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파나의 인권이야기] 집회 시위의 자유를 위한 열쇠말 10가지

비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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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9일 마이나 키아이(Maina Kiai) 유엔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열흘 간의 방한 일정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광장 민주주의가 투표를 통해 결정되는 다수결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마이나 키아이 특별보고관의 기자회견 내용이 못마땅하다는 듯 한 기자가 호기롭게 질문을 던졌다. 마이나 키아이 특별보고관은 그 기자를 쳐다보면서 거꾸로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민주주의가 선거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하는가?”

마이나 키아이 특별보고관은 3월 9일 선거 민주주의의 빈 공간을 비집고 들어선 광장의 민주주주의를 위한 중요한 보고서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했다. ‘적절한 집회시위 관리’에 대한 권고를 담은 이번 보고서는 한국 정부도 찬성표를 던졌던 2014년 유엔 집회시〮위 관련 결의안에 이은 후속 작업의 성격이다.

크리스토퍼 헤인스(Christof Heyns) '비사법적, 즉결 또는 자의적 처형에 관한 특별보고관'과 함께 작성한 이 보고서는 23페이지 분량으로 50개 국가의 100명이 넘는 전문가들과 토론을 하면서 만들어 졌다. 보고서를 작성한 특별보고관들이 10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각 장을 구성했고 여기에 권고들이 담겨있다.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편적 권리가 아닌 특권처럼 취급하는 한국 정부에게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최근 한국의 상황에 시사점을 주는 내용을 중심으로 10개의 키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유엔 등에서 나온 여러 인권 문서는 때론 그저 문서에 불과하다는 회의가 들 때도 있지만, 각국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에 대해서 ‘망신주기(naming and shaiming)’를 통해 인권침해에 대한 책임이 있는 정부를 긴장하게 만든다. 또한 국제인권기준은 양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하므로 함께 읽어 보는 것도 우리의 힘을 키우는 게 아닐까.

위 사진: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의 보고서를 홍보하는 포스터

집회시〮위의 자유를 위한 10개의 열쇠말

1. 존중
“보호 받지 않아야 할 집회는 없다.” 집회시〮위에 대한 권리는 민주주의를 지키고 다른 권리를 실현하는 수단으로 필수적이기 때문에 국가는 집회시〮위 참가자들의 권리를 존중하고 보장해야 한다. 집회시〮위를 '위협'’ 아니라 국가가 참여하는 대화의 수단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것은 첫 출발점이다.

2. ‘빼앗길 수 없는 권리’
“집회시〮위의 자유는 권리이지, 특권이 아니다"라는 지적은 한국에도 잘 들어 맞는다. 누군가가 권리를 줄지 말지를 재량으로 판단하는 순간 권리는 권리가 아니라 특권이 되고 만다. 따라서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집회 참가자들이 단순히 집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을 받거나 민사 혹은 행정처분을 받아서는 안된다." 또 미신고 집회를 이유로 집회를 해산할 수도 없다. 집회 참가자의 불법적인 행동에 대해서 집회 주최자에게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

3. 제한된 제한
집회 금지는 마지막 수단이 되어야 한다. 한국에서 거의 대다수의 집회가 ‘교통 방해’로 금지통고를 받고 있다. 여기에 대해 보고서는 “상업적 활동이나 교통 흐름, 보행자 통행 등과 마찬가지로 집회 역시 공공의 공간을 정당하게 사용할 수 있다”며 “이 권리의 본질을 앗아가지 않으려면 집회로 인한 일상에서 어느 정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고 쓰고 있다. “집회 신고를 받는 기관이 부당한 개입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이어야 한다는 권고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4. 경찰력 사용
한국에서 물대포와 차벽, 페퍼 스프레이는 집회시〮위에서 일상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보고서는 경찰이 “물리력에 기대지 않고” 집회를 관리해야 하며, 물리력을 사용하는 것은 "엄격히 불가피한" 경우에만 사용하여야 한다. "명백하고 현존하는 임박한 폭력이 없는 한” 사람들의 긴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예방적 차원의 수단은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아울러 집회 현장에서 대규모의 참가자를 한 번에 체포하게 될 경우 “무차별적 또는 자의적 체포”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도 경고 하고 있다.

5. 촉진
“국가는 평화로운 집회시〮위에 대한 권리 행사를 촉진해야 한다" 밝히고 있다. 집회를 못하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 아니라 오히려 집회를 쉽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돕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동시에 집회 주최측 및 참가자들과의 의사소통도 중요하다. 의사소통은 언어적인 의사소통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특정 장비를 드러내거나 사용하는 것이 집회 주최측 또는 참가자들에게 위협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간접적 의사소통의 영향에 대해서도 마땅히 훈련을 받아야 한다.” 집회시〮위에서 법집행 공직자의 "가장 기초적인 역할은 집회 참가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다.

집회 시위를 촉진하기 위한 국가의 의무를 아주 세세하게까지 언급해 놓은 점이 흥미롭다. 이를 테면 교통통제를 하거나, 의료 지원, 현장을 청소하는 것은 마땅히 국가가 해야 하는 기본적인 서비스(basic service)이며 이 부담을 집회 주최자에게 지워서는 안 된다.

6. 감시
“모든 이는 집회 시위를 관찰하고, 감시하고 기록할 권리를 가진다.” 집회 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경찰력 사용은 기록되고 감시되어야 한다. 적법한 절차 없이 감시한 내용이나 도구를 압수해가는 행위는 금지 되어야 하고 처벌 받아야 하는 행위다. 아울러 국가는 집회시〮위 감시활동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7. 사생활
“채증이 평화로운 집회시위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며 “위축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아울러 채증과 관련해 진정 등의 절차를 보장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8. 정보.
“모든 이는 집회시〮위에 관련된 정보에 접근할 권리가 있다." 집회시〮위에서 경찰력 사용에 대한 정보는 최대한 공개되어야 하며, 공개하는 내용에는 관련 법률, 집회 관리 책임자와 결정의 근거와 과정, 장비 운용기준과 정책, 장비 유형, 이수한 교육 내용,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절차와 과정을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지 등이 포함된다.

9. 기업
기업 역시 인권을 존중할 책임을 갖고 있다. 민간 보안업체들이 집회 현장에서 사유재산 보호를 이유로 경찰과 유사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민간 보안업체들은 집회 시위와 관련해서는 경찰과 유사한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경찰 장비를 공급하거나 감시 기술을 다루는 기업도 인권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면 이를 피하도록 해야 한다.

10. 책무성
“국가는 법적으로 또 실제로 법집행 공무원들이 잘못해 민형사상 책임이 있을 경우 그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집회시〮위 과정에서 경찰의 인권침해 의혹이 제기될 경우 “독립적”이고 “불편부당한” 기관에서 이 의혹을 조사해야 하며, “책임은 지휘관까지 포함해야 한다.” 경찰 내외부에서 조사중에 있는 법집행 공무원은 조사가 완료되거나 완전히 처리된 시점까지는 현장에 재배치 되어서는 안 된다. 책임을 묻는 과정은 사법 절차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경찰 내부에서의 평가와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비파나 님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477 호 [기사입력] 2016년 03월 16일 19:4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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