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으로 읽는 세상] 단원고 '기억교실'

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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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주]

세상에 너무나 크고 작은 일들이 넘쳐나지요. 그 일들을 보며 우리가 벼려야 할 인권의 가치,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 질서와 관계는 무엇인지 생각하는게 필요한 시대입니다. 넘쳐나는 '인권' 속에서 진짜 인권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나누기 위해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들이 하나의 주제에 대해 매주 논의하고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인권감수성을 건드리는 소박한 글들이 여러분의 마음에 때로는 촉촉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다가가기를 기대합니다.

새들의 보금자리가 되는 곳
식물들이 모여 살 수 있는 곳
이 작은 나무에서 누군가는 울고 웃었을 나무
이 나무를 베어 넘기려는 나무꾼은 누구인가
그것을 말리지 않는 우리는 무엇인가
밑동만 남은 나무는
물을 주어도 햇빛을 주어도 소용이 없다
추억을 지키고 싶다면
나무를 끌어안고 봐보아라
- 故 신호성 학생의 시 '나무'


외가 쪽 선산이 경매로 넘어가 이전해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쩌다 이런 상황까지 온 것인지 안타까움과 함께 할머니 할아버지 산소를 찾은 기억이 너무 오래전이라 죄송한 맘이 들었다. 그리고 내색은 안 했지만 엄마 마음이 어떨지 걱정되었다. 엄마는 할머니를 떠올리며 지금도 가끔 울곤 한다. 몇 년 전 할머니는 꽤 오랜 기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으셨다. 당시 일산에서 강북에 있는 병원까지 매일 오갔던 엄마가 심하게 몸살을 앓던 날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것, 아프다 돌아가신 거였지만 경황이 없어 돌아가신 이유를 그때 정확히 확인하지 못했던 것이 엄마에겐 여전히 마음 아프고 할머니께 미안하고 미안한 일이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지금도 엄마는 그때가 떠오를 때마다 울컥 가슴 깊은 곳에서 아픈 마음들이 올라오는 것 같다. 거리가 있어 자주는 아니었지만, 종종 엄마는 계절이 달라졌음을 알려주는 꽃나무를 사 들고, 이것저것 간식을 싸서 산소에 가시곤 했다. 안부를 전하고, 살아계실 때 못했던 이야기를 하며 반나절을 그곳에서 보내다 오던 엄마, 그런 엄마에게 선산 이전 소식이 어떻게 다가갈지 헤아리기 어려웠다.

얼마 전 단원고 교실 문제를 접하며 헤아리기 쉽지 않은 마음들이 이어지고 겹쳐졌다. 명예 3학년으로 희생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기억교실’(10개 교실과 1개 교무실)을 우선 존치하기로 했지만, 아직 돌아오지 못한 9명의 실종자 수습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어떤 진전도 없는 상태에서 2016년 신입생 배정을 앞두고 ‘기억교실’의 존치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금요일에 돌아오기로 했던 아이를 갑작스레 떠나보내야 했던 가족들이다. 어제처럼 내일도 늘 함께할 것이라 생각했던 친구를 하루아침에 잃은 학생들이다. 빈자리를 마주하는 것은 아프고 슬프지만, 터질 듯한 그리움을 안고 가 이야기를 건네고 편지를 쓰면서 생생히 살아있던 존재들을 느끼고 만나며 위로를 얻는다. 그래서 ‘기억교실’은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의 의미를 넘어 깊은 애도의 장소이고, 죽은 자와 살아있는 자를 연결해주는 장소이다.

2016년 2월 졸업식까지 ‘기억교실’을 존치한다는 원칙을 확인한 이후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던 경기도교육청은 현재 당사자 간 해결하라는 식으로 뒤로 물러선 상태다. 2016년 졸업과 함께 새로운 신입생을 받기 위해서는 공간이 필요하고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마련할지 계획이 필요했지만, 1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나가는 동안 학교 측도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다. ‘단원고 학생’, ‘단원고 학부모’로 살아가게 될 이들은 누구보다도 단원고가 아픔을 딛고 건강하게 나아가길 바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소위 단원고 ‘정상화’라는 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흔적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꿈을 키우며 소중한 관계들을 맺는 곳이기도 하지만, 입시경쟁이라는 현실 속에서 학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까봐, 그로 인해 상처가 있는 학생들에게 또다른 피해가 있을까봐, 더 생채기가 날까봐 불안하고 걱정하는 마음도 떠올려진다. 무겁고 아프다. 그러나 쓰리고 따가운 상처가 아물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세월호 참사는 한국사회가 함께 겪은 참사이지만, 구체적으로 단원고라는, 안산지역이라는 공동체가 함께 겪고 있는 참사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치유와 회복을 위해서는 학교공동체가, 지역공동체가 함께 보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치유와 회복은 충분한 애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4.16 이후의 교육은 달라져야 한다고 했던 경기도교육청은 이러한 시간을 어떻께 함께 만들어갈지 고민하고 노력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그저 당사자 간 합의를 존중하겠다고 하는 것은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수수방관하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우선적으로 경기도교육청이 학교공동체, 지역공동체와 함께 어떻게 단원고 교실 문제를 해결할지 책임 있는 태도로 나서야 한다.

세월호 참사가 왜 발생했는지, 왜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는지, 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이 나라 대통령과 정부 기관들은 제대로 답한 적이 없다. 제대로 답하길 기대하는 것이 모순일 것이다. 생명보다 이윤이라는 위험사회로 치닫도록 자본과 정부가 공조해왔기에. 그래서 세월호 참사 이후의 사회는 달라져야 한다고 이야기했던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를 통해 추모와 기억의 중요성을 배우고 있다. 아픔을 잊으면 비슷한 아픔을 반복하게 된다는 것을 수많은 참사의 경험이 가르쳐줬다. 단원고 교실을 그대로 존치하는 것이 정답이고, 그것만이 추모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 질문하게 하고,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 고민하게 하는 중요한 장소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기억교실’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끌어안고 봐보아라”. 어디서부터 어떻게 헤아려야 할지 막막하고 먹먹했던 것이 좀 더 가깝고 분명해진 듯하다. 단원고 교실 문제가 어떻게 기억하고 추모할 것인지 함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길 바란다.


위 사진:출처: 416가족협의회
덧붙이는 글
민선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460 호 [기사입력] 2015년 10월 30일 15: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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