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훈의 인권이야기] “선언하라, 우리를!”

4.16인권선언이라는 행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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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지난 2015년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에 대한민국 서울 광화문에서 또 하나의 인권선언이 발표되었다.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인권선언’(이하 4.16인권선언)이. 그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선언은 2014년 진도 앞바다에서 너무나도 참담하게 가라앉은 세월호 사건과 밀접하게 연관된 인권선언이다. 세월호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경과에서도, 구조과정에서도, 그 이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배상절차에서도 우리는 대한민국이 결코 안전한 삶과 존엄한 인간성을 보장하지 않는 국가임을 확인했다. 인간의 권리보다 돈벌이와 권력의 유지가 먼저인 나라임을 분명하게 목도했다.

그렇기 때문에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운동은 단순히 세월호 사건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와 같은 참사를 반복하게 만드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부정의와 반인권적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인간의 존엄성이 안전하게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자는 운동으로 변모할 수밖에 없었다. 4.16인권선언은 바로 그 운동이 담고 있는 정신을 인권의 언어로 표현한 선언문이다.

4.16인권선언문은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한 인권선언문들과 조금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 흔히 프랑스혁명 인권선언으로 불리는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이나 세계대전 이후 다시는 그러한 끔찍한 사태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하에 작성된 ‘세계인권선언’과 같은 유명한 인권선언문들은 대부분 전문과 본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문은 선언의 배경과 근본적 가치 지향을 담고 있고, 본문은 그에 입각한 기본적인 권리조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4.16인권선언문은 그러한 익숙한 인권선언문의 형식을 취하지 않고 있다. 이 선언문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부분은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그 문제를 우리가 안전과 존엄, 그리고 인권의 관점에서 힘을 합쳐 극복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두 번째 부분은 이를 위해 우리가 쟁취해야 할 권리항목들을, 세 번째 부분은 이 선언이 천명하는 권리를 쟁취하고 존엄과 안전이 보장되는 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약속을 담고 있다. 4.16인권선언문의 형식에서 가장 독특한 부분이 바로 이 세 번째 부분이다. 세 번째 부분은 이렇게 적혀있다.

“우리는 상실과 애통, 그리고 들끓는 분노로 존엄과 안전에 관한 권리를 선언한다. 우리는 약속한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세우기 위한 실천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또한 우리는 다짐한다. 이 세계에서 벌어지는 각종 재난과 참사, 그리고 비참에 관심을 기울이고 연대할 것임을. 우리는 존엄과 안전을 해치는 구조와 권력에 맞서 가려진 것을 들추어내고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하지 않겠다. 이 선언은 선언문으로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우리가 다시 말하고 외치고 행동하는 과정 속에서 완성되어갈 것이다. 함께 손을 잡자. 함께 행동하자.”

세 번째 부분의 핵심은 4.16인권선언은 선언문에 적힌 문장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이 선언에 참여하는 이들의 행동에 의해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는 확인이다. 또한 선언에 참여하는 이들이 그러한 행동을 결의하며 포기하지 않고 존엄과 안전이 담보되는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임을 약속하는 말이다.

4.16인권선언은 세월호 참사의 아픔 속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하나의 참사로서 세월호를 넘어서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일어났던 무수한 세월호 참사들을 기억하며, 앞으로는 그러한 참사들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뜻(意)을 묶어내는(結) 주체들의 선언이다. 그것은 인간의 존엄성에 기초한 진정한 안전사회를 만들어가고 그를 위해서는 자유와 평등, 협력과 연대에 기초한 사회를 함께 구축하는 일을 충실하게 수행해갈 것임을 결의하는 말이다.

올 봄이면 세월호 참사 2주기가 된다. 그러나 그 오랜 시간 동안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 유가족과 시민들이 한파를 견디며 농성을 하고, 불볕더위를 뚫고 거리를 걸으며, 곡기를 끊고 진실을 요구하고, 물대포에 쓰러지며 정의를 요구하였으나 그들이 마주한 것은 존엄과 안전의 요구를 봉쇄하는 차벽이었고, 인권의 주장을 거부하는 진압작전이었다. 세월호에 대한 언론의 왜곡과 우익 대중의 모욕이었다.

아마도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빠른 시일 내에 밝혀지지는 않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힘으로써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이 사회의 잘못된 시스템을 쇄신하는 일은 더더욱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그리고 소요될 시간만큼이나 세월호는 대중들의 기억에서 흐릿해져 가게 될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세월호라는 이름을 끝까지 붙잡고 있을 사람들이 필요하다. 세월호가 단지 비극의 이름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 세월호가 요구하는 진실과 호소하는 정의에 응답하는 이들이 필요하다. 4.16인권선언은 바로 그 진실의 요구와 정의의 호소에 응답하고자 하는 이들, 책임을 지고자 하는 이들, 세월호 운동의 주체들의 약속이다. 함께 응답하고 같이 책임지는 더 많은 주체들의 약속이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인권선언’을 단지 문장들의 집합이 아니라 실천의 힘으로 완성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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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정정훈 님은 수유너머N 연구원입니다.
인권오름 제 472 호 [기사입력] 2016년 01월 28일 13: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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