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의 인권이야기] 실수와 잘못에도 인권이 있을까요?

영구
print
인권이라는 것을 배우지는 못했지만, 감정으로 표현한다면 ‘마음속 불편함’이 아닐까 합니다.
내 마음속 무언가가 쓸려 내려가는 느낌이라 할까요.

저는 대학병원에 간호사의 경험과 목격담을 이야기하지만 아마 제가 쓰는 이야기는 간호사 뿐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 겪는 이야기라고도 생각합니다. 병원도 하나의 일터이고, 간호사도 한명의 노동자이니까요.

사회생활에서 인권은 찬밥 신세

사회생활도 하나의 생활일 뿐인데, 마치 그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산다는 식의 자기계발서들이 사회생활의 무서움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신입직원들은 바짝 긴장한 채로 사회생활을 시작하지요. 저의 첫 사회생활은 대학병원 병동 간호사였습니다.

간호사의 업무에는 매뉴얼에 서술되지 않은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많은 부분이 구두로 전해지고, 경험으로 실력이 늘어나는 업무이기에 도제식의 교육이 진행됩니다. 1명의 간호사가 1명의 신규간호사를 맡아 교육을 하지요. 제가 일하던 대학병원의 경우 그런 교육 기간이 두 달이었습니다. 하지만 두 달을 배운다 할지라도, 업무에 대해 다 익히지는 못합니다. 의무 교육기간이 끝났지만 미숙한 시간이 신규간호사에게는 가장 지옥 같은 시간입니다. 아직 날 수 없는 새를 낭떠러지로 밀어내기 때문입니다.

제가 신규간호사 기간 동안 선배들에게 들었던 가장 무서웠던 말들은 ‘너가 환자를 죽이는 거야’, ‘너 때문에 환자가 안 좋아졌어’, ‘넌 간호사는 안 맞아’였습니다. 사람들을 건강하게 만들겠다고 이 직업을 선택했는데, 오히려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으니 죄인이 되어버린 기분이었습니다. 또 ‘너는 이 일에 맞지 않다’라는 말은 제 존재가 가지고 있는 간호사라는 역할을 부정하는 이야기였습니다. 길지 않은 인생이었지만, 제 지난 삶과 그동안의 노력이 모두 의미 없어졌다는 생각에 울면서 집으로 들어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실수할까 불안한 마음에 수면장애는 물론, 위경련 등 심각한 위장장애로 응급실에 간 적도 있습니다. 구타를 당하거나 욕을 들은 것이 아니지만 그와 다름없는, 어쩌면 더 심각한 상처를 입었습니다.

사실 그런 말 한 선배는 자신이 저 때문에 기분이 나빴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자신의 기분이 아니라 다른 이의 핑계를 댔습니다. 물론 그 환자들은 의료정보에 대해 잘 몰라서 넘어갈 수 있는 걸, 선배가 짚어준 것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비난하는 것을 피하고 타인을 통해서 저를 비난한건 아닌가 싶습니다. 바쁜데 매번 질문을 해서 답을 해줘야 한다거나, 수혈 동의서 받는 것을 제가 놓쳐서 다음 교대자인 선배가 챙겨야 한다든지 말입니다.

자기반성과 자기부정은 다르지 않나요?

신입직원 시절 느끼는 ‘마음속 불편’을 마냥 토로하다보면 마음 다른 곳에서 또 다른 불편이 피어오릅니다. 내가 정말 다른 사람을 해를 끼치는 것 아닌지 등의 자기반성입니다. 실수와 잘못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그 잘못에 대해 ‘과잉포장을 하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듭니다. 예를 들어 커피숍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주문한 커피를 옮기다가 쏟았다고 물을 낭비했으니 환경오염을 시켰다고 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커피 쏟은 것과 환자에게 한 실수(수혈 동의서를 미리 받지 못했다든지, 수액을 필요한 양만큼 주지 못했다든지 등)를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다른 일이니까요. 그럼 저의 실수가 환자의 건강을 얼마나 나쁘게 했을까요? 올바른 일은 아니었고, 그로 인해 환자에게 해가 끼쳐진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실수로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게 맞을까요?

앞서 말한 실수들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더 심각한-생명의 위험을 초래하는 실수와 잘못에 대해서는 더 엄격해져야 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그렇다 할지라도 그 사람의 존재를 부정해야 하는 건지 의문입니다. (병원이라는 공간을 떠나 사회로 보면 살인자를 사형시키는 게 마땅한가라는 질문까지 이어질 수 있겠네요.)

자신의 감정을 덮어버리지 맙시다

그들이 내뱉은 말과 쏘아붙인 눈빛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마음에 파편처럼 날아와 박힐 때 반응을 일으키지 않으면, 그대로 곪아버립니다. 멍하니 눈물이 나고, 자신의 존재의 필요성도 잃어버리게 됩니다. 많은 간호사들이 내가 왜 이곳에 있어야 할까라는 질문이 이어지다가 병원을 떠납니다. 사직이 저항의 표현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사직은 끝일뿐입니다. 병원은 또 다른 소모품을 금세 구할 테니까요.

나와 당신의 인권은 소중하니까요

자신의 마음이 불편하고, 슬프고, 화가 난다는 표현도 중요하지만 한편, 해를 끼치는지에 대한 고민들도 버려서도 안 됩니다. 내가 존중받는 것과 별개로 그들도 존중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인권을 버리면, 또는 자신의 존재를 포기한다고 해서 타인의 권리가 보장이 되거나 실수가 반복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반대로 죄책감을 가지는 게 나의 존재를 상처 입히는 것도 아닙니다. 실수와 잘못에 대해 인권적으로 대처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저는 병원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을 통해 그 모호한 경계를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덧붙이는 글
영구 님은 대학병원 하루살이 간호사입니다.
인권오름 제 487 호 [기사입력] 2016년 06월 01일 19:00:21
뒤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