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보건복지부가 알아야 할 ‘정말로 평등한 것’

인권운동사랑방
print
보건복지부가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의 ‘본인부담금 도입’이라는 ‘보건복지’의 후퇴를 주요 골자로 하는 의료급여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현행 수급권자들의 의료급여증을 플라스틱 카드로 변경하겠다는 등의 시행규칙 개정안도 발표하고 있어 수급권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까지도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애초에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는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한해 본인부담금을 내지 않고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나, 보건복지부의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병·의원을 이용할 때는 1천~2천 원을, 약국을 이용할 때는 500원을 본인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대신 건강생활유지비 명목으로 월 6천 원 정도의 현금을 지급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것은 병원에 가는 대신 노숙을 피할 쪽방을 찾을 것이냐, 감기약을 먹는 대신 냉방에서 전열기라도 사용할 수 있도록 밀린 전기세를 낼 것이냐를 묻는 것과 같다. 게다가 질병이 예고 없이 찾아든다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욱 자주 찾아든다는 것쯤은 상식이다. 본인부담금 도입은 결과적으로 수급권자들의 건강권을 침해할 수밖에 없다.

과거 ‘의료보호’가 현재 ‘의료급여’로 바뀌면서 수급권자는 국가의 보호를 받는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급여의 권리가 있는 주체’라는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수급권자의 의료급여증을 플라스틱 카드로 대체하겠다는 차별적인 발상에서 인권은 이미 사라져버렸다. 게다가 유시민 장관이 작성한 「의료급여제도 혁신에 대한 국민보고서」는 현 의료급여제도의 문제점으로 ‘가난한 이들’의 ‘도덕적 해이’를 주요하게 들고 있다. ‘도덕적 해이’라는 보건복지부의 문제 인식 틀에서 수급권자는 “자기 돈을 내지 않기 때문에 비용의식이 없”고 “다른 국민의 도움을 받아 치료를 받는 사람으로서 이런 정도는 감수해야 마땅한” 사람들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의료서비스의 이용이 건강권의 중요한 요소임을 안다면 정작 의료서비스가 더 필요한 사람들을 공격하며 접근을 가로막는 발상은 불가능할 것이다. 동네에 너른 놀이터가 생겨 어린이들이 많이 뛰어놀다보니 다치기도 한다면서 놀이터를 자물쇠로 잠그는 꼴이 아닌가.

최소한 돈이 없어서 사람을 죽게 해서는 안된다는 공감대로부터 출발해 가난한 이들의 생명권,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여러 제도들이 마련되어왔다. 이는 헌법뿐만 아니라 한국정부가 비준한 유엔 사회권규약에 따른 의무 이행 조치의 일환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보건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정안들은 취약한 계층의 권리에 우선순위를 두기는커녕 가장 먼저 공격함으로써 경제적 조건에 따른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낙인을 통해 차별을 조장한다. 이는 국가가 앞장서서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는 명백한 인권침해다.

건강권을 점진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지금 주목해야 하는 것은 오히려 형평성의 제고다.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가난한 사람이 부유한 사람과 비교했을 때, 건강비용에 대해 불균형적인 부담을 지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중산층보다 더 많은 의료서비스를 한 푼도 부담하지 않고 소비”하는 것이 “정말로 평등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대답한다. 그것이 “정말로 평등한 것”이며 여전히 ‘평등하지 못한’ 비급여항목의 부담을 줄여나가는 것이 건강권을 실현해야 할 한국정부의 의무이다.
인권오름 제 36 호 [기사입력] 2007년 01월 10일 12:26:36
뒤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