 있음에도 난파 등의 사고를 대비한 안전 조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던 사실도 이번 실태조사 과정에서 확인되었다. 그 결과는 대부분의 비선박직 직원의 사망으로 이어졌다.
기업의 재화와 서비스로 인한 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그렇기에 기업은 당연히 사고 해결의 주체로서 적극적인 피해 구제 노력을 벌여야 한다. 그러나 청해진 해운은 피해 구제를 위한 행동도 제대로 취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피해자들이 초기에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후에도 청해진 해운은 피해자에 대한 경제적‧의료적 지원을 전혀 하지 않았다. 화물기사 피해자들의 경우 당장 다시 일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지만, 이와 관련한 어떤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이는 세월호에 탔던 승객과 직원 등 모든 피해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시민으로서 연대한다는 것

모든 시민이 연대에 기초하여 책임을 공유하는 것은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중요한 힘이 된다. 이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성원으로서 특히 피해 배상에 관한 책임을 공유하며 참사에 대한 집단적 기억을 만들고 전파하고 유지할 책임이 시민 모두에게 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했던 것은 바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의 시선으로 인한 고통이었다. 피해를 온전히 존중하기보다 생존 여부로 피해의 정도를 가늠하거나 보상금과 같은 숫자의 문제로 접근하고, 피해자다움을 강조하는 주변의 시선은 피해자가 온전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을 막아서는 것은 물론 사회로 다시 복귀하는데 큰 장애물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시민으로서 우리의 책임의 시작은 피해에 대한 온전한 존중이 되어야 한다.
존엄한 삶이 훼손되는 사회 구조에서는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 세월호 참사는 세월호를 탔던 사람들과 그의 가족, 친구 등에게만 일어난 참사가 아니라 바로 지금 이런 현실을 함께 겪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일어난 참사이다. 세월호 참사를 우리 모두와 연결된 사건으로 인식하는 것, 기억하고 행동하자는 약속과 다짐은 연대에 기초해 시민으로서의 책임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번 실태조사 과정에서 말한 한 피해자의 말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하고 싶어요. …… 우리 아이는, 내 동생은 이런 일을 겪었지만 당신 아이는, 당신 손자는, 우리 아이는 나중에 커서 이런 일 겪지 않게 하기 위해서 잊으면 안 된다, 진상규명이 돼서 이걸 토대로 안전사회가 만들어질 때까지, 수학여행 갔다가 돌아오는 게 정말 일상적인 게 되는 날까지 잊으면 안 된다. 이게 진정한 애도거든요. 근데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는 게 애도고, 눈물을 흘렸다고 애도고... 애도의 의미를 모르는 거 같아요. (박0나, 희생학생 형제자매)

정말 함께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것

세월호 참사를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비극으로 남겨둘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바꾸어야 할 사회의 모습을 제시한 사건으로 집단의 기억을 구성할지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 우리가 있어야 할 위치는 고통을 받는 이들을 보며 눈물짓는 ‘착한 사람’을 넘어 그러한 참사를 가능케 한 사회 구조를 같이 겪고 있는 이들로서의 연대자의 위치여야 한다. 안전한 삶이 더는 유보되지 않도록 변화를 이끌기 위해 우선 참사를 가능케 한 구조가 무엇인지 분명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할 때 우리는 공포에 쌓인 삶이 아닌 온전한 삶을 자유롭고 평등하게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세월호 인권선언을 함께 준비하고, 오늘도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을 요구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것이다.


* 4.16 인권침해 실태조사 보고서 함께 보러 가기(클릭)
덧붙이는 글
초코파이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449 호 [기사입력] 2015년 07월 30일 17: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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