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으로 읽는 세상] 고(故) 백남기님의 마지막을 함께 하는 길

훈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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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님이 돌아가셨다.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의식을 잃으신지 317일, 그리고 온전한 장례조차 치루지 못한 채 10여일이 흘렀다. 이 사회를 살아가던 한명의 동반자의 죽음에 슬픔을 함께 나누고 싶다. 또 그를 떠나보낸 유가족과 함께 진상규명의 길을 같이 가고자 한다.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는 아직 작별인사를 나눌 생각이 없던 그와 그에 동료, 가족들을 준비하지 않은 이별로 떠밀었다. 그리고 경찰은 그가 숨을 거두자 마지막 작별인사를 나누려는 사람들의 방문을 가로막고 시신의 안치조차 막으려 했다. 자기 자신만을 지키려 몸부림치는 공권력, 우리를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로 바라보지 않는 공권력이 살아 있는 사회에서 백남기 님의 죽음은 존엄한 인간의 삶에 대한 고민을 남겨준다.

317일간의 태만

백남기 님이 경찰 물대포에 맞아 의식을 잃으신지 나흘 뒤 2015년 11월 18일 가족들은 당시 강신명 경찰청장과 구은수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경찰 7명을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그리고 317일 동안 경찰은 고발사건에 대해 수사다운 수사 한번 하지 않은 채 시간을 보냈다. 경찰에 대한 첫 번째 조사는 7개월이 지난 2016년 6월에서야 이뤄졌고 그마저도 총책임자인 경찰 지휘부에 대한 조사는 없었다. 보통 고소고발 사건이 3개월 내에 공소제기 여부가 결정되는 것과 달리 이 사건은 7개월 만에 경찰에 대한 첫 조사가 이루어 졌다.

당시 상황에 대한 경찰에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은폐 의혹이 가득하다. 국회에서 청문회가 진행되었지만 실체적 진실에 가까운 경찰청에서 작성한 진술보고서는 제출되지 않았다. 경찰이 제출한 ‘살수차 사용 결과보고서’에는 여러 건의 보고서 문구가 정형화된 형태로 일치하고 시간상으로 모순되는 기록들이 발견되었다. 또한 10월 6일 열린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철성 경찰정창은 당시 상황속보를 파기했다고 밝혔다. 이 모든 것이 지금 명확한 사인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공권력이 보여준 태도이다. 아무리 보아도 진실을 밝히는 것, 책임을 다하는 것과는 무관해 보인다. 오히려 그들의 행동은 ‘무엇을 숨기려 하는지’ ‘누구를 보호하려 하는지’ 의혹만 가득하다.

그랬던 그들이 정확한 사인을 위해서라며 부감을 주장한다. 백남기 님의 죽음에 어떤 의혹이 있다는 건지 밝히지도 않는다. 당시 현장 영상과 진료 기록이 모두 존재함에도 오직 부검만이 정확한 사인을 밝힐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백남기 님이 의식불명의 상태로 병원에 누워있을 때는 진실을 밝히는 것에 전혀 관심 없던 경찰이 지금 와서야 진실을 밝히는 것에 관심이 생긴 걸까?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트집을 잡기 위해, 자신들이 쏜 물대포에 맞아 일어나지 못한 사람을 온전히 보내주지 않으려 한다. 너무나 잔인하다.

유가족의 아픔에 무거움을 더하려는 사회

백남기 님이 운명하시고 유가족들이 맞은 광경이 무엇이었을까? 그건 제복을 입은 경찰 약 3,600여명이 둘러싼 병원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가족과 다시는 말조차 나눌 수 없게 했던 물대포를 발사한 경찰들이 둘러싼 병원을 보며 유가족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그런 유가족에게 사회의 많은 구성원은 위로의 말을 전하고 조문을 갔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유가족에게 책임을 묻는 사람도 있다. 가족이 거부하여 치료를 받지 못하였다고 주장하고 유가족이 경찰을 고발했기 때문에 부검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누군가 백남기 님을 가격해 쓰러트렸다는 이야기를 퍼트리는 사람도 있고 유가족의 슬픔이 충분치 않다고 모욕한다.

부검 영장 또한 마찬가지이다. 고인을 무사히 보내드리고 싶은 유가족에게 마치 너희가 알고 싶은 진실을 알기 위해선 부검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끊임없이 유가족에게 질문한다. 이렇게 하면 부검을 할 수 있느냐? 이 정도는 협의할 수 있는 거 아니냐? 고인을 사망토록 한 경찰, 지금껏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경찰과 부검을 협의하라고 한다. 유가족이 겪고 있는 아픔을 덜어주려는 국가권력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유가족에게 무거움을 떠미는 국가권력만 보인다.

이 과정에서 국가폭력이 희석된다. 사망진단서가 어느 순간 고인에 대한 이야기보다 사망진단서는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가와 서울대병원 의사들 간에 갈등의 이야기로 치환될까 두렵다. 국가폭력의 문제는 사라지고 부검이 문제의 핵심인 냥 이야기될까 두렵다. 국회에 제출된 특검이 특검법에 대한 여야 3당의 정쟁으로 바뀌고 백남기 님의 이야기가 사라질까 걱정된다.

고인의 이야기와 국가폭력이 사라지면 유가족의 아픔은 고스란히 그들에 마음 속에 남겨질 거 같다. 모두가 알고 있는 진실을 국가가 인정하지 않고 책임질 사람 하나 나타나지 않는 상황, 어느덧 그의 이름과 이야기가 ‘하나의 사건’으로 잊히게 된다면 유가족의 아픔은 계속 지속될 것이다.

고인을 보내는 우리의 작별인사

죽음은 작별의 준비가 된 채 이루어질 때도 있지만 어느 때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다. 그래서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지 못한 채 고인을 떠날 보낼 때 그 한은 때론 가슴깊이 남겨져 마음 한편이 아려온다.

백남기 님과 그에 유가족, 동료, 지인들의 이별은 그 누구도 준비하지 않은 채 경찰에 의해 떠밀리듯 일어났다. 어떤 말로 표현해야 그이들의 아픔을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아픔을 나와 무관한 아픔으로 생각할 순 없다. 나와 함께 공동체를 살아온 동반자, 존엄한 인간으로 살기 위해 노력해온 한 명의 동반자가 국가권력에 의해 내 곁을 떠나는 슬픔이다. 이 슬픔은 나만의 것이 아닌 공동체 구성원의 슬픔이고 함께 해결해야할 아픔이기도 하다.

백남기 님을 떠나보내며 보낼 수 있는 처음의 작별인사가 무엇일까? 그것은 존엄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백남기 님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다는 말, 그에 존엄한 삶을 해친 국가권력에 책임을 요구하겠다는 말, 유가족의 곁에서 함께 아픔을 나누고 싸워가겠다는 말인 것 같다. 그렇게 모든 문제가 해결되어야 그에게 “이곳에 함께 살아주어서 참 좋았습니다.”와 같은 두 번째 작별인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훈창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503 호 [기사입력] 2016년 10월 07일 1: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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