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나의 인권이야기] "아이들도 존중받을 권리가 있어요"

새해에는 아이들의 인권이 지켜지길

이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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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방 초등부 3·4학년 아이들과 함께 지난 가을학기부터 ‘인권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 대부분 이 공부를 시작하면서 ‘인권’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봤대요. 수업 소개를 하는 날, “인권 공부를 하며 어린이들의 권리를 알아가 보자”고 했더니, 아이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게 뭐예요? 인권? …이 뭐하는 거예요?”했지요.

하지만 이제는 인권 수업은 아이들이 챙기는 공부 시간이 되었습니다. 바깥놀이나 미술처럼 아주 신나하기까지는 않더라도, 주마다 ‘오늘은 어떤 권리를 배울지’ 무척 궁금해하고 기대합니다. 그리고 종종 “야, 우리 인권에서 배웠잖아.”, “우리한테도 권리가 있다고요!” 하는 말들을 듣게 되는군요.

아이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새록새록 알아가는 일에 재미를 느끼고 기대감을 가지는 것은, 그만큼 어린이들의 권리가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반증하기도 한다고 봅니다.

집에서 자주 맞고 혼나 예민해진 꽃님이

어제 3~5학년 아이들 여럿이 한꺼번에 공부 시간에 늦었습니다. 어쩌다 늦게 되었는지 물었더니, “놀다가 늦었다”며 대수롭지 않게 얘기합니다. 그런데 한 아이, 꽃님이가 유독 상한 감정을 누르고 있는 표정입니다. 또 다른 아이들은 무언가 감추는 듯 서로 눈치를 주고받는 모습도 보였지요. 다시 물으니, 같이 놀다가 싸움이 일어나 늦게 되었다는군요. 꽃님이가 무슨 얘기 끝에 같이 있던 다른 아이의 욕을 했고, 그것이 발단이 되어 그 ‘다른 아이’를 포함한 아이들이 꽃님이와 ‘맞장을 떴다’는 겁니다. 꽃님이가 원인을 만들긴 했지만, 여럿이 한 아이를 상대하며 싸우기 싫다는 아이를 몰아세워 싸우도록 했다는 것,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과 말투로 ‘그럴 만해서 그랬다’는 듯 설명하는 아이들을 보며, 이 날 수업은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훨씬 더 중요한 공부를 해야 했으니까요.

사실 꽃님이는 교사가 보기에도 원인 제공을 많이 하는 아이입니다. 작은 일에도 화를 잘 내고, 자기 마음이 내키지 않을 때는 규칙이나 약속도 곧잘 어기지요. 그런 모습을 다른 친구들이 좋아할 리 없으니 화낼 일도 더 많이 생기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공부방에는 이렇게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특별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도덕성과 사회성을 길러야 한다기보다는 먼저 심리 · 정서적인 치유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꽃님이와 같은 아이들이 친구들과 바람직한 방식으로 소통하며 사귈 준비가 될 때까지 무작정 관계 맺기를 미뤄둘 수는 없습니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면서, 한편으로는 함께 살아가는 친구들과 관계에서 새로운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나아가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되도록’ 원만히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야겠지요. 꽃님이와 같이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에게 무리한 기대를 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다른 친구들이 이 친구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좀더 적극으로 이해하고 도와야 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 날 우리는 이야기 나누며 이렇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우리가 저마다 다른 생김새와 성격들을 가졌듯, 저마다 다른 장점과 잘 하는 것들이 있듯, 또 저마다 다른 약점과 어려움들을 가지고 있다. 꽃님이가 다른 친구들보다 화를 더 참지 못하는 것은 그 부분이 꽃님이한테 특히 약해져 있는 부분이기 때문일 것 같다. 누구든 약하고 힘든 부분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면, 놀리거나 싸우는 대신 ‘그래서 그러는가보다’ 하고 이해하면서 달라질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보듬어주고, 도와주어야 하지 않을까.”

앞의 일로 이야기 나눌 때, 친구들은 아까 일과 함께 꽃님이에게 평소에 불만스러운 것들을 쏟아내었습니다. 그렇게 기분 나쁜 일들이 쌓여, 그 때 참고 싶지 않았다는 거지요. 그래서 이번엔 꽃님이에게 물었습니다. “꽃님이 네가 정말 그랬니?” 꽃님이는 그렇다고 합니다. “…왜 그런 거야?” 한참 가만히 있던 꽃님이가 머뭇거리며 입을 뗍니다. “솔직히, 집에서도 만날 엄마한테 맞고, 오빠한테도 맞고, … 친구들도 기분 나쁘게 하는데…스트레스도 쌓이고요….” 그러고 나서 서로 왔다 갔다 이야기하며 마음들이 풀려갈 때, 꽃님이도 말문이 터진 듯 목소리도 높아집니다. “우리 엄만 이상해요. 내가 조금 잘못한 걸 가지고 오빠가 때려서 맞고 울고 있으면, 엄마는 ‘넌 왜 징징 짜냐?’고 혼내고, ‘오빤데 왜 오빠한테 대드냐!’고 또 때리고….” “우리 엄마도 그래요. 기분 나쁜 일 있으면 막 우리한테 화풀이해요. 우리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매 가지고 때리다가 쉬었다가 또 때리고….” 아이들 싸움으로 시작한 이야기가, 어느새 너도나도 어른들을 성토하는 모양으로 바뀌어 활기를 띠어 버렸습니다.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선생님에게 상처받는 가을이

이 이야기 자리에서, 가을이는 처음에 교사에 대해 경계하고 방어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선생님이 공부 시간에 늦은 것에 대해 상황 설명을 들은 것으로 넘어가려고 하지 않는 것 같으니 어떤 질책과 훈계가 나올까, 듣지 않겠다는 의지 같은 것이 느껴졌어요. 언젠가부터 가을이와 진지한 이야기를 해야 할 때 아이가 입을 닫아버리거나 무턱대고 화를 내는 모습에서 마음을 닫아건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 날도 또 다시 그런 모습이 느껴졌지요.

그런데 그러다 가을이도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자기 이야기를 합니다. “나는 어떻고? 난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혼나고, 형한테 맞고, 게다가 학교 선생님한테….” 5학년인 가을이는 지난 한 해 학교생활을 매우 힘들어했습니다. 담임선생님한테 혼나거나 싫은 소리를 듣지 않는 날이 없어 보였지요. 한 번은 ‘자기 마음 그리기’를 하고 나서 이야기를 하는데, 선생님이 “너는 바보야”하는 소리가 계속 들리는 것 같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 머리가 복잡하고 어지럽다고요. 언젠가 글쓰기 시간에는 이런 글을 썼습니다. 「우리 선생님은 참 싫다. 그 이유는 화풀이 상대를 나로 골라서 때리기 때문이다. 학교 쉬는 시간에 애들이 떠들어서 선생님이 화났다. 그래서 선생님이 조용히 시키고 공부를 하는데, 애들 전부 다 선생님을 보고 있는데, 선생님이랑 나랑 눈이 마주쳐서 선생님이 “왜 책 안 봐!”라고 해서 애들이 갑자기 책을 봤다. 선생님이 애들을 보고 나서, 책을 내 머리로 내려찍고, 나는 뒤로 가서 서서 공부를 하였다. … 난 이것이 제일 분하고, 선생님이 싫었다.」 아이 글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한 편을 더 쓰겠다고 해서 ‘선생님은 이상하다’로 시작하는 새 글 한 편을 공책 한 바닥 꽉 채워 썼더랬지요.

가을이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한테서도, 또 교생 실습을 다녀온 자원교사나 도서관에서 만나는 어머니들에게서도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학교 선생님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됩니다. 아이와 아이 부모를 비난한다든지, 함부로 말하거나 아무데나 때린다든지, 학부모에게 물질과 봉사를 요구하고 그에 따라 아이들을 차별한다든지 하는 교사들의 이야기는 전해 듣고만 있어도 아찔할 때가 많습니다.

잠깐만 둘러보아도 우리 아이들의 인권 현실은 척박하게만 느껴집니다. 새해를 열며, 우리 아이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알아가고 찾아갈 수 있는 ‘당당한 힘’이 점점 자라나기를, 이 아이들과 함께 내가, 또 우리 어른들이 점점 더 ‘인권 감수성’에 민감해져 갈 수 있기를, 우리 사회가 이를 위한 토대를 힘써 넓혀가기를, 그리하여 우리 모두 한 발짝 더 평화롭고 행복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덧붙이는 글
이미나 님은 교육공동체 두리하나 실무교사입니다.
인권오름 제 38 호 [기사입력] 2007년 01월 24일 13:3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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