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으로 읽는 세상] 박근혜의 그림자 정부

故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망록을 통해 밝혀진 ‘공작정치’

훈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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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이상호 등 언론인 감찰, 검찰의 ‘정윤희 문건’ 수사 무마, 전교조 탄압, 대선개입 판결을 비판한 판사에 대한 직무해제, 문체부 공무원 물갈이 지시, 국정교과서, 통합진보당 해산관련 헌법재판소 정보 유출, ‘다이빙벨’ 상영 방해, 세월호 유가족 단식에 대한 언론 비난 지시, 세월호 특조위 인사 개입, 보수단체를 통한 야당 국회의원 고발, 홍성담 화백에 대한 보수단체 고발… 지난 11월 故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망록을 통해 밝혀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공작 정치 목록이다. 비망록의 일부가 공개된 상황에서 이 정도인데 더 공개되면 무엇이 나올지 모르겠다.

비망록을 통해 밝혀진 내용을 보면 방식과 범위는 매우 광범위하다. 정부를 견제할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정부를 비판한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탄압했다. 공공기관 인사에 개입하고 독립기관인 헌법재판소의 내부 정보를 확보했다. 특별법 제정으로 구성된 세월호 특조위 인사에 개입해 조사를 방해했고 세월호 유가족에 대해 언론에 비난 지침을 내렸다. 민간단체를 동원해 반정부적 인사를 고발하고 국정교과서를 추진하려고 친정부적 학자들을 움직였다. 단지 이 정도였을까?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서 드러난 SNS을 통한 야당인사 비난, 국정원의 박원순 제압 문건에서 드러난 광범위한 공작, 전경련의 어버이연합 지원이 현 정부와 무관하게 보이지 않는다.

‘공작정치’를 통해 눈과 귀를 막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수석비서관회의에서의 발언은 여태껏 많은 사람이 의심한 청와대의 실체를 드러냈다. 정부가 2013년 이후 연간 홍보예산으로 약 4,600억을 사용하며 언론을 통해 정책을 옹호했다면 ‘공작정치’는 비공식적 힘을 통해 비판 세력을 억압했다. 박근혜 정부 시기 언론사들은 앞 다투어 국정교과서를 홍보하고 세월호 유가족을 비난했다. 그에 발맞추어 SNS에서는 세월호 유가족에게 입에 담지 못할 말을 쏟아 내고 ‘일간베스트’, ‘서북청년단 재건준비위원회’등 보수단체는 세월호 농성장에서 행패를 부렸다.

이와 같은 ‘공작정치’는 논쟁과 토론의 영역에 올곧이 정부의 힘을 발휘했다. SNS나 메신저에서 매우 정형화된 방식의 반정부 세력 비판 메시지를 받곤 했다. 그 메시지의 출처는 어디일까? 마치 행운의 편지와 같은 메시지는 언론의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비난과 별반 다르지 않다. 2016년 7월 세월호 특조위의 ‘보상 이슈를 중심으로 본 트위터 이슈 전파 양상과 미디어 상호관계’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4월, 5월 언론에서 유가족 관련 부정적 언급을 보도하자 트위터에서 부정적 언급이 두드러지게 증폭된다. 어느 순간 SNS에서는 부정적 언급을 중심으로 뉴스가 확산되고 메신저를 통해서도 확산된다.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책임의 여부를 논하기도 전에 비난의 화살이 유가족에게로 향해졌다. ‘공작정치’로 여론시장을 움직여 정부에게 향한 화살을 피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 요구도 마찬가지였다. 비망록에서 메모된 ‘세월호 특별법? 국난 초래-법무부․당과 협조 강화, 좌익들 국가기관 진입 욕구’는 4.16연대를 종북 세력이라 지칭한 SNS와 언론의 이야기와 동일하다.

‘공작정치’가 가능한 세상에 살아왔다

한국의 ‘공작정치’의 역사는 국정원의 역사와 궤도를 같이 해왔다. 5.16 쿠데타 이후 박정희에 의해 만들어진 중앙정보부는 공안수사, 정치 사찰로 박정희의 정적을 제거하고 사회세력을 탄압했다. 국가안전기획부 또한 마찬가지다. 김근태 고문사건, 박종철 치사 사건, 구미유학생 간첩단 사건 등 안기부는 80년대 공안사건의 선두에 있었다. 박근혜 정부의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기춘은 공안검사로 중앙정보부에 근무했고 현 국무총리 황교안, 전 민정수석 김영한은 공안검사 출신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공안사건을 만들었던 방식 그대로 공적 시스템 뒤에 숨어 여론을 흔들고 언론을 움직였다.

이들의 ‘공작정치’는 정치라는 공유지에서 움직이지 않고 독점화된 정보, 사유화된 권력을 통해 어둠 속에서 움직였다. 과거와 같이 특정 세력을 북한 추종세력으로 둔갑시켜 한국사회의 오랜 뿌리인 반공이데올로기 속에서 그들을 고립시키는 궤적을 그려왔다. 통합진보당, 세월호, 전교조, 각종 사회단체에 대한 ‘종북세력’ 지칭은 전통적인 ‘공작정치’ 형태였다, 특히 개성공단 폐쇄로 북과의 모든 민간교류가 끊긴 현 상황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이나 집단에 대해 ‘어린 남자가 지배하는 비정상적 국가’를 추종하거나 이득을 주는 세력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사회세력을 움츠려 들게 한다. 북한은 정말 이상한 나라일까? 라는 질문조차 정부가 모든 것을 독점하고 질문을 봉쇄한 상황에선 불가능하다. 진짜 이상한지 궁금해서 서적을 찾아본다면 국가보안법으로 잡혀가고 바로 공안사건화 된다. 인터넷에 박근혜와 김정은을 합성한 사진들이 패러디로 떠도는 건 단지 그 사진이 웃겨서가 아니다.

물론 ‘공작정치’는 북한만을 경유하지 않는다. 정부는 어마어마한 광고비를 선별 지출함으로서 언론을 압박하고 인사권을 사용해 사법부와 정부 부처를 농락한다. ‘수첩 인사’, ‘문고리 인사’와 같은 말은 진실이다. 또한 전경련은 어버이연합에 돈을 주고 국정원은 야당인사를 사찰한다. 이 모든 것은 합법적으로 임명된 정부 인사들이 뒤에 숨어 행한 행위이며 사회적으로 일정 부분 용인되어온 정부의 힘 남용이다.

위 사진:박근혜 퇴진 이후를 상상하는 가상신문 <광장신문> 홍보 웹자보

공적 정치와 ‘공작정치’는 양립할 수 없다

정치는 매우 공적인 영역이다. 정치적 행위는 권력, 부, 명예 등에 대한 분배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개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는 공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관련 정보 또한 공개돼야 한다. 비공개적으로 이루어진 정치에서 분배는 불가능하고 권력, 부, 명예는 독점된다. 이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힘을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공작정치’는 이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해친다. 진실과 책임을 숨기고 권력을 독점하기 위해 가진 자들이 연합해도 사람들은 알 수 없다. 오직 그들이 뿌린 정보와 힘에만 의지해야 하고 거기서 벗어나려 하면 탄압의 대상이 된다. 비선실세 문제가 국민이 주지 않은 권력을 통해 개인이 이득을 취하여 사람들에게 자괴감을 주었다면, ‘공작정치’는 권력과 부에 대한 분배를 불가능하게 하여 자괴감을 준다. 박근혜가 퇴진한다 해도 ‘공작정치’가 살아 있다면 우리는 그들의 또 다른 비선실세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지금의 촛불이 ‘공작정치’를 끝장내는 시작이 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훈창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512 호 [기사입력] 2016년 12월 07일 13:5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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