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오름 종간 좌담회] ②매체로서의 역할을 돌아보다

운동이 가야할 길에 대한 고민

명숙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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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주>

2006년 4월 26일, 진보적 인권운동을 일구겠다는 다짐으로 주간인권신문 <인권오름>을 창간했다. <인권하루소식>의 뒤를 이어 시대에 걸맞는 인권매체가 되려고 노력했다. 다시 11년이 흘렀다. 인권운동사랑방은 <인권오름>이 만들어온 성과를 소중히 기억하는 만큼 변화한 조건을 쫓아가지 못하는 한계를 절감하며 종간을 결정했다. <인권오름>은 무엇을 만들어왔고 어떤 어려움에 부딪쳤을까? 동료들의 애정 어린 이야기를 2회로 나눠 싣는다.

진행
명숙, <인권오름> 편집인이다.
좌담
강곤,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의 편집인이었다. 인권매체에 관심이 많다.
낙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활동가다. '인권이야기' 현재 필진이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로 자유권운동에 고민이 많다.
쥬리,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 활동가로 청소년 관련 기획연재에 많이 참여했다.

위 사진:왼쪽부터 쥬리,강곤, 낙타, 장여경, 명숙


SNS의 발달과 수용자 중심으로 변하는 매체

명숙: 진보적 인권운동담론이나 매체라는 게 현실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인권하루소식이 발행될 때는 인권문제를 다루는 매체가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비마이너니 프레시안이니 참세상이니 진보적 매체도 있다. 앞서 여러분이 매체환경의 변화나 인권운동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이 부분에 집중해서 의견을 나눠 보자.

강곤: 진보적 매체의 변화가 생각난다. 사상계부터 시작해서 <말>지, <길>지 등의 월간지 시대에서 90년대에 <한겨레21>, <시사저널> 주간지가 나오는 시대로 왔는데 그 시대에 인권하루소식이 있었다. 일간지에서 다루지 않는 것을 <인권하루소식>이 다루면 그걸 <한겨레21>이나 <시사저널>에서 다뤘다. 2000년대 들어서 가장 획기적인 변화가 <오마이뉴스>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다니. 그리고 누구나 블로그를 할 즈음에 하루소식을 폐간하고 <인권오름>으로 전환한다. 하루소식에 실릴 내용이 <오마이뉴스>에 다 실리니까 고민이 들었던 시기가 아닐까 추측했다. 개인적으로 오름을 열심히 봤던 이유가 잡지에 글 쓸 필자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종이 잡지는 원고지 30매에서 40매를 쓸 수 있어야하는데 글 쓰는 걸 훈련받거나 학자거나 그러지 않으면 쉽지 않다. 오름에 실린 글보다 좀 더 깊은 내용을 청탁할 수 있겠구나 또는 어떤 주제를 다루고 싶은데 이런 걸 다루는 사람은 없나 싶을 때 찾았다.

낙타: 친구사이도 매달 소식지를 회원 대상으로 발송을 하지만 거의 보지 않는다. 누적 조회수는 상당하다. 2003년부터 그달그달 회원들이 모인 소식지팀에서 꼭지 구성을 하는데 내용이나 형식에 대한 고민이 많다. <허핑턴포스트>*에 팀 블로그를 만들어서 소식지에 있던 글들을 옮기는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허핑턴에서 요구하는 글들은 1000자 내외글로 대단히 짧은 글이다. 모바일에 맞게 쓰라는 가이드가 있어 규격에 맞게 분량을 맞춰야 한다. 너무 길어서 필장에게 줄이라고 하면 이걸 어떻게 줄이냐며 형식상으로도 부딪치고 필자들의 욕구와도 부딪친다. 조직에서 원하는 소식지 방향과 필자들이 원하는 방향을 조화롭게 하기 위한 고민이 많다. 확실히 <인권오름>이랑 웹진이나 소식지가 다르지만 형식과 내용에 대한 고민은 비슷한 것 같다.

장여경: 어떻게 해야 읽히는지 고민이 많다. 생산자가 아니라 수용자 중심으로 생각이 바뀌어야 하는 시대라 형식적인 것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한다. 카드뉴스도 만들고 영상도 해야 하고. 활동가 개인으로 보면 글 쓰는 것도 엄청난데 포토샵도 해야 한다. 글도 1000자 넘으면 안 된다고 하고. 1000자 넘어가고 스크롤 압박이 있으면 3줄 요약도 해야 한다. 한편으론 정책적 역량은 굉장히 높아야 한다. 정책적 깊이가 있지 않으면 충분히 의미가 없다.

강곤: 만약 A라는 활동가가 <인권오름>에 글을 썼다고 하면 무슨 내용일지 짐작이 가다보니 안 읽게 되는 것 같다.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서 평소 활동가들의 생각을 아니까. 그런데 <말과 활>에 누가 글을 썼으면 좀 깊은 글을 썼겠구나 싶어 읽게 된다. 그런 의미로 오름의 조회수가 낮거나 하는 것은 고정 독자층이라고 할 수 있는 활동가들, 인권에 관심 있는 학자들이 오름보다 좀 더 깊이 있는 담론을 보기를 원하고, 오름 정도의 담론은 이미 SNS를 통해서 퍼져나가고 있어서 오름의 자리는 없어진 게 아닐까 싶다.

쥬리: 모바일로 변화된 환경에 맞추는 게 문제라면, 지금 <ㅍㅍㅅㅅ>* 이런 매체들은 모바일에서 보기 편하게 돼 있는데 오름은 그렇지 않다. 그러면 모바일로 보기 편하게 개편을 하고, 페북페이지 등을 만들어서 조회 수를 높이는 방안이 있을 수는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까지 할 수 없으니까 종간을 논의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낙타: 요즘 다른 매체들이 짧고 휘발성이 있다면 <인권오름>은 종간돼도 데이터는 쌓여 있으니 이 글들을 모아서 계속 회자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지 않을까 싶다.

매체로서 인권오름은 어땠나

명숙: <인권오름>을 매주 발행하지만 창간 때부터 지금까지 기사의 주간 조회수는 비슷하다. 반면 누적 조회수는 높다. 사람들이 어떤 사안에 대해 궁금하거나 인권 관련 글을 쓸 때 오름을 찾아 읽어서 그런 것 같다. 올해 인권운동사랑방에서 오름을 평가하면서 과연 오름이 매체로서 기능이 제대로 되는지 살펴보았다. 매체라면 메시지 생산만이 아니라 유통되는 방식, 수용자(독자)와의 피드백으로 글의 효과를 확인하는 전 과정이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매체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지금 시대에 맞는 인권담론을 구성하고 있는지도 돌아봤다. 그런 면에서 <인권오름>은 어떠했나?

강곤: <인권오름>이 아카이브 성격의 기능은 있는데 언론으로서의 역할은 떨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언론으로서의 기능이 오름에 있었다면 들이 독립하고 창이 독립하고 영화제가 독립하듯이 오름도 독립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언론으로서 영향력이 있으려면 특종 같은 게 있어야 하고 그런 게 없는 상황에서 언론매체로서 가져가는 건 정말 힘들다.

장여경: 지금 <인권오름>의 고민이 형식상의 고민만은 아니지 않나. 형식상의 고민이라면 형식을 개선하면 되지만 지금 그럴 시대인가라는 고민을 하는 거 같다.

강곤: 인권활동가들이 1993년 비엔나 세계인권대회에 갔다 오고 한국인권단체협의회를 만들 때 과제 중 하나가 무엇이었냐면 인권운동의 싱크탱크였다고 한다. 94년도에 그랬는데 아직도 싱크탱크가 없다. 만약 인권운동매체가 어떤 형식이어야 하냐고 한다면 나는 종이매체가 맞다고 생각한다. 워낙 빠르게 매체 환경이 바뀌는 세상이니 차라리 오래된 형식이 낫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물론 <인권오름>에서 활동가들에게 지면을 주고 목소리를 내도록 하는 게 주가 돼야 하겠지만, 좀 더 다양한 연구자들이 오름에 필자로 참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그렇게 활동가들이 써낸 글들에 대해서 평가하고 재해석하고 또 그걸 활동가들이 평가하고 분석하고.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지금까지 나왔던 이야기와는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게 강했다. 새로운 부문운동도 생겨나고 새로운 매체도 생겨나고 그랬는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터진 걸 막고 후퇴한 걸 막는 게 급하니까, 새로운 어떤 무언가를 새로운 담론을 만든다거나 그걸 담을 매체를 만든다거나 하는 여력이 없는 게 아닐까. 모든 운동이 그런 거 같다. 그리고 아까 말한 자유권에서 형사처벌주의를 다루려면 편집위원회가 있었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장여경: 요즘은 언론들도 사설을 영상으로도 낸다. 강곤이 얘기한대로 글은 여전히 중요한 시대이긴 한데 우리가 봉착하고 있는 문제는 형식보다는 내용인 것 같다. 자유권의 형사처벌주의 등은 이 땅에서 벌어나는 문제만은 아니고 체제랑도 관계있는 문제인데, 그럴 때 운동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의 문제다. 사랑방이라는 한 단체의 문제만이 아니라 인권운동 전반적으로 잘 못하는 측면도 있다. 김대중‧노무현 때는 더 급진적으로 인권담론을 재구성하기위해서 노력했다. 국가인권위원회라는 제도적 틀과 긴장도 하고. 그런데 2008년 들어서 상황이 급변했다. 자유권 분야에서 여러 후퇴조치들이 나왔는데 그걸 대응하기에 급급했다. 유엔의 담론을 넘어서는 인권담론을 재구성하고 싶었던 게 이상이라면, 현실은 유엔에서 선언된 문구의 가치를 새롭게 생각해봐야하는 시대가 된 거다.

강곤: 정기성이 중요한 시대는 간 거 아닌가 싶다. 종이라는 것에 얽매이면 재정에 붙들릴 수밖에 없고 정기성이라는 것에 붙잡히면 힘들 수밖에 없다. 과거 80년대 팸플릿처럼 주간이든, 월간이든. 정기성은 놓고 가도 되지 않을까. 어디선가 이것에 목마른 활동가나 집단에서 더 새로운 고민들이나 시도를 해보지 않을까 싶다.

장여경: 강곤은 담론 자체를 성찰적으로 구성하기 위한 전문가들이나 토론이 필요한 게 아니냐고 했는데, 개인적으론 인권운동이 충분히 무르익기 전에 법이나 제도 영역으로 확 넘어갔다고 생각한다. 인문학적으로 사회학적으로 얘기가 되기 전에 제도로 넘어갔다. 그런데 싸울 때는 법제도 담론하고 싸워야 한다. 그래서 당위를 강조하게 됐던 것 같다. ‘뭐가 정치적으로 옳으냐’를 주로 얘기했다. 당신들이 정보인권을 보장하기 위해선 이게 옳다, 이 길로 가자, 그런 글들을 많이 썼다. 그런데 이제는 형식적인 수용성을 넘어서서 대중적으로도 시대의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 어둑한 길에 CCTV가 없으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활동가들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 두려움을 소통할 필요가 있다. 이번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트럼프를 찍었던 사람들에게 옳음을 가르치려고 한다고 되는 시대가 아니다.

오름 종간이후, 운동과 매체가 고민할 것들

명숙: 끝으로 <인권오름> 종간 후 인권매체에 대한 고민이나 인권운동이 준비해야 할 것들을 나눠보자. 소수자운동의 목소리를 드러내기 위한 방안이나 고민도 나누면 좋겠다. 더 하고 싶은 이야기도 좋다.

낙타: 사실 성소수자 의제는 작은 언론들에서 관심을 가져줘서 문제들이 이슈가 되다보니 접촉할 수 있는 끈들이 생긴 거 같다. 꼭 언론이 아니더라도 <오마이뉴스>에 개인이 기자로서 활동하게 되는 시스템이 생기면서 굳이 언론을 통하지 않아도 자기가 글을 생산하는 통로들이 다양해졌다.

쥬리: ‘나이주의와 청소년인권’ 꼭지의 경우, <인권오름> 종간한다는 소식 듣고 종간하기 전에 빨리 내자, 그런 얘기를 했다. 최근에는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에서 발행하는 <요즘 것들>이라는 청소년신문이 종이신문과 웹으로도 나와서 청소년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이 만들어지기는 했으나, <요즘 것들>이랑 오름은 다르다. <요즘 것들>은 대상 독자가 청소년 대중이고, 청소년의 현실을 보여주고 드러내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반면에 <인권오름>은 인권활동가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자기고민을 좀 더 발전시켜서 내는 글이라는 느낌이다.

강곤: 2000년대에는 무슨 책을 내도 3000권이 팔리던 시대였는데. 알라딘에서는 삼천 결사대라고 무슨 책을 내도 그 정도는 팔리는 시대였는데 지금은 초판을 5백부 찍고 <인권오름>도 성명서도 별로 안 읽는 시대다. <인권하루소식> 이전에 한국의 인권운동 상황이 어땠는지, 80년대에는 이런 것도 없고, 인권상황이 어땠는지 이런 걸 알려면 일간지나 대한변협 인권보고서가 참고가 된다. 대한변협 인권보고서, 94년 95년 인권보고서를 보면 모든 출처가 하루소식이다. 10년, 20년, 장기적으로는 인권운동매체라는 건 어디서든 반드시 담아내야하고, <허핑턴 포스트>처럼 단체의 의미 있는 글들 모아내는 역할만 해도 소중한 작업이지 않을까.

쥬리: 운동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된 활동가들의 입장에서는 <인권오름> 같은 매체가 있는 게 중요할 것 같다. 과거의 일들을 알려면 찾아봐야 하는데, 그럴 때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매체가 활동가들이 기고하는 오름이다. 이를테면 ‘유서대필사건’에 대해 알고 싶을 때 나무위키 같은 데를 찾아보는 거랑 <인권오름>을 통해 그것에 대해 활동했던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듣는 건 다르다. 오름은 그런 측면에서 활동가들에게 필요한 아카이브로써 의미가 있다. 활동가들이 소통하는 장인 매체와 대중 독자를 염두에 두는 매체는 다르다. 그럼에도 대중들에게 읽힐 수 있는 글과 매체를 만들기 위해 고민을 해야 하는데 제 생각엔 두 가지가 같이 가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여전히 활동가들의 공론장이나 운동을 시작한 사람들이 접할 수 있게 하는 건 중요하다.

낙타: 인권운동의 매체를 고민할 때 염두에 두는 게 의제나 이슈에 대한 시장화이다. 이를 경계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글을 쓸 때 시장성이나 대중성을 고려한다. 인권운동사랑방에서 나중에 매체나 아카이브를 만든다면 시장성이 없을 것 같은 내용을 다루면 좋겠다. 각 영역별 단체는 이슈화시키는 것을 중심으로 싣고, 사랑방에서 새롭게 매체를 만든다면 의제 자체에 깊이 있는 글들을 써내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장여경: 공동의 공간이 왜 필요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가 더 분명할 필요가 있는 거 같다. 인권운동 자체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그게 무슨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하다. 매체에 대한 고민을 넘어서서 운동 자체가 가야할 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대라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스스로는 만족할 수 있을지 몰라도 세상을 바꾸는 거하고 멀어질 수 있겠구나 싶다. 매체를 통해 대중하고 소통하는 인권운동이 어떠해야할지 새로운 고민이 필요한 시대다.


* <허핑턴 포스트>(Huffington Post)는 2005년 창간된 미국의 인터넷 언론으로 소셜 저널리즘의 선두주자로 거론된다. 2014년부터 한국어판 인터넷뉴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사용해 <허핑턴포스트>의 기사를 연동해 공유할 수 있도록 했고 사람들이 주목하는 기사나 페북의 글을 여러 개 간략하게 소개하는 기사도 많다.

**<ㅍㅍㅅㅅ>(PPSS)는 인터넷 잡지(큐레이션 매거진)로 2012년 12월 만들었다. 전문성, 객관성, 유머를 모토로, 각 분야 전문가 60여 명으로 구성된 필진의 글을 편집, 큐레이션하여 제공한다. <허핑턴포스트>처럼 원문의 글 전체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짧게 글을 보여주고 글을 연결(링크)하는 방식이다.


덧붙이는 글
명숙 님은 <인권오름> 편집인입니다.
인권오름 제 511 호 [기사입력] 2016년 12월 01일 23: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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