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현의 인권이야기] 노조파괴를 엄단하는 정의로운 이들의 행진에 함께 하자

-박근혜 퇴진, 유시영과 정몽구 처벌을 촉구하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오체투지

임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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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처음에는 청와대 측근실세의 비리 혐의가 도마 위에 오르더니, 이내 그 배후에서 국정을 좌지우지한 비선실세의 전모까지 드러났다.

이것만으로도 국민들 머리가 아플 지경인데, 하루가 멀다 하고 부정부패에 연루된 자들이 줄지어 소환되고 있다. 무심코 썩은 줄기를 솎아내려다 주렁주렁 매달린 썩은 감자들까지 캐낸 격이다. 그리고 8일, 검찰은 미르, K스포츠 재단에 수백억 원대의 자금을 지원한 또 다른 실세 삼성전자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세간에 널리 알려졌다시피, 삼성은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게 승마 훈련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10억 원을 호가하는 명마를 손수 구입해주고, 최순실이 실소유주인 독일 현지의 페이퍼컴퍼니에는 35억 원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민심이반의 징표 두 가지

이처럼 관권, 금권이 결탁한 ‘대국민 사기극’에 한 국사회 도처에서는 깊은 분노와 탄식이 교차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정부의 난도질에 가까운 ‘민주주의 유린’에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지만, 동시에 자괴감이 느껴진다고도 고백했다. 지난 11월 4일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한 박근혜정부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5%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 치의 의심 없이 이 정부를 굳건하게 떠받치고 있던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까지 속절없이 붕괴되기 시작한 것이다. 민심 이반의 첫 번째 징표다.

같은 날 오전, 박근혜는 분노한 민심을 뒤늦게 수습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재차 열었다. 이번에는 누가 손봐주었을 지 알 수도 없는 대국민 담화문을 읽어내려 가며 그녀는 중간 중간 말을 잇지 못한 채 울먹거렸다. 박근혜는 그 와중에 “선의로 도움을 준 기업인들께 큰 실망을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재벌과의 끈끈한 유착관계를 좋은 뜻으로 포장하는 파렴치한 거짓말도 서슴지 않았다.

이 장면을 방송으로 지켜본 이정현 새누리당 당대표와 청와대의 가신들은 매우 감복 받았던 모양이다. 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박근혜의 꼬리자르기식 면피성 발언에 오히려 복장이 뒤집어졌다. 그리고 주말 촛불행진에 전국적으로 30만 명의 인파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것이 민심 이반의 두 번째 징표다.

위 사진:

또 하나의 인면수심 범죄

한편, 온 국민의 이목이 박근혜의 대국민 담화에 집중됐던 11월 4일,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서는 국가가 줄곧 내세우는 사법정의가 얼마나 비루한 수준인지 잘 드러내는 또 다른 사건이 있었다. 현대차, 한국GM을 비롯한 완성차 제조업체에 피스톤링 등 엔진부품을 납품하는 부품사인 유성기업에서 자행된 끔찍한 노조파괴 범죄를 다루는 재판이다. 원청인 현대차의 불법적인 지배개입 속에서 노무법인 창조컨설팅과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공모, 실행한 유성기업 유시영 회장에 대한 결심공판이었다. 유성기업 현장에서 노조파괴가 시작된 지 만 5년, 유성기업지회의 고소고발 이후로도 무려 4년 만에 열린 뒤늦은 결심공판이다.

법정 피고석에 앉은 유시영 회장은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시나리오에 따라 유성기업의 민주노조를 철저히 파괴하려고 했던 장본인이다. 유시영 회장은 공격적인 직장폐쇄와 용역깡패 투입, 그리고 어용노조를 설립한 시점부터는, 민주노조에 대한 단체교섭 거부, CCTV 감시, 임금삭감, 무차별적 고소고발까지 온갖 불법과 편법을 동원해 노조파괴에 나섰다. 회사의 탄압으로 민주노조의 조합원들은 경제적, 심리적인 고통을 혹독하게 치러야 했고, 악명 높은 유성기업의 가학적 노무관리로 인해 결국 노동자 한광호가 3월 17일 목숨을 끊었다. 지난 6년 동안 회사는 집요하게 민주노조에 가입된 조합원을 괴롭혔고, 이러한 범죄 증거들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만큼 산적해 있다.

그런데 이 악랄한 노조파괴 범죄에 대한 11월 4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의 구형은 고작 ‘징역 1년’에 지나지 않았다. 박근혜 뒤에 최순실이 있고, 최순실 뒤에는 재벌이 있다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나자, 이제 그 누구도 박근혜가 단지 ‘꼭두각시’라거나 재벌이 ‘피해자’에 불과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유성기업 유시영의 노조파괴 범죄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유성기업 뒤에 현대차가 있었고, 그 막후에는 박근혜정부가 있었기 때문이다. 유성기업이 고용노동부, 경찰청은 물론, 심지어 청와대, 국정원까지 수시로 접촉하며 로비를 벌여온 정황들도 이미 오래 전에 드러났다.

우리가 단죄하자

노동자 한광호가 싸늘한 시신으로 냉동고 안에 갇힌 지 어느덧 238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박근혜-최순실-재벌로 공고히 엮인 권력실세들의 범죄 행각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한갓 ‘꼬리 자르기’로는 문제해결에 이를 수 없다는 진실을 우리는 전사회적인 각성을 통해 여실히 확인했다. 유성기업 노조파괴 문제 또한 마찬가지 아닐까? 노동자들이 구속되고, 해고되고, 끝내 죽임을 당했는데도 고작 1년 구형을 받은 유시영 회장에 대한 엄벌은 노조파괴 범죄를 한국 사회에서 종식시키는 그 첫걸음일 따름이다. 그런 마음으로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한광호가 세상을 뜬지 236일이 되던 11월 7일,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을 출발해 청와대까지 오체투지 행진을 시작했다. ‘박근혜 퇴진! 유시영 구속!’을 새긴 몸 조끼와 손팻말, 온몸을 바닥에 내던져 절하는 오체투지 모습에 거리를 지나는 수많은 행인들도 걸음을 멈췄다. 그 중 어떤 이는 박근혜와 나란히 내건 유시영이라는 이름이 생소한 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묻는다.

“박근혜는 알겠는데, 유시영은 또 누구래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활짝 열리면서 권력실세들의 암약과 함께 그들의 이름까지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유시영이 누구냐고 물었던 그이 또한, 최근 세간에 알려진 무수한 권력실세 중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베일 속의 인물인가 싶어 무척 궁금했을 것이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규모를 가늠할 수 없는 이 막대한 비리의 실체를 알고 싶어 한다. 삼성이 정유라의 말값을 대주고 승마 훈련을 기꺼이 후원해줬던 이유가 과연 무엇이겠는가? 현대차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128억을 모금해 바친 까닭은 또 무엇이겠는가? 만약 그것이 무제한적인 해고와 비정규직 사용, 임금체계 변경의 자유, 기업구조조정과 노조파괴의 자유를 기업들에게 선사하는 대가라면, 그깟 말값이나 수백 억 모금쯤은 재벌들에게 있어 아주 소박한 보답에 불과했을 것이다.

따라서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오체투지 행진은 재벌세상을 만들기 위해 한통속이 되었던 지배자들을 단죄하는 정의로운 싸움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냉담하기 짝이 없던 강남지역의 시민들도 다행히 오체투지 행진단에 아낌없는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11월 12일까지 이어지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이 싸움에 더 많이 함께 하자. 다시는 한광호 같은 억울한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다시는 자본의 탐욕이 노동의 권리를 억압하는 일이 없도록, 우리 함께 정의의 물결 이뤄 성큼성큼 나아가자.

덧붙이는 글
임용현 님은 사회변혁노동자당의 조직국장입니다.
인권오름 제 508 호 [기사입력] 2016년 11월 09일 13:5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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