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퇴진을 넘어, 다른 세상을 향한 페미니스트 시국선언

시국선언에 함께 한 페미니스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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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주>

박근혜․최순실게이트로 극명하게 드러난 민주주의 후퇴와 인권 유린을 보며 시민들이 거리에 나섰다. 하지만 거리에서 외치는 민주주의에 여성과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넘쳤다. 박근혜 대통령의 성별이 부각되고 그의 부패와 무능을 장애인에 빗댔다. 페미니스트들은 광장에서 우리가 함께 외치고 만들어야할 내용을 담아 2016년 11월 26일 페미니스트 시국선언을 했다. 여러 단체들과 페미니스트 개인들이 시국선언을 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를 나누기 위해 시국선언 하나를 온전히 싣고 지면관계 상 나머지는 한두 단락만 인용해 싣는다. 시국 선언 전체 내용은 링크를 해놔 쉽게 볼 수 있다.

[건강과 대안 젠더건강팀 시국선언문]

그간 한국사회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 중 하나는 국민의 건강, 나의 건강에 도움되지 않고 재벌의 배만 불리는 의료 민영화, 원격 진료가 독단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입니다. 나아가 줄기세포를 상품화하는 기업의 주가조작, 생명공학의 무분별한 희망 팔기를 정당화하는 정부 정책, 논문 조작, 표절, 연구윤리 위반, 여성 연구원에게 난자 채취를 강요했던 황우석이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장면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야 이 모든 일이 무슨 영문인지 이해가 갑니다. 이해가 가는 동시에 화가 납니다. 2013년 ‘장밋빛 미래'를 빌미로 주가조작을 하고, 회장이 구속되었던 바로 그 바이오 회사에서 이들은 불법 줄기세포 시술을 받았습니다. 박근혜와 1%에게는 차움병원이 있었습니다. 그 차움병원에서 그들은 피부를 가꾸고 스파를 즐기고 불로장생을 꿈꾸었습니다. 나머지 99%가 헬조선에서 젊은이들이 죽어나가고 노인들이 병원을 못 가도 그들과는 상관이 없었습니다. 차움병원과 박근혜의 '의료게이트'에서 우리가 싸워야 할 것은 마늘주사, 태반주사가 아니라 박근혜와 1% 의료민영화 정책입니다. 박근혜 정권이 저지른, 그리고 지금도 추진하고 있는 모든 의료 민영화 정책을 폐기시켜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은 사회 곳곳에 침투한 독단적이고, 파국적인 정책과 구조들을 바꾸어내는 시작입니다.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유영하 변호사는 “대통령의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을 존중해달라"고 말했습니다. 마치 항노화를 위한 주사제와 의약품, 불법시술, 밝혀지지 않는 세월호 7시간까지 감히 ‘여성'의 사생활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습니다. 항노화와 미용시술이 여성의 사생활이고, 여성의 자연스러운 욕망인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기만적이고, 모욕적인 치사한 전략입니다. 실상 여성의 권리를 위해 한 것도 없는 박근혜가 여성의 이름을 사용하여 위험을 회피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여성의 건강, 전체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정책을 집행해야 하는 최고 행정기관인 청와대는 자신의 사욕을 채우기 위한 방편으로 건강 정책을 집행하였고, 그것의 결과는 노화를 방지하기 위한 각종 주사제와 처방,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해왔던 병원의 영리와 이익만을 보장해주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디에서 국민들의 건강은 보장될 수 있을까요? 늙게 보이지 않는 각종 주사제나 의약품의 발달이 우리 국민들의 기본적 건강을 책임질 수 있다는 것입니까? 건강하게 늙을 권리는 커녕 건강하게 살아갈 권리마저 배제된 대다수 국민들의 건강을 이제 더 이상 자본과 부패한 권력의 손안에 둘 수 없습니다. 국민의 건강을 보장하지 않는 국가가 어떻게 국가일 수 있습니까.

우리에게는 나의 몸을 돌보고, 적절한 지원을 받고, 전문가로부터 조언과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즐거운 성생활을 누릴 권리와 어떤 상황에서건 나의 재생산 건강을 지키고, 피임하고, 낙태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팔팔정과 비아그라는 청와대에서 보장해준다는데,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있다는 여성의 몸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이유로 이제까지 갖은 모욕을 당해온 여성의 재생산권/재생산 건강은 왜 보장하지 않습니까. 아프리카 갈 때 팔팔정이 필요하다고 청와대돈으로 처방받으면서 피임약은 여성의 돈으로 국가 지원없이 알아서 합니까. 우리의 재생산건강 보장하려는 노력이 어떻게 팔팔정과 비아그라를 사들이는 노력만 못합니까. 2016년 5월 식약청은 응급피임약을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그대로 존치하기로 결정하면서, 응급피임약이 일반약으로 허가 되면 여성들이 오/남용 할 것이라며 여성의 재생산권을 무시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 와중에도 청와대에서는 각종 주사제와 발기부전치료제가 끝도 없이 오/남용 되고 있었고, 심지어 판매 및 시술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줄기세포까지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식약청이 우려해야 하는 것은 여성의 재생산권일까요, 아니면 권력과 돈 뒤에 숨어있는 불로장생의 헛꿈들일까요?

국민의 세금과 국가의 의무는 국민의 건강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국민의 세금이 그들의 팔팔정이나 그들의 미용시술에 쓰여져서는 안된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나아가 건강이야 말로 개인의 고군분투로 성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논의를 적극적으로 시작해야합니다. 사회와 제도와 기술과 시민의식이 함께 만들어나가는 일이 되어야 합니다. 1%의 혜택, 재벌의 이윤만을 의료 민영화를 막아야하고, 여성이 자신이 처한 상황과 건강에 대해서 고민하고 최선의 고려를 할 수 있도록 보장되어야하며, ‘검은 시위'에 나온 여성들이 ‘아이를 낳아서 수학여행을 보내면 살릴 수 있냐’고 질문할 때 답을 내놓을 수 있는 국가와 사회가 되어야합니다. 인간에게 주어진 탄생과 죽음을 빌미로 가짜 희망을 파는 의료 기술에 저항해야 합니다. 박근혜와 차병원의 ‘의료게이트’에서 우리가 깨닫고 나아가야하는 지점은 정상과 비정상, 젊음과 늙음, 아름다움과 아름답지 않음의 이분법적 고리에 저항하고, 진정한 나의 건강, 우리의 건강, 공동체의 건강, ‘건강'이라는 기준으로 누군가를 차별하지 않겠다는 결심과 실천들입니다.



[강남역 10번 출구 시국선언문]
한 가지 희망은, 페미니스트, 성소수자, 청소년, 장애인 등 사회의 여러 가치를 대변하는 존재들이 각자의 구호와 피켓으로 각자의 액션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해일이 밀려오는데 조개나 줍고 있다’고 누군가는 말했으나, 이 곳에 더 이상 더 중요한 것, 덜 중요한 것은 없다. 우리는 우리의 언어로 싸운다. ‘여성’이라는 프레임을 뒤집어 쓴 채 검찰 수사를 피하고, 숨어들어가는 대통령을 규탄할 것이며, ‘여성’의 문제라고 말하는 이들 또한 규탄할 것이다. 대통령에 대한 그 부도덕성과 부당성에 대한 인식들이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로 뻗어나가야만 한다. 혐오를 넘어서 연대의 정치가 실현되어야 하는 순간이다. 우리는 우리의 언어와 우리의 힘으로 우리가 주인공이 되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

[노동당 여성위원회 시국선언문]
혹시 대통령의 성 정체성 탓에 '역차별'이 벌어질까 봐 거리 두기를 하였는지, '준비된 여성 대통령'은 여성의 이슈에 무심했다. 18대 대통령의 임기가 4년이 지나는 동안 한국의 성 격차지수 순위는 2012년 108위에서 2016년 116위로 하락했다. 성별 임금 격차는 임기 내내 OECD 국가 중 가장 컸다. 그러는 사이 KTX 여승무원들의 복직투쟁이 대법원의 최종심에서 패소했고, 몰래카메라와 여성혐오범죄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으며, 보건복지부는 낙태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다 반발에 못 이겨 원상복귀 했다. 어디 여성 이슈뿐인가, 생태 · 평화와 같은 여성주적 가치들도 모두 무시되었다. 박근혜 정권의 정치는 지금껏 이어졌던 기득권들의 정치, 아재정치와 다름이 없었다.
오늘의 시국선언은 우리는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동시에 박근혜 퇴진을 넘어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기 위한 출발선이다. 우리는 여성을 대변하지 않았던 여성 대통령과 대통령의 성별을 핑계삼아 여성혐오를 일삼고 광장을 성폭력과 성차별로 물들이는 당신들을 모두 거부한다. 박근혜정권의 정치는 아재정치의 연장이었으며, 재벌과 정치권의 남성들이 공모해 만들어낸 것이기도 했다.

[동덕여대 여성학 동아리 WTF 시국선언문]
학교는 여성학 전공의 폐지 이유로 여권의 신장, 여성학이 아닌 양성평등이 트렌드라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작년 2015년은 여성혐오가 중요한 사회문제로 조명되기 시작한 해였다. 올 한해 역시 다사다난해서, WTF는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에 대한 추모 대자보를 부착하고 ‘검은시위’에 동참하고 학내 차별발언 쓰기 포스트잇 액션을 진행하는 등 등 끊임없이 활동해야 했다. 또한 박근혜-최순실에 대한 논평에서도 여성혐오적 표현이 난무하는 지금, 우리는 페미니즘이 가장 긴급한 요구이자 실천과제임을 안다.

[불꽃페미액션 시국선언문]
박근혜대통령에게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퇴진하라. 우리는 여성들이 당신으로 대변되는 것을 거부한다. 수천만 여성들의 삶을 비정규직으로 몰아갔으며 여성의 안전조차 책임지지 못하는 대통령은 필요없다. 우리는 여성주의 대통령을 원한다. 여자라는 이유로 취직에서 애인이 있냐는 질문을 듣지 않고 싶다. 여자라는 이유로 해고의 압박을 받지 않기를 원한다. 여자라는 이유로 비정규직이 되고 싶지 않고 여성의 몸에 대한 결정권은 여성 스스로가 갖기를 바란다.

[스윙 시스터즈 시국선언문]
모든 문제가 박근혜 때문 만인지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박근혜는 거대한 시스템 속의 꼭두각시였습니다. 대한민국이 헌정유린 상태가 된 것은 돈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물질만능주의 때문이고,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 혐오 때문이며 비열한 경쟁이 난무하는 승자독식주의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런 사회 시스템 전체의 문제는 외면한 채 그 동안 쌓인 분노를 촛불집회나 SNS를 통해서 토해내고만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시국선언문]
-페미니스트 비체 시국 선언
우리는 나라를 바꾸는 계집, 나라를 바꾸는 페미니스트 비체들이다.
우린 웬만해서는 선언 같은 거 안 한다. 확신을 주는 말들이 얼마나 주술적인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한 번 쯤을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권력이 소용돌이치고 있기 때문이다.
만천하에 드러난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는 대통령이 여성이었기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박근혜를 “순결하고 희생적인 여성”이라는 기표로 만들어 “아버지 박정희”의 유산을 계승하려했던 가부장적 젠더체계와 이에 기생하는 경제·정치·사법 권력 카르텔이 만들어낸 사건이다. 그런데 비판의 목소리는 가부장적 권력 카르텔이 아닌 여성비하로 점철되고 있다. 이 사건을 “한낱 여성”의 문제로 치환하여 비난하는 비판세력의 목소리는 박근혜 대통령을 변호하기 위해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을 운운하는 유영하 변호사의 발언과 무엇이 다른가?
우리는 페미니즘에 무지한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비판세력이 여성혐오라는 감정의 정치를 더 이상 동원하지 말 것도 요구한다. 우리는 집회에서의 여성비하 발언을 더 이상 보고 있지 않을 것이며, 성추행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의 용기당 시국선언문]
현 정권은 재벌 기업을 비롯한 정재계 인사들과 불법적으로 결탁하여 국정을 농단하고, 돈과 권력의 힘을 휘둘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기에 봉착하도록 했다. 이 사태의 중심에 서있는 박근혜-최순실과 그 부역자 일당은 정당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정치적 범법자다. 하지만, 언론은 그들의 죄를 적확한 사실로서 비판하기 보다는 박근혜-최순실의 '여성으로서의 사생활'만을 파헤치기 바빠 보이고, 경쟁적으로 선정적인 헤드라인을 앞세우며 가십거리로 소비하고 있다.

[장애여성공감 시국선언문]
정상성에 도전하는 배제된 이들의 목소리로 새롭게 만드는 민주주의를 위하여
우리는 ‘문제로 정의된 사람들이 그 문제를 다시 정의할 수 있는 힘을 가질 때 혁명은 시작된다.’는 말을 좋아한다. 우리는 자주 여성임을 부정당하지만 우리는 사회에서 규정하는 여성의 기준에 맞출 생각이 없다. 박근혜 여성대통령은 우리에게 그 어떤 의미도 없었다. 우리는 여성에게 강제적으로 할당되는 자리와 역할을 거부하고, 여성의 의미를 새롭게 만들 것이다. 우리는 자주 무능력하다고 규정되지만 사회가 요구하는 정상성의 기준에 맞출 생각이 없다. 우리는 존재 자체로 존엄성을 인정받고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을 원한다. 우리는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양한 소수자들과 함께 이 사회의 문제점을 밝혀냄으로써 우리 사회의 본질을 폭로할 것이다. 박근혜라는 최악의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그 다음에 차악의 대통령을 세우는데 만족하지 않는다. 억압받아온 사람들의 역사는 훨씬 길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위해서, 인간다운 삶을 만들기 위해서, 페미니스트-장애-퀴어 정치를 갱신해가면서 계속 목소리를 높이고 살아나갈 것이다. 광장과 거리에서 우리의 존재가 모욕당하지 않고, 헌법적 가치에 우리들의 얼굴이 새겨질 때까지 이 싸움은 지속될 것이다. 오늘은 그 싸움의 여러 날 중의 하루이자, 박근혜의 퇴진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중요한 날이다. 민중이 총궐기하는 오늘, 우리는 우리의 속도와 방식으로 역사에 참여할 것이다.

[정의당 여성주의자 모임 Just' Feminist 시국선언문]
이제 우리는 국가가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 그리고 국가를 지탱하는 정치는 무엇인지, 그것이 어떤 것이 되어야하는지 물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실책은 여성 리더쉽에 대한 그릇된 고정관념을 강화시키고 있다.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과 싸우는 한 편, 여성들에게 드리워진 이 굴레와 싸워야 한다. 우리는 박근혜와 같은 여성이다. 하지만 우리는 타인에 의존하고 끌려다니지 않는다. 과거로 회귀하는 정치가 아닌 새로운 시대를 위한 정치를 꿈꾸는 여성들이다.

[정의당 이화여자대학교 학생위원회 시국선언문]
우리는 여성으로서 불의와 투쟁한다
이화여대는 “여성만 다니는 학교” 이기 때문에 뚜렷한 혐오와 멸시의 아이콘이 되었다. 샤넬백, 스타벅스 커피, 김치녀, 된장녀 등의 상징으로, ‘사치스러운 여성’으로 형상화되었다. 실제의 이화여대생들은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을 막아내기 위해 싸웠으며 박근혜와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놀아나는 것을 거부했다. 그리고 “이대생들 멋있어 보인다. 인정해 주겠다” 라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우리는 스스로의 권리를 위해 싸우면 기특해지고, 멋있어 보이고, 남성의 인정을 받아 그들의 욕망 속으로 들어가는 존재들이었다. 정유라는 “이대 나온 여자” 로 희화화되며 우리의 투쟁을 지워버렸다. 이화여대는 정유라를 부정하게 입학시킨 곳이기도 했지만 또한 학사문란에 반대하며 투쟁한 공간이었다. 그런데 그 말이 나온 순간, 이화여대에는 “여자의 학사문란”만 남았고 “여성의 투쟁”은 없어졌다. 여성이 배제된 혁명과 여성이 배제된 정의는 과연 누구의 것인가?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시국선언문]
박근혜 퇴진, 정권교체를 넘어 우리는 ‘다른 세상’을 만들 것이다.
페미니스트로서 우리는 정권을 넘어 체제에 주목한다. 이 파탄의 본질은, 비단 하나의 정권이 아니라 자본과 권력을 지닌 소수가 다른 생명들을 자원으로 삼아 성장하는 가부장체제에 있기 때문이다. 성별화 된 권력과 노동의 위계화, 성별이분법과 이성애 중심주의, 정상성 규범과 종 차별이 이 체제를 작동시켜 온 역사적 바탕이다. 개, 돼지를 함부로 다뤄져도 되는 생명으로 여기는 세계가 이 체제의 본원이며, 권력 집단의 파행을 여성 혐오로 환원해 버리는 것이 이 체제의 속성이다. 복지를 관리와 통제의 도구로 삼고, 차별과 낙인, 혐오를 부추기는 이들은 이 체제를 유지하는 자양분이다. 임금노동과 상품생산에만 가치를 부여하고 삶의 가치를 위계화 하는 시스템, 여성의 몸을 인구관리와 노동력 재생산의 도구로 삼는 시스템이 유지되는 이상 우리의 삶은 제자리를 맴돌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더 큰 싸움을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박근혜와 가부장적 권력집단의 카르텔을 종식시키고, 그들이 야기한 파탄에 명백히 책임을 물을 것이다. 나아가 우리는 '여성'이 보수 기득권 집단의 정치적 기표나 명분으로 이용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 우리는 정상성의 규범과 위계를 깨고 우리 각자의 존재가 곧 우리의 가치가 되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 우리는 성별화와 노동의 위계, 지구적 착취의 시스템을 멈추게 할 것이다. 지금 광장으로 나온 모든 이들이 이 변화의 동등한 주체이다. 우리 각자의 요구가 하나하나의 새로운 물길이 되어야 한다. 더 많은 물길들이 끊임없이 이어져 이 세계를 변화시켜 갈 때까지, 우리는 매 순간 가장 경계에 선 이들의 자리에서 함께 투쟁해 나갈 것이다.

[페미당당 시국선언문]
페미가 당당해야 나라가 산다.
부패 정권이라는 해일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뛸 힘이 있는 사람은 다른 이를 마구 밀며 도망갑니다. 넘어진 자를 일으키기 위해 손을 뻗는 우리를 보고 누군가는 조개를 줍는다고 비난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조개를 줍는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는 해안에 남아 대피신호를 쏘아 올리는 사람입니다. 구명보트를 띄우고 해일 속으로 뛰어드는 사람입니다. 소외되고 차별받아 뒤쳐진 마지막 한 명까지 구하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페미니스트입니다.


함께한 단체‧모임들 강남역10번출구, 건강과 대안 젠더건강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노동당 여성위원회, 다산인권센터, 동덕여대 여성학 동아리 WTF, 박.하.여.행(박근혜 하야를 만드는 여성주의자 행동), 불꽃페미액션, 사회진보연대, 서울인권영화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여성주의 춤 동호회 스윙 시스터즈, 우리는 서로의 용기당, 인권운동사랑방, 인천인권영화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 장애여성공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의당여성주의자모임-Just' Feminist, 정의당 이화여대 학생위원회,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글로컬페미니즘학교, 페미당당,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레즈비언상담소, 한양대 반성폭력 반성차별 모임 <월담>,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성과 재생산 포럼> 희망을만드는법, 건강과대안 젠더건강팀, 장애여성공감,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및 개인연구자 그리고 개인 선언으로 함께한 수많은 페미니스트들



덧붙이는 글
수많은 단체와 페미니스들이 시국선언에 참여했다.
인권오름 제 511 호 [기사입력] 2016년 12월 01일 14:2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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