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수의 인권이야기] 법조인의 이익만을 옹호한 국회의원들

이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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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뜬금없는 사법시험법 개정안?

로스쿨법안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로스쿨법이 통과되면 법학교육뿐만 아니라 사법부의 전반적인 개혁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민주사법국민연대는 올바른 로스쿨법의 제정을 위해서 각별히 노력해 왔다. 그리고 이번 4월 임시국회가 로스쿨법의 통과를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감으로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이제 임시국회의 마지막 날인 4월 30일까지는 1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 전 김기현 의원 등이 느닷없이 ‘사법시험법등에대한개정법률안(이하 법안)’을 법사위에 상정했다. 그리고 4월 25일에는 이에 대해 공청회를 연다고 한다. 법안은 법학교육 및 법조인 양성제도의 개선이 시급함을 지적하고, 대학교육의 충실화, 능력을 갖춘 법조인 양성, 고시낭인의 해소 필요 등을 제안 이유로 밝히고 있다.

법안의 내용은 △사법시험제도 개선(응시회수 제한, 2차시험을 사례해결형으로 출제) △사법연수원 폐지, 대신 사법시험합격자는 2년 이상의 변호사 실무 위주 수습교육 의무화 △변호사의 전문화와 관련하여 전문변호사 제도 도입 △판·검사는 변호사로서 3년 이상의 근무경력이 있는 자 중 임용 등이다. 요컨대, 법안은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정원제 사법시험제도」의 틀은 그대로 두고 그 외의 점에서 몇 가지 개선을 하겠다는 것이다.

법안상정과 공청회는 국민 농간

법안의 제안이유에서 밝히고 있듯이 법학교육 및 법조인 양성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데 대해서야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왜 뜬금없이 사법시험법 개정안이며 또 공청회란 말인가? 생각해보라. 사법시험제도의 폐지를 전제한 로스쿨의 통과를 며칠 앞두고 사법시험제도의 개정 법안을 제출하고 공청회를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불과 며칠 뒤 로스쿨법안이 통과된다면 공청회의 토론내용은 모두 휴지조각이 되고 말 것인데 말이다.

정상적인 국회라면 통과가 임박한 로스쿨법안의 통과여부를 지켜본 후 사법시험법안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굳이 현 시점에서 사법시험법안에 대한 공청회를 여는 것은 국민을 농간하는 것이고 명백한 예산낭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사법시험제도 개정 법안은 개혁적 내용이 없는 특권법조 옹호 법안

법안은 법학교육 및 법조인 양성제도의 개선안으로서 제기된 것이지만, 실상 내용을 보면 국민에게 필요한 개혁적인 내용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한번 따져보자.

국민들은 더 나은 법률 서비스를 위해 변호사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법조인양성제도를 원하지만, 법안은 이에 대해서 침묵한다. 또 국민들은 서민들의 법조계 진출기회를 확대하는 법조인 양성제도를 원하지만, 법안에는 이에 관한 내용이 없다. 국민들은 정상적인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을 원하지만 법안은 그에 대해서 침묵한다. 국민들은 고품질의 법조인 양성제도를 원하지만, 법안은 이에 대해서 침묵한다.

결국 법안의 내용에는 개혁성이 전혀 없고, 기득권 질서를 확고히 유지시키려는 조항과 얼기설기 어설프게 엮어 놓은 장식적 조항이 몇 개 있을 뿐이다. 법안이 주장하는 것은 현재의 사법시험제도를 유지해야 하며, 합격자 수도 증가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법조특권을 계속해서 보장하라는 것이다.

법조출신 국회의원은 각성하라

전혀 개혁적이지 않은 법안이 매우 부적절한 시점에 무리하게 상정되고 심지어 공청회까지 열리는 데는 배경이 없지 않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로스쿨법의 통과를 저지하고, 그로써 법조계의 이익을 지켜보겠다는 것이 그 배경이다. 이러한 의도는 이번 법안에 너무나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어서 차마 낯부끄러울 지경이다. 우리 국회가 아무리 문제가 많기로서니 이따위 법안을 통과시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법안을 제출한 국회의원의 기만성은 머잖아 폭로되고 그는 창피를 당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답답하게 여기는 것은 이따위 황당무계한 법안이 아무런 견제 없이 국회 법사위에 상정되었다는 것이고 공청회에까지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소위 국민의 이익을 지켜야 할 국회의원이 노골적으로 법조계의 이익만을 앞세워 설치는데도 국회가 이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

앞으로 이런 식으로 법안을 상정하는 국회의원은 다시는 국회에 발을 못 붙이게 해야 한다. 특히 로스쿨법안과 관련하여 국민의 요구와 무관하게 법조인의 이익만을 노골적으로 옹호한 김기현, 안상수, 주호영 의원에 대해서는 각별한 조치를 해야 한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 모두 법조출신 의원들이다. 우리는 이들을 기억할 것이며 응징할 것이다. 그리고 다른 법조출신 국회의원들도 각성하고 이런 집단이기적 행태를 몰아내는 데 함께 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상수 님은 새사회연대 정책위원이자 한남대 법학교수입니다.
인권오름 제 51 호 [기사입력] 2007년 04월 24일 15: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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