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리] IMF 외환위기 17년, 한국은 살만한가?①

만성화, 장기화된 빈곤의 얼굴

최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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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에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강행하였다. 1997년 말 대통령으로 당선된 김대중은 외환위기 해소를 위해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과 구조조정에 합의하고 이를 충실히 이행하였다. 구조조정의 결과, 17년이 지난 2015년 한국사회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노동시장의 유연화, 각종 규제철폐, 민영화 등 이른바 ‘개혁’이라는 이름을 달고 지난 몇 년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신문지면과 방송을 통해 되뇌이며 실행에 옮긴 정책들로 인해 서민들은 살만한가? 각종 지표는 암담한 현실을 보여준다.

빈곤이 ‘만성화’ 되었다

60~70년 절대빈곤의 시대, 대다수 사람들은 가난했고 가난을 이겨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였다. 대다수 사람들은 열심히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고 믿었고 그 결과 한국은 고도성장을 이루어냈다. 한국은행과 세계은행의 세계발전지수(World Development Indicators) 자료에 따르면, 2012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조1천295억 달러로 세계 15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무역규모로 세계 8위이다. 2015년 현재, 사회적인 부가 축적되었음에도 여전히 빈곤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은 다시금 한국 사회를 재구조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준다.

[표1]에서 보듯이 절대빈곤율은 1996년 3.0%에 불과했다가 1997년 한국경제위기 이후 2000년부터 8.2%대에 이르렀다. 2008년 다시 세계경제위기가 찾아오자 2009년 8.4%까지 올라갔다. 1997년 말 외환위기와 2008년 세계경제위기는 한국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만큼 한국경제가 세계경제 위기에 취약한 구조가 되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절대빈곤율은 90년대 이전으로 회복하지 못했지만 1% 정도 내려가면서 유지되고 있는 반면에, 상대적인 빈곤율은 14%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위 사진:[표1] IMF 경제위기 이후의 빈곤율 추이(* 농어가 가구는 포함되지 않은 결과임) 1) 절대적 빈곤 : 최소한 유지되어야 할 ‘일정한 생활수준(최저생계비)’을 상정하고, 가구 소득이 일정한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를 빈곤으로 규정한 것. 2) 상대적 빈곤 : 상대적으로 그 사회의 다른 사람들보다 적게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정의된다. 예컨대, 소득이 한 사회의 평균소득이나 중위소득의 40%, 50%, 60% 이하일 경우 빈곤한 상태로 보는 것이다.

『빈곤 · 불평등 추이 및 전망』에서 김미곤 보건사회연구원은 “1인당 GDP는 크게 증가하였지만, 절대빈곤율과 상대빈곤율은 1990년 중반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과거와는 달리 경제성장이 빈곤율 감소로 이어지는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가 사라졌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절대빈곤과 상대빈곤을 합쳐 22%대가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한국사회 빈곤이 ‘만성화, 장기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대한 운동사회의 우려의 목소리 또한 이어지고 있다.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활동가는 “많은 사람들이 노동하거나 노동하지 않거나 빈곤하다. 특히 노동력을 상실한 장애인, 노인들은 더 심각하다. 정부가 내놓은 복지정책은 손에 잡히지 않고 가난한 사람들은 기댈 곳이 없다”고 말했다. 전국빈민연합 유의선 집행위원장은 “한국사회에 빈곤이 스며들어 일상화되었다. 대다수가 빈곤한 현실은 많은 사람들이 빈곤을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은 빈곤하지 않다고 여기는 모순적인 현실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핵심은 긴축재정 정책이었다. 긴축정책으로 인한 고금리 정책은 금융자산, 부동산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소득의 증대로 이루어졌다. 반면, 정부가 통화량을 감소시키고 금리를 인상하자 서민들은 지출할 수 있는 소득 자체가 줄어들었다. 중소기업은 도산하였고 노동자들은 해고되었으며 임금은 떨어졌다. 2000년 한국은 국제통화기금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장학생으로 졸업했음에도 가구별 소득점유율은 한국사회 심각한 부의 불균등과 소득격차를 보여주고 있다.

[표2]에서 보듯이 2006~2010년까지 상위 10%는 소득이 6.3% 증가했으나 하위 10%는 78.2%나 떨어졌다. 중위 1,2그룹 역시 각각 소득이 18.7%, 57.2%로 떨어졌다. 자산(금융, 부동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더 돈을 잘 벌 수 있는 구조이나 자산이 없는 사람들은 더 가난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위 사진:[표2] 소득분위별 가구 소득 점유율 (출처: 2012. 2. 15, 「일으켜 세우는 복지, 주저앉지 않는 국민」, KDI)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산이 없는 이상 대개 사람들은 노동을 통해 소득을 유지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 강제로 이식된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소득불평등의 구조적 축으로 작동하고 있다. 불안정한 일자리는 실업과 반실업의 상태를 오고 갈 수밖에 없는 조건으로 작용한다.

[표3]에서 보듯이 취업 여부가 장기 빈곤 여부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인으로 꼽혔다. `항시적 빈곤'을 겪는 가구주의 80.2%, 3회 이상 빈곤 경험 가구주의 55.9%가 미취업자이다. 상용(정규직)노동자의 경우 항상 빈곤 퍼센트는 1.1%에 불과하다.

위 사진:[표3] 장기적 빈곤 현황과 빈곤상태별 취업현황

빈곤율의 추이가 고용 상태, 실업상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상시적인 빈곤은 실업과 반실업의 상태 속에서 유지된다. 따라서 소득을 확보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확보되어야 빈곤율이 내려갈 수 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안정적인 일자리 확보는 쉽지 않으며 불안정한 일자리가 구조적으로 생산, 유지되는 조건에서 빈곤은 어느덧 우리의 일상을 잠식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최은아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457 호 [기사입력] 2015년 10월 09일 12:5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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