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참깨] 교육부 황당 성교육표준안의 전말

김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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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3월, 교육부에서는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연령대별로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성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6억 원의 예산을 들여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내놓았다. 현장 교사들과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배제시킨 집필진 구성부터 ‘표준안’의 발상은 우려를 낳았지만, 완성된 표준안의 내용은 상상을 초월했다. 배우자 선택 요건으로 여성은 외모를, 남성은 경제력을 높여야 한다는 서술은 시작에 불과한 수준, 성폭력의 요인이 여성이 데이트비용을 내지 않기 때문이라는 발상, 결혼할 때까지 성관계를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용 등 현실과 맞지 않을뿐더러 성차별을 오히려 조장하는 교육 안의 내용에 시민들은 반발했고, 교육부는 표준안을 일부 수정해 같은 해 9월 ‘학생건강정보센터’에 게시한다.

하지만 개정된 표준안 역시 여성, 남성을 일반화시키고, 보수적인 성역할을 강요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고, 성폭력의 문제를 물리적으로 약자인 여성이 알아서 조심해야 하는 문제로 전가시키는 등 여전히 부적절한 내용으로 뭇 여론과 시민의 비판을 받게 된다. “여자는 무드에 약하고, 남자는 누드에 약하다”라는 왜곡된 성 관념을 모든 학교에서 가르치겠다는 발상, 가방끈을 길게 뒤로 매는 것을 성폭력 대처방안으로 제시하겠다는 발상이 황당하기 짝이 없으면서도 역시 교육부답구나 싶다.

결국 교육부는 올 여름까지 또 한 번 개선안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밝혔고, 성교육표준안이 올라와있던 학생건강정보센터의 성교육자료실은 ‘자료를 보완, 수정’하고 있다는 안내와 함께 현재 폐쇄되어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가 결정하는 ‘표준’?

성차별 문제에 있어 무관심하다 못해 가장 수동적인 태도로 일관하던 교육부가 왜 갑자기 성교육 표준안을 보급하겠다고 나섰을까? 여성혐오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각종 성범죄가 날로 증가하는 상황을 보며 보편적인 성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기라도 한 것일까? 표준안의 내용을 보면 과연 발톱만큼이라도 이런 배경을 고려했을지 의심스럽지만, 만약 그렇다 치더라도 권위에 찌든 교육부가 자기 입맛대로 전문가 집단을 구성해서 만든 교안이 제대로 된 현실진단과 개선 방향을 담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문제는 이렇게 폐쇄적인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 성교육 교안이 정부 권력에 의해 ‘표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작 오랜 시간 성폭력 문제를 고민하고 성평등을 위해 노력해온 사람들의 목소리는 무시한 채 교육부가 임의적으로 ‘표준’을 정해도, 정부의 표준은 공교육 현장에 일괄적으로 적용될 수 있고, 우리는 모두 쓰레기 교안으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

대외적으로 교육부는 ‘여성정책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해 그 연구결과에 따라 표준안을 다시 발표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안으로는 개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공개하고 논의에 부치기도 전에 일선학교에 성교육표준안의 교과편성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의 정보목록에서 ‘성교육표준안’을 검색해보면, 교육부가 전국 초중등학교의 교사를 대상으로 ‘성교육표준안’ 직무연수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정보공개센터에서 중학교 ‘학교성교육표준안’ 직무연수 계획을 청구해 받아본 결과, 연수의 목적은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교육과정에 적용하고, ‘표준안 운영방안’에 따라 학교 교과를 편성, 운영하기 위한 것으로, 전국 각 시,도의 중학교 교사 400명이 「학교 성교육 표준안」과 관련한 교수ㆍ학습방법 및 실무에 대해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어떻게 개정되었는지 확인할 수도 없는 표준안을 전국 중학교 교과과정에 편성하고, 지도계획을 수립하도록 교사들에게 지시하고 있는 것인데, 표준안 자체가 정말 전국 학생들의 성교육자료로 활용할만한 것인지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표준안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전문성을 향상시킨다는 것은 무의미한일이다. 아니, 아직 개정이 완료되지도 않았다면서, 교사들에게는 어떤 교안으로 직무연수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아무리 6억 원을 들여서 만들었다고 해도, 정부에서 제시하는 ‘표준’이 성평등을 저해하는 수준이라면 이는 폐기되어야 한다. 교육부가 정말 민중을 개돼지로 보는 집단이 아니라면 표준안의 교과편성과 교수학습법을 논하기 전에, 그것이 표준이 될 만한 것인지 부터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김조은 님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493 호 [기사입력] 2016년 07월 13일 14:2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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