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김형준의 못찍어도 괜찮아] 가보지 않은 길

박김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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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지금부터 공원을 둘러볼 거예요. 공원을 쭉 돌아보시고, 내가 좋아하는 공간을 찾아 보는 거예요. 다시 말씀 드리면 자신이 편안함이 느껴지는 공간 혹은 자신이 좋아하는 공간을 찾아볼게요."
"네~"

다들 땅을 보고 걸어가시네요.
"자. 오늘은 좀 힘드시더라도 앞을 살펴보시는 시간이에요. 주변에 있는 공간들을 잘 살펴보세요."
"네~"

한바퀴를 쭉 돌고 나니, 회원분들의 지친 모습이 보이네요.
"자. 조금만 쉬웠다가 사진을 담아볼께요. 다들 공간은 정하셨죠?"
"네."하시는 분들 반, "아직이요."하시는 분들 반이시네요.

"어떤 것을 찍을지 정하셨어요?"
항상 자신이 없어하시던 회원님 오늘따라 확신에 찬 목소리로 "네!"라고 대답하시네요.
"와. 오늘따라 힘차신데요. 어떤 사진 찍어 오실지 기대해볼게요."
"네~"

다들 딱 한 장씩의 사진을 찍고 교육장으로 돌아와 자신의 사진을 빔프로젝트로 보는 시간.
오늘따라 기분 좋게 사진을 찍으신 회원분의 사진을 봅니다.

"와우. 길을 찍으셨네요. 이 길을 왜 찍으셨어요?"
"편안함이 느껴졌어요."
"이 길이요? 왜 편안함이 느껴지셨을까요?"
"가보지 않은 길이라서요."
"가보지 않은 길이 오히려 불안함이 느껴지지 않을까요?"
"..."

선뜻 대답하지 못하시던 회원분
저에게 슬쩍 얘기해주십니다.
"잘 모르겠어요."

"네네. 지금 설명하지 않아도 좋아요. 모를 수도 있구요. 오늘 자신이 그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꼈고, 그 공간을 적극적으로 잘 담아주셨다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네."

자신이 모를 수 있음을 얘기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그걸 인정해주는 것. 실제로는 잘 안 되는 일이지요.

저도 노력해봐야겠네요. 오늘도 즐겁게 수업을 마무리합니다.
덧붙이는 글
박김형준 님은 사진가이자 예술교육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496 호 [기사입력] 2016년 08월 10일 23: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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