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류의 인권이야기] 그/녀들의 호흡을 허하라

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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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화재참사입니다”

11일 여수출입국관리소에서 번진 불길에 27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 그리고 국회와 법무부, 외교통상부 등 여기저기서 ‘인재’라며 허둥지둥대고 있다. 일자리를 찾아 한국땅을 밟았다가, 이제 그 꿈마저 단속에 붙들려 출국할 날짜만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에게 화마는 절망의 끝자락을 보여주고야 말았다.

그런데 이 말,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화재참사”라는 말, 낯설지가 않다. 기억나지 않는가. 2000년 9월 군산 대명동, 2002년 12월 서천 ㄱ복지원, 2006년 12월 광주 송하동 ㅅ복지원...

불길에 휩쓸리기 전, 그/녀들은 어디에 있었나

‘불법 체류’ 이주노동자는 국가간의 이동절차를 규정한 출입국관리법을 어기고 한국에 들어온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즉, 들어오면 안되나 이미 들어와있는 사람들이다. 정치적 지위를 법적으로 획득하지 못한 그/녀들은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살아와야 했다. 누가 시선을 주기만 해도 가슴을 쓸어내리고, 단속이 뜬다는 소문이라도 돌라치면 두문불출 방에서 웅크린 채 떨고 있어야 했다. 사업장에서는 노동권을 비롯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었고 아파도 건강보험은커녕 죽기 직전까지는 참아야 했다. 그/녀들이 잠을 청해온 공간은 출입국관리소의 외국인수용시설 수용자 1인당 평균면적인 1.84평에 못 미칠 정도였다.

출입국관리소의 외국인수용시설과 ‘집창촌’, 사회복지시설들에서 발생한 화재사건. 이 사건들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 공간의 존재가 화재를 통해서야 알려진다는 점, 그러나 그 공간이 늘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쉬쉬할 뿐 누구나 알고 있다는 점이다.

성매매여성들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그녀들은 오직 ‘탈’성매매여성이 될 때에만 권리의 주체로 인정받았다. 단속과 착취,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인권침해는 그녀들 삶에도 깊숙이 똬리를 틀고 있다. 사회복지시설 생활인들은 사회‘밖’ 수용시설 생활인들이었다. 사회가 그/녀들의 삶의 자리를 마련하지 못하는 탓에, 비를 피하고 끼니를 놓치지 않는 것만도 어디냐는 눈길들에, 그/녀들은 ‘감금’되었다. 쇠창살, 밖에서 걸린 자물쇠, CCTV, 그러면서도 ‘보호’의 외피를 쓰고, 밥을 굶기고 독방에 가두는 것조차 ‘교육’이었던 공간.

위 사진:군산개복동 화재 참사사건 시, 불길에 휩싸인 여성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퍼포먼스<출처; 한국여성단체연합>


‘없어야 할 사람들’

외국인수용시설과 ‘집창촌’과 시설은 그/녀들의 ‘집’이었다.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고 무슨 말이라도 할라치면 구타로 입을 막는 등 고문과 다름없는 범죄가 저질러지는 곳, 그곳이 그/녀들의 ‘집’이었다. 시민권을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의 집.

그/녀들 중 어느 누구도 감금당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다만 ‘없어야 할 사람들’이었을 뿐이다. 그/녀들이 김치를 좋아하든, 피자를 좋아하든, 옥탑방에 살든, 지하방에 살든, 감기에 자주 걸리든, 발목을 자주 삐든, 그/녀들의 날숨과 들숨은 살아있는 자의 호흡으로 한국사회 안에 들어올 수 없었다. 사회가 그/녀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녀들은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없었고, 화재참사의 불길이 치솟기 전부터 이미 질식당하고 있었다.

그/녀들의 호흡을 허하라

‘없어야 할 사람들’로 여겨지는 한, 그/녀들이 다시금 감금되지 않을 수 있으리라는, 또다시 불길 속에서야 존재를 인정받게 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할 수 없다. 그/녀들의 ‘있음’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지 않은 채 만들어지는 어떤 대책도 ‘화재참사’를 막을 수 없다. 법률적 지위가 어떻든, 그/녀들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의 몸을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그/녀들의 사회적 신분이 어떻든, 살만한 집에 살 권리,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 사회생활에 필요한 교육과 정보를 구할 권리가 부정되어서는 안된다.

정부는 여수출입국관리소 화재사건이 발생하자 ‘인도적 차원’에서 배상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사건을 ‘인도적 차원’에서 배상하는 동문서답을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인권의 관점에서 답하라. 그/녀들을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든, 없든 그/녀들은 우리와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인권의 주체이며 국가는 그/녀들의 자유와 평등, 사람답게 살 권리를 보장할 의무를 지고 있다. 그/녀들을 앗아간 불길은 소방시설을 갖춘다고 잡힐 불길이 아니다.
인권오름 제 41 호 [기사입력] 2007년 02월 13일 22: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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