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창호의 인권이야기] 막장드라마의 민주국가의 위기, #촛불은?

서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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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법원행정 일을 하고 있는 공무원인, 한 후원회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도대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박근혜 정권의 후안무치한 국정농간에 녹을 먹는 공무원으로서, 부끄러움을 넘어 자괴감마저 든다”라는 하소연이었다.

어찌 후원회원인 한 공무원만 그런 심정이겠는가?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사회의 모든 국민이 그야말로 ‘멘붕’ 그 자체다. ‘민주국가’라는 대한민국에서 희한한 일들이 마치 양파처럼 시시각각 새로운 불법행위들이 밝혀지고 고발되고 있다. 기업을 협박하여 돈을 뜯어내는 장면은 그야말로 잘나가는 액션조폭드라마를 떠올릴 법할 테고, 비선실세와 청와대의 공직자의 얽히고설킨 책임공방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가 익히 보았던 정치스릴러를 떠올릴 법하다. 그러나 권력이 저지른 막장드라마의 현실은 국민의 상상을 뛰어넘어, 국민은 때로는 하늘을 찌르는 분노로, 때로는 바닥모를 상실감과 비통함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사회의 절망적인 분노가 과연 어디로 향할 지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박 대통령 스스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36.1%), ‘여야가 박 대통령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12.1%) 등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중단을 선택한 응답이 48.2%에 달한다. 절반에 가까운 국민이 박근혜 대통령은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아마도 앞으로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간이 구체적인 실체가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응답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보수야당은 기득권과 당리당략에 기댄 복잡한 셈법을 보이고 있어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한마디로 보수야당의 ‘정치’는 대다수 국민과 유리되어, 국민의 분노와 요구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국민에게는 그들이 ‘정치’를 운운하며 우려하고 협박하는 ‘국정공백’보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간’이 더 고통스럽고 화가 나는 일이다.

그래서 정부 여당의 막가파식 나 홀로 패권정치와 보수야당의 어정쩡한 물타기 타협을 막고, 민주국가의 위기를 구해내고 국민들의 삶과 인권을 온전히 밝히는 대안과 권력은 ‘시민들의 투쟁과 지혜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다. 탄핵이든, 하야이든, 거국중립내각이든, 특검이든, 국정조사든 뭐든 간에 말이다.

위 사진:10월 29일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광화문에 모인 시민들<사진출처-민중언론 참세상>

우리 모두 시민과 함께 촛불을 들자!

우선, 철저한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한 책임자 처벌의 요구를 모아야 할 것이다. 또한 국정농간에 의한 민주국가의 위기(아니, 우리는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민주국가를 맞이해 본적이 없다)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박근혜 정권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대한 규탄과 행동에 머물러서는 해결이 안 된다.

현재 우리가 당면한 위기는 박근혜 정권의 잘못과 일탈로부터 기인한 것이지만, 대통령 한 사람을 바꾸는 것으로 근본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간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완전히 민주주의가 온전히 담보되는 새로운 정부, 시민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정치, 시민의 삶과 요구가 사회정책에 녹아가는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니 우리 모두 시민과 함께 촛불을 들자!
시민의 자발적인 힘을 모아가는 촛불, 시민들이 만드는 일상적인 정치참여 공간으로서, 삶의 요구가 함께 만나는 장으로서 촛불을 밝혀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모든 분노와 투쟁을 박근혜 정권의 최순실을 비롯한 국정농간의 분노로만 집중되는 것을 우리 스스로 경계해야 할 일이다. 국정농간의 대중의 분노와 투쟁을 촉발시킨 것은 맞지만, 국정농간을 해결과정에서 다양한 요구가 봇물 터지듯 자기의 언어로 쏟아져야 한다. 국정교과서, 성과퇴출제 노동개악, 세월호의 진실규명, 백남기농민 살인 진상규명, 원전 가동중단, 가계부채, 청년실업 등 다양한 시민의 삶의 영역에서 우리의 요구를 아낌없이 담아내고 드러내자. 둘째, 촛불은 시민의 것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삶의 영역에서 투쟁하고 있는 투쟁당사자들의 것이기도 하다. 예컨대 현재도 힘겹게 투쟁하고 있는 철도노동자들의 투쟁이 박근혜의 국정농간의 원인과 다르지 않을 터, 투쟁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촛불에서 온전히 드러낼 수 있도록 하자. 셋째, 2008년 촛불, 2011 희망버스에서 보여주었던 운동의 상상력을 발휘하자. 쫄지 말고 제한 없는 상상력으로 우리 모두를 운동의 주체로 세우자.

그래서 박근혜 정권의 탄압으로 억눌렸던 국민의 삶에 대한 요구와 민주주의의 열망 그리고 인권의 몫소리가 촛불의 장에서 다양하게 변주될 수 있도록 하자. 민주국가 시민의 자존감을 박근혜 정권이 저지른 국정농간 해결과정에서 촛불로 모두 타오르게 하자. 전국 곳곳에서 우리 스스로 촛불이 되어 결국 촛불이, ‘정치하게’ 하자!


덧붙이는 글
서창호 님은 빈곤과 차별에 저항하는 인권운동연대의 상임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507 호 [기사입력] 2016년 11월 03일 0:3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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