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 동자동 건강권 배움터 ①] 가난한 이들과 함께 찾아나서는 건강권

동자동 건강권 배움터를 시작하며

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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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건강할 권리가 있다’라는 말이 현실에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어떤 생각과 노력이 필요할까? 인권운동사랑방은 현재 서울 동자동 쪽방 거주자들과 함께 동자동 건강권 배움터를 진행하고 있다. 동자동 건강권 배움터를 진행하며 동시에 에 ‘동자동 건강권 배움터’ 기사를 연재한다. 당사자들의 건강에 대한 권리의식을 강화하려는 취지로 준비된 이번 배움터는 인권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인권으로서의 건강권을 함께 모색해보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개악되는 의료급여제도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의료급여제도 개정안(*)에는 의료급여 수급권자들이 병원에 갈 때 돈을 내지 않기 때문에 병원에 함부로 간다며 그들의 ‘도덕적 해이’를 비난하고, ‘낭비되는’ 재정의 절감을 위해 그들의 의료이용을 통제하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의료급여 수급권자들이 의료이용이 공짜라서 여기저기 ‘함부로’ 병원에 다니면서 세금을 축내고 있다는 식의 정부 주장은 수급권자들의 현실 생활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오히려 병원에 가보고는 싶은데 교통비가 없어서, 다리가 불편한데 병원에 같이 가 줄 사람이 없어서, 명목상으로는 공짜라도 병원에 갔다가 내게 될 비급여(**) 부분의 돈이 무서워서, 그 외 경제적인 이유나 또 다른 제약들로 인해 병원에 가고 싶어도 제대로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럼 도대체 왜?

이런 상황은 비단 의료급여 수급권자가 아니더라도 빈곤한 사람들에게는 매우 흔한 문제들이며, 빈곤과 불건강의 악순환은 오래 전부터 반복해서 지적되어 왔던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가난한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정책을 굳이 강행하는 이유는 최근 의료급여제도의 변화를 포함한 보건의료영역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변화들과 함께 이해될 수 있다. 그 변화들의 공통점은 건강을 하나의 권리로 인정하지 않고, 돈의 논리에 따라 사람들의 건강을 평가하고 보호하려 한다는 것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좋은 환경에 거주하고 좋은 음식을 먹으면서 시설이 잘 갖춰진 병원을 이용하며 건강하게 살고, 가난한 사람은 반대로 점점 건강하지 못하게 되는 악순환을 거듭하는 모습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적 인식의 확산. 이는 결국 가난한 사람들을 차별하고, 형평성을 후퇴시킨다는 점에서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할 수 있다.


당사자들의 권리의식 강화

건강, 인권 등 모든 것이 돈의 논리로 환원될 경우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무섭게 위협받는 것은 역시 가난한 사람들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경제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의료 이용을 실제로는 제한 받으면서도, 간혹 ‘공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는 윤리적 매도까지 뒤집어쓰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누구나 건강할 권리가 있다”는 권리적 접근이 중요해진다. 시혜적 성격의 일시적 조치들로서는 가난한 사람들의 건강을 보장할 수 없다. 각종 국제규약과 법률에서 확인되는 명확한 권리의 하나인 건강권에 대한 침해를 고발하고, 건강권을 권리로서 보장할 것을 권리침해 당사자들이 당당하게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사회권위원회가 채택한 일반논평 14에서는 건강권에 있어 개인 및 집단이 그들의 발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할 권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있으며, 유엔 건강권 특별보고관 역시 2007년 1월 제출한 보고서에서 보건정책을 수립함에 있어, 당사자들의 상향식 참여가 보장되는 제도가 필수적이라고 보고하고 있다.

당사자 스스로 권리의식을 가지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노숙인복지와인권을실천하는사람들 최은숙 활동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노숙인, 쪽방주민 등의 삶과 밀착된 활동을 하다 보니 인권침해를 종종 목격합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간헐적인 인권 침해를 넘어 인권이 무시되고, 침해되는 상태가 지속된다는 점입니다. 당사자들은 사회적으로 배제된 상황에 적응하고, 무뎌지고 있다는 것이죠. 사실 빈곤층의 불건강의 문제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노숙인의 경우 노숙인 의료체계를 통해 국·공립병원 등을 이용할 수 있지만 당사자들은 적극적인 이용을 기피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병원을 가봐야 병이 낫는다고 기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행려병자, 노숙인, 의료급여 수급자라는 위치로 의료기관을 찾을 시 처치나 진료에 제약이 따르는 게 현실입니다. 당사자는 의료기관 내에서 노숙인이라는 이유로, 행려병자라는 이유로, 수급자라는 이유로 불평등한 처우와 수치심을 경험하게 되고, 의료기관에 대한 불신이 증가되어 ‘이용거부’라는 극단적인 결심을 하게 되는 것이죠. 불건강의 상태에서 탈피하여 건강해지기까지 당사자로서 겪게 되는 어려움과 제약이 많기 때문에 건강해지려는 시도조차 외면하는 것입니다.

현실은 이렇습니다. 의료 이용에 어려움과 제약이 많아 체념하게 되고, 불건강한 상태를 지속하고 있는 당사자를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요? 그래도 건강은 본인이 지켜야 한다며 병원에 가려는, 건강해지려는 의지를 잃지 말라고 개인의 의지만을 운운해야 할까요? 물론 이도 중요합니다. 건강을 포기하고, 불건강을 운명처럼 받아들이려고 하는 당사자에게 건강을 회복하고, 건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끔 독려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울러 병행해야 할 것은 내가 건강하지 못하고, 아플 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은 불건강의 상태를 강요하는 불합리한 요인 때문이라는 것을 알려야 합니다. 개인이 무능하고 못나서가 아니라,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적인 요인으로 건강할 수 없음을 공감하도록 해야 합니다. 누구든 건강해야 하고, 누구든 건강한 삶을 요구할 정당한 권리가 있음을 알려야 합니다. 돈도 없고 가난하니까 이렇게 살아도 어쩔 수 없지 라는 식의 내면화를 중단하고, 건강할 수 없는 것에 분노하고 거부할 수 있도록 당사자를 자극시켜야 합니다.”


인권을 통한, 인권에 대한, 인권을 위한 건강권 배움터

인권운동사랑방에서는 일상적으로 건강을 위협받고 있는 건강권 침해 당사자들과 함께 건강권에 대한 권리의식을 나누기 위해 ‘동자동 건강권 배움터’라는 인권교육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돈이 없으면 건강하지도 말라는 생각과, 건강은 인권이라는 생각 중에 어느 쪽이 더 인권적이며 우리가 지향해야 할 쪽인지는 명확해 보인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가야할 길은 쉽게 보이지는 않는다. 서울역 가까이에 있는 동자동에서 쪽방 거주자, 의료급여 수급권 당사자들과 함께 ‘동자동 건강권 배움터’를 통해 권리를 찾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올해 초 개정된 의료급여 시행령과 시행규칙에는 본인부담금이 없던 1종 의료급여 수급권자에게 본인부담금을 새로 부과하고, 수급권자가 병·의원 중 1-2곳만 선택해서 그곳에서 진료를 받을 경우에만 본인부담금을 면제해주는 등 수급권자의 의료 이용을 통제하는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 건강보험이나 의료급여에서 비용이 지원되는 항목은 아주 세부적인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미리 정해져 있다. 반면 그 외의 항목은 환자 본인이 비용의 전액을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 항목이다.


‘동자동 건강권 배움터’는 다음과 같이 진행됩니다.

○ 1강 : 여는 마당 “나를 둘러싼 인권꽃잎” / 본 마당 “인권 찾아 빙고”
-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상황들에서 인권의 개념을 찾아내면서 다른 모둠과 함께 빙고게임을 진행한다.

○ 2강 : 본 마당 “우리는 어디로”
- 의료제도 등 여러 가지 사회현상의 변화에 따라 사람들의 건강수준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상상해보고 그에 따라 직접 자신의 건강수준을 가늠해보는 시간.

○ 3강 : 여는 마당 “그림 속으로 고고” / 본 마당 “동자동 세(New) 병원”
- 여러 가지 의료제도의 차이점을 설정된 의사들을 통해 경험해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인권오름 제 58 호 [기사입력] 2007년 06월 12일 22: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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