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의 인권이야기] "바보야, 문제는 사각이야!"

그 ‘이름’들은 왜 사무실로 이사했을까?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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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12월이 절반을 넘어선 지금 다들 한해를 돌아보고 다음 해를 그려볼 시기입니다. 올 한해 일하는 사무실에는 두 사람의 ‘이름’이 이사를 해왔습니다. 두 사람 모두 그 ‘이름’조차 적을 가족이 없고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보일러도 가스렌지도 없는 사무실, 잘 수도 먹을 수도 없는 이곳에는 그래서 사람들 없는 ‘이름’만 이사를 와 있습니다.

5월에 만난 그는 혈혈단신으로 병원에 입원 중인 사람이었습니다. 머리를 다쳤고 염증이 심해졌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던 ‘비장애인’이었습니다. 상담이 시작된 이후 병원을 옮기고 여러 차례의 수술을 받으며 그는 ‘장애인’이 되기 위해 기다리는 중입니다.

6월에 만난 그녀는 ‘장애인’이었습니다. 부모님은 안 계셨고 언니와 오빠 등도 장애가 있고 도움을 주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녀는 다른 지역에 살다가 광주로 오게 되었습니다. 광주로 온 뒤 몇 차례 생활공간을 옮겨야 했고 그때마다 ‘갈 수 있는 곳’을 중심으로 그녀의 거처가 정해졌습니다.

위 사진:출처: 노들장애인야학
두 사람은 각각 시청과 구청으로부터 상담이 의뢰된 경우입니다. 앞선 남성의 경우 긴급 의료비 지원으로는 수술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회복 과정에 곁에 있어 줄 무료 간병 지원 기간은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수술비를 모금하고 간병비를 모금해야 했습니다. 걸어서 입원했던 그는 수술이 거듭 되면서 상태가 나빠졌습니다. 다행히 실력 있는 간병인 덕분에 지금은 많이 호전되어 다시 걷고 조금씩 회복하고 있습니다. 긴급 의료비와 무료 간병인은 그가 침대에 눕는 데까지는 지원됐지만, 다시 일어나 침대를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지는 않았습니다. 뒤의 여성은 어렸을 때부터 생활시설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자신의 삶을 그리고 준비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제때 받을 수 없었고 그 와중에 거친 행동들로 병원에 입원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잘못하면 병원에 입원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이해될 만큼 그녀의 곁에 필요한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인력과 조건은 만들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병원에 입원한 그녀에게 여전히 지원할 수 있는 것은 ‘갈 수 있는 곳’을 알아보는 정도가 고작입니다.

장애인에 대해서는 일자리 제공(662→707억원), 발달장애인 가족휴식 지원(40→55억원) 및 활동지원서비스 서비스 대상자 지원(5.8→6.1만명) 등을 통해 소득 보장 및 사회참여와 일상생활을 지원한다.

- 2015년 9월 9일 / 행정자치부 홈페이지 / 제목 : 생애주기별 맞춤형복지 완성과 안전한 국민생활 여건 조성을 위한 2016년도 민생안정 지원 주요 사업 추진수혜대상자별,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의 틀 완성 강화

오늘 오늘 하면서 이 사람 이 사람만 되뇌는 우리에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와 관련된 입장과 소식들은 ‘그래서 이 사람에게 어떤 의미가 있냐?’는 기준으로 그 실효성이 판단되곤 합니다. 그렇게 보면 위 행정자치부의 보도자료 내용은 그닥 의미있는 내용이 아닙니다. 아직 장애인이 아닌 남성은 활동지원 서비스를 신청할 수도 없을뿐더러 활동지원 서비스가 아닌 간병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발달장애 ‘3급’인 여성에게는 퇴원 후 일상에 필요한 활동지원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게 지원될 것이고 자립에 필요한 종합적인 계획 수립과 지원은 ‘신청’할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니니까요. 아마도 구청과 시청에서 인권센터에 상담을 의뢰한 담당 공무원들 또한 그렇게 느꼈을 겁니다. 그러니까 활동보조인이 아닌 재활 치료를 지원할 수 있는 간병인 지원은 어려운 상황이고 자립에 필요한 종합적인 계획 수립과 지원은 ‘신청’할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닙니다. 담당 공무원의 모니터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 그러나 모니터 밖 현실에선 절실히 필요한 그것.

반면, 모니터 속에 있는 일들만이라도 적극적으로 해줬으면 하는 일들도 있습니다. 지난해 어머니마저 돌아가시고 30대인 두 자매 모두 근육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상황인 집이 있습니다. 동생은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고 있으나 어머님 사망 이후 2인 이상의 장애인 가구로 ‘취약가구’에 해당해 80시간가량의 추가지원을 받아야 했지만, 보호자 일시 부재로 구분되어 1년 이상 그보다 훨씬 적은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언니 또한 장애등급 재판정을 통한 활동지원 서비스 이용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활동지원 서비스는 모니터 속 글자만 주의 깊게 확인했어도 추가 시간을 제대로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한 집에 근육장애인 자매가 생활하고 있고 이들의 거동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방문과 이동지원 등의 적극적인 지원을 강구해볼 수도 있었을 겁니다. 동생의 활동보조 시간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장애등급 재판정을 통한 장애등급 조정과 활동지원 서비스 신청을 시도한 언니에 대해 주민센터 담당자가 보인 반응은 야속하고 불편했습니다.

“동에서는 그런 절차를 도와주기 어렵다. 해본 적이 없다.”
“우리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복지부정신고센터와 사회보장 유사-중복사업 정비 등으로 유난히 살벌했던 한해였습니다. ‘깎기’ 위해 번뜩이는 눈, 그만큼의 노력을 ‘찾기’ 위해 쏟았다면 하고 생각해봅니다. 잠도 잘 수 없고 밥도 해먹을 수 없는 그런 사무실에 병원에 있는 제 주인과 떨어진 이름들만이 이사와서 ‘여기 사람이 있다’고 서류에 글자로 박혀야 하는 현실을 봅니다. 시설이 아닌 자기 집에서 서로 함께 살고자 하는 근육병이 진행 중인 자매들을 봅니다.

위 사진:2015년 4월 7일 열린 ‘복지재정 효율화’를 이유로 그나마 있는 복지마저 축소하려는 정부 규탄 기자회견. ‘반 복지’ 정책을 펴는 ‘복지 5적’에 대해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다. (출처: 빈곤사회연대)

올 한해, 발로 뛰며 피부로 느끼며 그렇게 사각(死角)을 알았습니다. 사무실로 이사 온 이름들과 집 밖으로 나오기 힘든 사람들은 2015년이 지나도 남겠지요.

그 이름들이 퇴원한 제 주인들을 만날 수 있기를,..
그 자매들이 적극적 행정을 만날 수 있기를,..
그래서 이들이 문밖에 있는 사람들과 만나 함께 살 수 있기를...
그 때문에라도 우리의 발과 피부가 인권의 사각(死角)을 놓치지 않게 되기를...

그렇게 다짐해봅니다.
덧붙이는 글
동주 님은 광주인권운동센터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467 호 [기사입력] 2015년 12월 16일 17:2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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