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으로 읽는 세상] 충남 금산에 불산 사고가 네 번이나 일어난 이유

알 권리와 기업처벌법이 제정돼야

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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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주>

세상에 너무나 크고 작은 일들이 넘쳐나지요. 그 일들을 보며 우리가 벼려야 할 인권의 가치,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 질서와 관계는 무엇인지 생각하는게 필요한 시대입니다. 넘쳐나는 '인권' 속에서 진짜 인권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나누기 위해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들이 하나의 주제에 대해 매주 논의하고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인권감수성을 건드리는 소박한 글들이 여러분의 마음에 때로는 촉촉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다가가기를 기대합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이미 사건이 발생한 후에 대책이 부질없음을 뜻하는 말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소를 잃어도, 아니 사람들이 죽어도 외양간-제도를 정비하려는 태도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 결과는 노동자와 시민이 고스란히 목숨을 내놓는 것으로 이언진다.

6월 4일 충남 금산에 있는 램테크놀리지가 또 불산 유출사고를 냈다. 이번이 네 번째다. 2013년 7월과 2014년 1월에도 불산이 1급수인 하천에 유출돼 물고기, 도룡뇽, 지렁이까지 떼죽음을 당했다. 당시 대부분 주민은 불산 공장이 마을에 있다는 것도 몰랐다가 조사를 하면서 공장에서 불산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국회의원까지 와서 재발방지를 약속했으나 소용없었다. 2014년 8월에는 관의 연결부위에서 불산이 유출돼 공장 내부와 야산으로 퍼졌다. 공장 노동자 4명과 공장 뒤편 야산에서 벌초하던 마을주민 3명이 다쳤고 나무들도 죽었다. 그때도 공장은 바로 불산 누출을 인정하지 않다가 뒤늦게 인정했다. 국정감사도 받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는데 이번에 이렇게 또 사고가 난 것이다. 2014년 환경부로부터 안전성 평가를 받고 2015년 말 재가동을 한 지 몇 개월 만에 다시 사고가 난 것이다.

따라서 불산이 누출되면 인명 피해가 크므로 관리감독이 중요하며, 누출 됐을 때 빨리 노동자와 주민들에게 알리고 대피시켜야 한다. 그런데 회사는 2014년에도 누출사실을 10시간 만에 인정해 ‘사고 미신고’로 금산군에서 경고와 과태료 100만원 처분을 받았다. 이번에도 뒤늦게 보고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그러니 주민들이나 환경단체에서 공장폐쇄만이 답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당연하다.

위험을 알 권리

불산은 매우 위험한 무색의 휘발성 액체로 전자회로와 각종 화학물질을 만들 때 사용된다. 독성물질이어서 피부에 닿으면 화상을 입히고 기체로 흡입하면 폐를 손상시키고 호흡기질환을 일으킨다. 그런데도 어떻게 주민들은 이런 위험물질을 다루는 기업이 주변에 있다는 것을 몰랐을까? 행정기관이 인허가를 내는 기준이나 관리 감독이 허술하기 때문이다. 공업지역에 있어야 할 화학 공장이 금강의 상류인 조정천 발원지 인근에 입주하게 된 이유가 금산군 때문이다. 원래 인허가를 받은 삼화전자가 부도로 문을 닫자 2007년 램테크롤러지가 인수했는데 인허가 승계를 해준 것이다.

현행 법제도는 주민들에게 위험물질이 있는지 알려주고 있지 않다. 2015년 1월 1일 화학물질의 체계적인 관리와 화학사고 예방을 위한 화학물질관리법으로 개정돼서 시행되고 있지만 유해 업체들이 주거지역에 운영되고 있어도 주민들이 모르고 있을 정도다. 처음 하천에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한 것을 보고 주민들이 자체 조사를 하면서 불산을 사용하는 공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화학물질관리법은 사회구성원에게 알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고 있지 않다.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기 위해서는 권리가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 그래야 개인적이든 공동체든 대처를 할 수 있다. 최근 우리는 주변에 있는 위험물질이나 위험요소를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깨닫고 있다.

‘알권리 보장을 위한 화학물질 감시네트워크(이하 감시네트워크)’는 2014년 환경부에게 ‘전국사업장 화학물질정보 공개청구’를 했다. 환경부는 사용량 자료는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 7호 비공개정보>에 따른 경영상 영업상 비밀이라며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노동자와 주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나 물질은 공개돼야 마땅하다. 게다가 정부가 준 자료를 보니 화학물질 보고기준도 미국과 비교하면 매우 낮았다. 미국은 불산 보고기준(사용량)은 연간 45kg 사용으로, 우리나라의 150톤 이상 제조 및 사용이나 연간 1톤 이상 보관 및 저장보다 한참 낮았다. 위험물질에 대한 관리감독기준이 매우 낮다.

그러나 시민들이 알권리 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 인천시, 전북, 군산시에서는 화학물질 관련 알권리 보장을 담아 조례를 제정하고 있다. 특히 인천시 조례는 알권리와 주민의 참여를 제대로 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에 제정된 ‘인천광역시 화학물질 알 권리 조례’는 주민의 참여와 알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화학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화학물질의 노출량 및 오염정도와 이동 및 잔류형태를 모니터링을 하기 위해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지역협의회 둘 수 있게 했고 화학물질관리법에 의해 공개되는 화학물질 통계조사와 화학물질 배출량조사 결과를 지역주민이 알기 쉽게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는 등 예방적 시스템을 갖췄다. 또 ‘화학물질관리위원회(이하 관리위원회)’에 ‘화학물질 관련 산업계 및 민간단체 등에서 추천하는 전문가’를 위촉직 위원으로 두게 해 지역사회의 참여를 보장했다.

위 사진:2015년 7월 시민사회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입법청원을 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으로 기업에게 책임을 물어야

화학물질 알권리를 보장하는 법이나 조례를 마련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화학물질관리법에는 유해화학물질의 취급기준을 강화하여 유출사고를 내면 해당 사업자 매출의 최대 5%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사법부는 그러한 형을 부과하지 않는다. 2015년 대전지법은(형사2단독 부장판사 이종민)은 2014년 사건과 관련하여 이 업체에게 업무상과실치상 및 유해화학물질관리법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공장장에게 벌금 1000만원을 부과했고, 생산부장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정부와 기업은 대책을 세우겠다는 말만 하고 있다. 심각한 불이익이 없을 때 반복되는 재해에 대해 책임을 지우는 일도 중요하다. 그래서 시민사회는 ‘시민・노동자 재해에 대한 기업・정부 책임자 처벌법’(약칭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작년에 입법청원했다. 아직 국회에 발의하지 않았지만 20대 국회에서는 발의하려고 한다.

사업장에서나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에서나 다중을 상대로 하는 공연 등이 행해지는 장소에서 사람이 다치거나 죽는 경우에 그에 실질적인 책임이 있는 개인사업주, 법인이나 기관의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기업) 자체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래야 기업이 향후 철저한 재발 방지 조치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 형법에는 기업을 처벌할 수 있는 ‘양벌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사람이 죽거나 다쳤을 경우에도 일반 형법으로는 기업을 처벌하지 못 한다. 그에 반해 산업안전보건법, 식품위생법 등 특수한 분야의 형사 절차에는 ‘양벌규정’이 마련되어 있어 이런 법률을 위반한 경우에는 기업에게 벌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 벌금액은 매우 적다. 기업이 돈벌이에 혈안이 돼 안전관리를 소홀히 하지 못하도록 사고가 나면 손실을 입는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은 안전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공무원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생명과 건강과 관련한 유해물질업체에 대해 인허가를 내준 군의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정부의 무책임과 기업의 탐욕으로 끊이지 않는 노동재해가 일어나고 그 속에 노동자와 시민들은 어디를 가도 불안함을 견뎌야 하는 현실이다. 그러나 불안함을 견디지 않기로 한 금산 주민들처럼, 이곳저곳에서 시민들과 노동자들이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활동, 조례나 법제정을 위한 활동, 인명피해 사고를 낸 기업인을 고발하는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안전을 인권의 언어로 만들어갈 것이다.
덧붙이는 글
명숙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488 호 [기사입력] 2016년 06월 08일 22:4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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