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참깨] 우리가 왜 공공기관이죠

이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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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대학 재정 지원 사업이 늘어나면서, 대학 본부와 학생들 간의 소통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사전 작업이 비교적 복잡하지 않은 것들도 있지만, 적지 않은 수의 사업이 대학의 형태 변화를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그 변화를 직접 적용받는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대학이 해당 사업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올해 초 성신여대 역시 학생들에게 어떠한 통보도 없이 프라임 사업 지원을 준비하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많은 학생들의 반발을 샀다. 몇 차례의 시위 끝에 계획이 축소되긴 했지만, 각 단과대나 과 학생들에게만 개별적인 통보가 내려졌을 뿐 전체 계획을 설명하는 대대적인 공지는 없었다. 학생들은 2017년 입시 요강이 뜨고 나서야 학제 편제가 정확히 어떻게 바뀌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전략상 비밀’이라며 모든 정보 제공을 거부한 대학 본부의 태도에 질린 필자는 자연스럽게 자유인문캠프와 정보공개센터가 주관하는 사립대학 정보공개청구 워크숍에 참가하게 되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에 의하면 국·공립대학뿐만 아니라 사립대학도 공공기관으로 기관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고 투명성을 확보할 의무가 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심지어 외국인도 특정 조건을 만족한다면 청구를 진행할 수 있다) 누구든 사립대학에 정보공개청구를 넣을 수 있고, 필자도 워크샵을 진행하면서 소속 대학이 아닌 곳에도 청구를 넣었다.

국·공립대학을 포함해 정부 산하기관은 정보공개포털(https://www.open.go.kr/)에 등록되어 있어 간편하게 신청을 넣을 수 있지만, 사립대학은 국민대학교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누락되어 있다. 타 기관에 이송을 부탁하거나 따로 대학 홈페이지에 접속해 접수창구를 알아내야 하는 것이다. 정보공개청구 안내 페이지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은 곳도 많아, 결국 대학 쪽에 전화를 걸어야 할 때가 생긴다. 뿐만 아니라, 청구 방법에 조건을 걸거나 접수 처리가 미숙한 경우도 있다. 성신여대는 오프라인 접수의 처리 방법을 몰라 ‘접수를 미루겠다’고 했으며, 다른 청구자에게는 메일로 청구하지 말고 교육부를 통해 정보공개포털에서 다시 신청해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청구 진행 과정도 가시밭길이다. 청구 신청 방법에 제약을 거는 것도 모자라 부가적인 정보를 요청하기도 한다. 정보공개청구 표준 양식에는 ‘청구 목적’란이 존재하지 않으며 정부 측의 매뉴얼에도 청구 목적을 따로 요구하지 말라 명시되어 있지만, 청구 양식서에 청구 목적을 추가하고 누락되었을 경우 ‘목적을 기재해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대학 측의 빈번한 ‘늦장 처리’도 문제다.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청구 접수 후 업무일 기준 10일 이내로 결과를 통지해야 하고, 불가피하게 연장이 필요할 경우 그 사유를 청구인에게 설명해야만 한다. 성신여대는 10일 째가 되던 날에서야 ‘관련 규정을 검토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연장 통지를 보냈으며, 20일이 훨씬 지난 지금도 청구 결과를 통지하지 않고 있다. 청구를 진행했던 타 대학 중 일부도 결국 기간을 넘겨 회신을 보내왔다.

신청의 늪을 지나 과정의 산을 넘어, 마침내 청구 결과를 받아도 고통은 끝나지 않는다. 공개 결정을 내렸지만 ‘자료 제공은 어렵고 직접 와서 열람만 하라’고 하거나, 청구인이 요청한 형태로 자료를 주지 않는 경우도 존재하나, 뒤에 서술할 사례에 비하면 양반에 가깝다. 고려대학교는 워크숍에서 진행한 거의 모든 청구에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다른 대학에서는 공개를 한 사안에도 전부 비공개 결정서를 보내왔다. 물론 정보공개법 9조에서 정보를 부득이하게 비공개할 수 있는 경우를 정해놓고 있긴 하나(물론 연장 통지와 마찬가지로 해당 청구가 어느 경우에 해당되어 정보를 공개할 수 없는지 상세히 설명해야만 한다) 정보 공개로 인해 얻어지는 공익이 비공개 시 보존되는 기관의 이익보다 클 경우 공개를 해야 한다. 교육 대상자, 일자, 강사 등을 포함한 정보공개 교육 현황을 공개하는 것이 ‘인사관리 측면의 공정한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고 ‘공개하는 것이 공익이나 개인의 권리 구제에 필요’(정보공개법 9조 6항)하지 않다고 판단하게 된 과정이 궁금할 따름이다.

1달간의 워크숍을 시작으로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해오며 느낀 점이 있다. 사립대학 전체적으로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낮다는 것이다. 정보공개 교육 현황 청구 진행을 위해 각 학교의 정보공개 담당자와 연락을 취하자, 행정자치부에서 제공하는 매뉴얼 외에는 지원해주는 것이 없어 담당자 개인이 혼자 공부할 수밖에 없는 고충을 토로한 사례도 있었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이고 전폭적인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더 큰 문제는 대학이 본인이 공공기관이라는 자각이 없는 것이다. 고려대처럼 아무 사안에나 ‘법인 이익’ ‘업무 수행 지장’ 운운하며 정보 공개를 거절하거나, 애초에 본인들이 왜 해당 정보를 공개하라는 요청을 받아야 하는지 불쾌해하는 태도가 많았다. 대학은 정보공개법이 지정한 ‘공공기관’일 뿐 아니라, 엄연히 한국 교육의 한 축을 담당하여 수많은 학생들의 등록금과 세금에서 지출되는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대학 스스로 자신들이 단순 법인이 아닌 교육 기관이며 사회 공익과 직결된 곳임을 깨닫게 될 날이 오길 고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이수빈 님은 2016 사립대 정보공개캠프에 참여한 성신퍼블리카 기자입니다.
인권오름 제 505 호 [기사입력] 2016년 10월 19일 11: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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