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의 인권이야기] 직장 내 왕따도 왕따입니다

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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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대학병원의 간호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신규로 입사한지 3개월 남짓 되었는데 실수가 너무 많았고 그로 인해 사건보고서도 많이 썼단다. 병원 내 위원회에 회부까지 되었고 암묵적으로 사직을 요구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수는 실수이다. 그러나 실수가 많아서 사직을 해야 하는 것일까. 직접 만나서 본 간호사는 간호사 일을 잘 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직접 만나서 몇 가지 심각한 이야기도 듣게 되었다.

바로 직장 내 따돌림이었다. 병동에 출근을 해서 인사를 하면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다고 한다. 실수를 하면 옆에서 도와주기보다는 뒤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인쇄한 뒤, 사건보고서를 쓰라고 한다. 어떤 일이든 도와주지 않는 건 기본이다. 병동에서 해당 간호사가 듣고 있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간호사를 비난하고 무시하는 말을 큰소리로 한다. 과연 이 사람들은 성인이 맞는지 또는 생명 존중 정신이 있는지 의심될 정도이다.

집단 괴롭힘에 대해 가장 우선적이고 중요한 것은 ‘분리’이다. 가해자도 악마가 아니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괴롭힘 행동이 얼마나 문제인지 잘 모르기에 즉각적으로 바뀌진 않을 것이다.

간호 관리자를 만나서 피해자 간호사에게 일정 기간 휴식을 주고 배치전환 할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간호 관리자는 그러한 행동이 ‘특혜’라고 답했다. 실수를 잦고 일이 서툴기에 쉬운 일에 배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황당했다. 만약 학교에서 이런 일이 있다면 어땠을까. 실수가 많고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학생에게 전학 가라는 강요를 하는 가해자는 여론의 비난과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학교 집단 따돌림도 여전히 제대로 된 예방과 대응이 이뤄진다고 말하긴 어렵겠지만 처음부터 이 정도의 대책이 존재한 것도 아니다. 수많은 아이들의 눈물과 죽음 속에서 하나하나가 바뀌고 있는 것일 테다.

“여긴 학교가 아니에요.”
피해 간호사의 교육 요구에 간호 관리자의 답변이다. 참고로 ‘추가 교육’이 아니었다. 병원에서 신입 간호사에게 교육하기로 한 일자수를 다 채우지 않았던 것이다.

병원이 환자생명을 중요시 여기는 공간이라서 조금의 실수도 용납하지 못하고, 실수가 잦으면 괴롭힘을 당하는 게 당연하고, 퇴사를 종용할 수도 있는 곳인 걸까? 이러한 오해가 있을까봐 추가로 밝히자면, 해당 병원에 간호사를 제외한 수많은 직원들(의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임상병리사 등등...)이 있지만 그들 중 이렇게 신입 직원의 업무 미숙으로 괴롭히며 사직을 종용하는 부서는 없었다. 그러나 간호사 사직 종용 건은 1년에도 몇 건씩 접수가 되고 있다. 즉 업무의 특성 때문에 괴롭힘이 발생한다는 것을 맞지 않고, 정당화가 될 수도 없다.

결국 타부서로 이동하는 것은 아직 이뤄지지 못했다. 일단 장기 휴가를 주기로 했다. 간호사는 이렇게 물었다. “제가 쉬게 되면서 다른 간호사들이 일해야 하는데, 그럼 저를 더 미워하지 않을까요? 출근하기가 더 겁이나요.”

나 또한 관리자에게 이 질문을 했었다. 그 관리자의 답을 간호사에게 전했다. “다른 간호사들이 피해 간호사가 받은 휴가를 부당하게 생각하거나, 계속 괴롭힌다면, 그들 또한 자신이 보호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데 그렇겠나. 같은 간호사로서 자기를 낮추는 일은 안할 거다.”

그 말을 들은 간호사는 쓴 웃음을 지었다. 나 또한 그 웃음의 의미를 알기에 함께 씁쓸해 할 수 밖에 없었다. 관리자들은 모르는 걸까, 모르는 척 하는 걸까.

위 사진:2015년 사무금융노동자 직장내괴롭힘 실태조사 결과 발표 토론회. 그 조사에서도 ‘여성, 20대, 영업직, 사원 직급’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자살생각’의 빈도가 약간 더 높았다.

덧붙이는 글
영구 님은 대학병원 하루살이 간호사입니다.
인권오름 제 499 호 [기사입력] 2016년 08월 31일 11:4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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