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으로 읽는 세상] 사드 배치 철회가 동북아 평화의 시작이다

정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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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주>

세상에 너무나 크고 작은 일들이 넘쳐나지요. 그 일들을 보며 우리가 벼려야 할 인권의 가치,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 질서와 관계는 무엇인지 생각하는게 필요한 시대입니다. 넘쳐나는 '인권' 속에서 진짜 인권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나누기 위해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들이 하나의 주제에 대해 매주 논의하고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인권감수성을 건드리는 소박한 글들이 여러분의 마음에 때로는 촉촉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다가가기를 기대합니다.


‘국방부 장관 국회 출석, 사드 배치 미정 발언(7월5일)-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사드 배치 결정(7월7일)-한·미 공식 발표(7월8일)-배치 지역으로 경북 성주 발표(7월13일)-박근혜 대통령 NSC 회의에서 불필요한 논쟁 멈출 것을 주장(7월14일)’

정부가 지난 며칠 사이에 벌인 일들이다. 사드 배치에 대해 마지막 순간까지 부인하다가 기습적으로 발표한 후, 국민의 생존권에 관한 문제이므로 불필요한 논쟁을 멈추라고 한다. 배치 지역으로 결정된 성주 군민들의 반대투쟁에 대해 외부세력이 개입돼 있다면서 엄중 처벌하겠단다. ‘불필요한 논쟁’을 멈추게 하기 위해 경찰과 검찰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15일 성주군청 집회에서 ‘북핵은 미국과의 협상용으로 미국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발언을 한 참여자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되었고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황교안 총리 일행에게 계란을 던진 사람들을 경북경찰청 수사과장을 반장으로 하는 전담 수사팀에서 반드시 사법처리하겠다고 나섰다.

정부의 말마따나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는 중대한 국가 안보 사안이자 국민의 생존권에 관한 문제다. 그래서 더 많은 논쟁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사드 배치는 주한미군이 운용하는 미사일 포대 하나가 추가되는 게 결코 아니다. 그런 거라면 사드배치 발표 당일, 곧바로 중국 외교부가 ‘강력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러시아 외무부가 ‘비극적이고 불가역적 결과 초래할 행동이라며 군사적 대응’을 표명할 리가 없다.

국제 질서의 기본 축, 군사력에 의한 전략적 균형

서로 총을 겨눈 상태를 유지하는 걸 평화로 보는 군사안보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평화운동을 비롯한 다양한 국제 협력 틀이 시도되고 있지만, 국가가 다른 국가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기본 축은 여전히 군사안보다. 결국 안보를 인권, 평화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은 군사안보의 현실에 개입해 들어가 각국이 쏟고 있는 군사력의 방향을 전쟁공동체로서의 동맹이 아닌, 상호군축, 안정적 교류와 대화, 공동안보의 방향으로 바꾸는 노력이기도 하다. 바로 그런 점에서 이번 사드 배치 발표는 탈냉전 이후 미약하게나마 지속되어오던 동북아 공동안보 노력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다.

중국, 러시아 외교부의 성명에서 하나같이 말하는 게 사드 배치가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깨뜨리는 행위라는 점이다. 이 때 전략적 균형이란, 탈냉전 이후 중국과 러시아가 동아시아 지역에서 인정받고 누려왔던 군사적 지위에 대한 현상유지다. 군사력에 있어서 미국의 압도적 우위는 탈냉전 이후 더욱 공고화되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최소한 자신들의 전통적인 세력권 유지하는 수준에서의 군사적 균형을 유지해오고 있었다. 전 세계 바다를 통제하고 곳곳에서 크고 작은 전쟁을 벌이는 미국을 제어할 순 없지만 말이다. 예를 들어, 중국은 핵보유국 중에서 유일하게 핵 선제공격 옵션을 채택하지 않고 있다. 공격을 받았을 때, 대응할 최소량으로도 핵무기는 억지 효과가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본과 한국에 배치된 3개의 사드 레이더에 의해 자신들의 제한적인 보복능력이 감퇴된다면, 중국은 사드와 같은 미사일방어체제를 무력화시킬 정도로 많은 미사일을 배치할 것이다. 러시아 외무부가 한국의 사드 배치를 충분히 고려해 군사적 대응을 하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략적 균형을 깨뜨렸다는 것은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수단을 들고 와 압박과 봉쇄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동아시아에서는 한국, 일본, 괌의 사드이며, 유럽에서는 폴란드와 루마니아의 미사일방어기지(MD)가 바로 그것이다. 러시아가 크림반도 강제병합이라는 군사적 무리수를 둔 것도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EU와 나토 쪽으로 끌어들여 미사일방어기지를 구축하려했기 때문이었다. 한국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대응이 결코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무너진 동북아 전략적 균형이 뜻하는 바

중국과 러시아의 신속하고도 분명한 입장 표명으로 구체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인지, 많은 이들이 중국-러시아-북한 vs 미국-일본-한국이라는 구도로 신냉전이 펼쳐질 것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사드 배치 이후, 신냉전이라고 불릴만한 국제 질서가 만들어 질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91년 탈냉전 이후 한반도를 중심으로 형성되어왔던 동북아 평화협력, 공동안보, 비핵화,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국내-국제적 노력은 파탄날 가능성이 크다. 탈냉전 이후, 고립 탈출과 체제 생존을 위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북미협상, 중국과 러시아의 중재, 북일협상, 남북협상의 복잡한 고리를 거치면서 6자 회담이라는 다자간 안보테이블을 만들어냈다. 극단적인 대립으로 치닫던 북핵 위기는 역설적으로 유일하게 지역안보체계가 부재했던 동북아 지역에 다자안보협력의 맹아를 틔웠다. 하지만 개성공단 폐쇄부터 사드 배치까지 한국의 적극적 역할로 인해 동북아는 전쟁을 염두에 둔 동맹 체제로 급속하게 변화해가고 있다. 정부의 사드 배치는 바로 북한의 핵개발, 미사일 개발을 막기보다, 만들 테면 만들어보라는 식의 대응이다.

성주 주민들은 한반도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있다. 사드는 성주만의 문제가 아닌, 한국, 아니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보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군사적 대결구도로 달려가기 시작한 동북아 지역의 힘을 다시 평화와 공동안보, 협력의 방향으로 틀어야 한다. 그 시작은 사드 배치 철회일 수밖에 없다.
덧붙이는 글
정록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494 호 [기사입력] 2016년 07월 20일 21: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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