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지의 인권이야기] “당장 죽더라도 수술대 위에서 죽고 싶어!”

한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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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여름, 활동에 정신이 없을 즈음 경악할 만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평소 친분을 가지고 있던 FTM(*) 트랜스젠더 친구의 의료사고 소식이었습니다. 대전의 한 성형외과에서 싼 가격으로 가슴제거수술을 받기로 했던 그는 수술 후 10분 만에 봉합도 하지 않은 채로 퇴원해야했습니다. 서울로 돌아온 그는 곧 실신을 했고, 119구조대에 의해 큰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오른쪽 가슴부위의 과다출혈과 출혈된 피의 응고로 여차하면 생명이 위험할 수 도 있는 상황이었고 결국 그는 600cc의 응고된 피를 제거하는 등의 재수술을 받았습니다. 어느 정도 회복된 후 그와 나눈 대화에서, 그는 수술 도중 “이거 이렇게 해도 될까요?”, “뭐 문제 있겠어? 있으면 다시 해주던가 아님 긁어 내면되지”, “이번에는 티(T)자로 해볼까요?” 등과 같은 의사들의 대화를 들으며 마치 ‘마루타’가 된 기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그 병원 측에 항의를 했으나 “상황이 딱한 것 같아 비싼 수술을 절반가격에 해줬는데 이런 식으로 나오면 섭섭하다”는 식의 말도 안 되는 답변만이 돌아올 뿐이었습니다.

의료 가이드라인의 부재

장문의 메일로 상담을 해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치료를 시작하려고 하는 트랜스젠더인데 호르몬치료는 어떻게 해야 하며 수술은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 등에 관한 것이 대다수입니다. 답메일을 한참 쓰다가는 “어느 병원으로 가야할까요?” 하는 질문에서 말문이 턱 막히고는 맙니다. 나 역시도 임상경험이 없는 개인병원에서 시술을 받았다가 좋지 못한 결과를 얻은 당사자 중의 한 명이기 때문입니다.

통상적으로 치료를 시작하려면 정신과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한 후에 ‘성주(정)체성장애’라는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그 후 가장 첫 번째로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고, 상당 시일이 지난 후에 성전환수술을 받는 것이 일반적인 과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 기준에 맞춰 성실히 답메일을 쓰려 노력하지만 암담한 현실 때문에 다시 한 번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30만 원에서 100만 원을 호가하는 정신과 진단서, 그나마도 ‘성주체성장애’에 관해 진단을 내려줄 수 있는 정신과전문의는 턱없이 부족하기만 합니다. 사실 ‘장애’도 아닌데 ‘장애’ 진단을 내리려고 하니 쉽지 않을 수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너무 비싼 가격 앞에서 매번 좌절하게 됩니다. 호르몬 치료라는 것도 뚜렷한 임상결과가 없어서 어떠한 부작용을 초래할지 예상할 수 없을 뿐더러 그 비용도 천차만별이기 일쑤입니다. 의료보험적용가가 2,000원~2,500원 하는 약을 2만 원에서 많게는 10만 원까지 요구하는 것을 보면 쉽사리 파악할 수 있지요.

일정 정도 호르몬 치료가 진행되어 수술을 결심하면서부터는 더욱더 험난한 여정이 시작됩니다. 말 그대로 성전환수술의 가시밭길을 헤쳐나가는 작업들이 시작되는 셈입니다. 수술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수단이 없으니 당사자들은 일일이 발품을 팔거나 비공식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성형외과나 비뇨기과를 돌아다니며 수술을 해줄 수 있는 지 여부를 묻고, 가격을 ‘흥정’하는 상황들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곤 합니다.

이러한 현실과 일종의 원칙 사이에서, 치료 시작의 꿈에 부풀어있는 당사자들에게 어떻게 이 모든 것들을 전달해야 할지 고민에 휩싸이게 됩니다.

한무지, 그의 이야기

한 달에 10만 원을 가지고 생활하며 모았던 돈으로 가격을 ‘흥정’하여 수술을 했다가, 말 그대로 ‘낭패’를 본 나의 경험이 되풀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과 함께, 문득 처음 호르몬치료를 시작할 때의 상황들이 떠올랐습니다.

2년여 전 치료를 결심하고 신경정신과를 찾았습니다. 네 차례 정도는 경험이 없다며 되돌아가라는 대답을 들어야 했습니다. 다섯 번째 찾아간 병원에서는 가끔 MTF(**) 트랜스젠더가 병역면제를 위해 진단서를 끊으러 오는 경우가 있다는 말을 시작으로 성주체성장애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열심히 토로하더니, 상당한 분량의 검사지를 던져주었습니다. 진단서의 가격은 100만 원 가량 이란 말과 함께 말입니다. 주머니에 꼬깃꼬깃 접힌 돈 5만 원이 전부였던 저는 접수처에 서있던 간호사의 이상한 웃음을 뒤로하고 도망치듯이 병원을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나는 FTM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 된 한 형에게 약을 얻었고, 주사기를 사다가 공중화장실에서 첫 주사를 맞았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위험하고 옳지 못한 시작이었겠지만 나에게는 앞으로의 수술계획과 인생계획 등을 세우며 힘들기만 했던 지난 시간들을 조금은 떨쳐버릴 수 있던 새로운 희망이었습니다. 그 뒤 몇 차례 종로 등을 드나들며 불법으로 호르몬을 구입하여 자가 주사를 하다가 진단서 없이 성형외과를 찾기에 이르렀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병원에선 별다른 말없이 처방전을 발급해주었습니다. 그러다 지난 2006년 6월 일이 터졌습니다. 호르몬이 원래 간에 큰 무리를 주는지라 정기적으로 간 기능 검사를 해왔는데, 간에 0.5cm짜리 종양이 잡힌다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으나, 의사로부터 ‘죽고 싶으면 호르몬 투여를 계속하라’는 엄명을 안고 돌아와야 했습니다. 그 후 9월 1차 수술인 가슴제거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흥정’한 가격으로 싸게 수술을 하게 되었으나 그 경과는 좋지 못했습니다. 수술 후 고인 피를 빼내 주는 ‘드레싱’이란 것을 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미흡했던 모양입니다. 한 쪽 가슴이 공이 터지기 직전의 상태처럼 빵빵하게 차오르기 시작했고 수차례 15cm나 되는 바늘을 가슴에 찔러가며 피를 뽑아내었습니다. 결국은 양쪽 가슴이 찌그러진 양상으로 남아 심각하게 재수술을 고민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위 사진:지난해 성전환자 성별변경 관련 법제정을 위한 공동연대 발족식. 트랜스젠더들의 인권을 위해선 안전한 성전환 수술을 위한 법제정도 필요하다.<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당장 죽더라도 수술대 위에서 죽고 싶어!”

‘죽고 싶으면 호르몬 투여를 계속하라’는 의사의 엄명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호르몬투여를 받고 있습니다. 여러 어려움 끝에 결국 호적정정이 이루어진 지렁이의 한 활동가는 당뇨와 각종 합병증으로 성전환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판결을 받았으나 여전히 수술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은 우스개 소리로 항상 이야기하곤 합니다.
“당장 죽더라도 수술대 위에서 죽고 싶어!”
대부분의 트랜스젠더에게 치료와 수술은 절대적이라 봐도 무리가 없습니다. ‘여성/남성의 육체에 갇혀있는 남성/여성’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들은 평생을 성별위화감에 시달리며 살아야 했을 것이고, 또 현재도 그렇게 살고 있을 것입니다. 치료와 수술은 이들의 인생에 있어 ‘목표’이고 자신의 인생을 ‘긍정’해 나가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매개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에 또 한 번 좌절하고 마는 일들이 되풀이 됩니다. 이것은 호적 등의 문제로 취직이 불가능해 먹고 살기조차 힘든 상황에서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살아보려는 이들의 마음에 다시 한 번 생채기를 내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욕심일까요? ‘성주(정)체성장애의 진단부터 치료와 수술까지 체계적으로 정보 등을 제공 받을 수 있는 나라’ 그리고 ‘한 사람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인정되는 사회’
아직은 멀게만 느껴지지만, 2007년 그 것을 향해 한 걸음이라도 더 내딛는 한 해가 되길 희망합니다.

(*) Female Transfer Male의 약자. 생물학적으로는 여성이지만 스스로 남성으로의 성적 정체성을 갖고 있는 사람.
(**) Male Transfer Female의 약자. 생물학적으로는 남성이지만 스스로 여성으로의 성적 정체성을 갖고 있는 사람.
덧붙이는 글
한무지 님은 성전환자인권연대 지렁이에서 활동하는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36 호 [기사입력] 2007년 01월 09일 17:5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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