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비의 두리번두리번] “승리할 때까지 패배하는 것”

김정아, 박래군
print
6월 민주항쟁 20주년이 허망하게 지나갔습니다. 6월 항쟁을 기억하는 각종 행사들은 들인 품과 돈에 비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어요. 항쟁은 ‘투쟁’으로 기억하자는 소리에도 움츠려들기만 하더니, 급기야 그 마지막을 한미FTA 협정문에 양국의 통상대표들이 'KORUS' 현수막을 배경으로 사인하는 것으로 배신해 버렸습니다. 서울에선 2만 명도 더 되는 이들이 한미FTA 무효를 외쳤지만, 그것뿐이었습니다. 최근에 가장 많이 모인 숫자라지요. 하지만 한 번의 거리시위를 더 했을 뿐, 한미FTA는 이제 양국 국회의 동의와 비준절차만 남겨두었지요. 이런 젠장할~~

이런 와중에,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미국의 하원에서는 한미FTA 협상 결과에 만족할 수 없다면서 광우병 걸린 소 뼈까지 사가라며, 미국 자동차 수출 길을 더 열라며 딴죽을 겁니다. 떼도둑이 한 판 쓸어간 다음, 좀도둑이 들어와서 솥 단지, 요강 단지까지 훔쳐가는 형국입니다. (미)민주당이 성명까지 내고 반대를 하니 한미FTA가 무효가 될까요? 이렇게만 된다면 감 떨어지기 기다리며 감나무 밑에 누워만 있으면 되는데 허참, 얼마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방위비 분담금 모자라서 평택기지 못 짓겠다고 엄포 아닌 엄포를 놓더니! 이 놈들이 아주 얼굴에 철판을 깔았습니다. 암튼 9월 정기국회에서는 한미FTA 비준안이 상정될 거라고 하고요, 이놈의 정부는 어떻게든 현 정권의 업적으로 반드시 등록시키고야 말겠다고 합니다.

노동자 대투쟁 20년, 다시 투쟁하라!

위 사진:매장을 점거한 노동자들 [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7월은 장마와 함께 왔습니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는 아름다운 이름의 법이 시행되는 달, 노동자들은 직장에서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되었고, 그들은 매장을 점거했습니다. 이랜드, 홈에버, 뉴코아 등 잘난 유통회사들에서 대규모로 계약직을 해고했어요. 이미 예상된 재난이 닥친겁니다. 6월 민주항쟁처럼 대대적인 기념행사도 못 치룬 ‘노동자 대투쟁 20주년’은 이렇게 투쟁하는 노동자들로 하여 계승되는 것은 아닐까요? 6월 항쟁이 기만적인 6.29선언으로 종료된 뒤에 곧바로 수만 명의 노동자들이 파업대오를 지어서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20년 전의 여름, 석 달 동안의 대투쟁 기간 동안 1천개가 넘는 노동조합이 만들어졌고, 한꺼번에 3천 개가 넘는 공장에서 동시파업이 일어났던 그해 여름, 참으로 뜨거웠던 그 여름의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후 전노협을 거쳐서 민주노총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노동자들은 다시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IMF 때보다 더 악랄한 구조조정이 기다리고 있고, 넘쳐나는 비정규직이 그 알량한 일자리에서도 쫓겨나야 하는 한심한 상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지요. 노동자대투쟁이 시작되었나요? 그럼 연대해야지요. 누가 그랬어요. 지난 20년 동안 싸웠는데 남은 게 뭐냐고. 마지막 “승리할 때까지 패배하는 것”이라고. 최후의 승리를 맛볼 때까지 싸울 수밖에요.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기 바쁜 나날입니다. 1700선을 넘었던 코스피 주가가 이제는 1800선을 두 번이나 넘었다가 돌아오고는 했습니다. 주가라는 것 때문에 울고 웃고, 심지어는 죽는 사람도 생기는 판인데, 이런 주가 과열의 원인이 무얼까요? 부동산이 막히니까 돈이 몰려서인 것도 같고, 투기성 외자가 집중 투자가 된 것도 같고요, 암튼 이런저런 요인들로 무디스가 대한민국의 신용등급을 높인다고 하지요. 주가라는 것, 우리네 삶의 질과는 반비례합니다. 민중들이 죽어나가도 경제에 이익만 된다면 치솟는 것이 증시라는 거지요. 경제의 반윤리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게 주가인 것이고, 이런 걸 보면 자본주의 경제, 특히 주주자본주의라고 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의 본질은 민중의 고혈을 쥐어짜 황금을 만들어내는 악마의 연금술 아닐까요? 한미FTA, 국민연금법 개악 등 민중의 미래는 재앙의 먹구름으로 뒤덮여 있는데 증시는 상한가를 치고 있으니까요. 누군가 주식시장을 폐기해야 한다고 했다는데, 그건 사막의 신기루 같은 꿈일까요? 주식시장에 몰린 돈을 확 끌어다가 기업 장사하는데 쓰지 말고, 죽어라고 가난하기만 한 민중들에게 적절하게 배분해줄 방법은 없나, 포비 이런 고민까지 해 봅니다. 뭐, 그럼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자본주의 원리에 대한 도전이라서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걱정들 하시는데, 이제는 자본주의 원리라는 것에 공공연하게 도전해야만 인권도, 민주주의도 지켜지는 것은 아닌가 이런 생각까지 미친다 이겁니다.

국가에 대한 충성과 관음증에 걸린 수사기관

국기에 대한 맹세가 논란입니다. 다 죽어 나자빠진 국기에 대한 맹세, 박정희 독재자가 만들었던 국가에 대한 충성 맹세가 다시 부활하려고 해서 인권단체들이 반대 캠페인에 분주합니다. 노무현 정권이 그래도 자유주의 정권은 되는데, 왜 이런 짓을 하는가 의아하시죠? 게다가 관 뚜껑을 슬며시 열며 국가보안법이 부시시 일어나고 있어요. 한총련 전 의장을 비롯해서, 배후조직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설만 요란한 채 6월에만 한총련 관계자 5명이 구속되었어요. 기소 내용은 국가보안법 7조 찬양·고무 적용. 보안수사대가 아마도 이번 정기국회와 정기 승진을 염두에 두고 실적 쌓기에 바빠진 게 아닌가 싶네요. 한청에 대한 내사설이 흘러나오고, 전교조 통일위원회 사건이 확대, 수사되고 있지요. 보안수사대 이번에는 확 까발려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수원에서는 보안수사대가 있는 조원동 주민들이 자기들이 사는 동네에서 보안수사대 몰아내는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고 합디다. 동네를 죽이는 혐오시설이라는 거지요.

위 사진:국기에 대한 맹세는 신자유주의 정부의 국가 이데올로기 강화책 [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한편에선 최근에는 일흔 살을 눈앞에 둔 한미FTA 범국본 두 공동대표가 구속되기도 했어요. 한미FTA 투쟁을 이끌었고, 이후에도 불법시위를 주도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같은 혐의로 전농 의장에 대해서도 영장이 청구될 것 같고, 금속노조 파업으로 이미 금속노조 간부 17명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되었고요, 이제 대대적인 공안몰이가 준비되고 있습니다. 비상한 시기이지요.

이런 조짐들이 결국은 신자유주의를 추진하는 신자유주의 정부의 국가이데올로기 강화책이라는 게 포비의 결론입니다. 한미FTA에 저항할 민중들의 조직을 이끄는 지도부를 구속하고, 국가에 대한 충성을 강화하는 그런 것들, 결국은 민주주의와는 정반대로 가는 신자유주의 국가안보 정책의 일환이라는 거지요. 보세요, 비록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가 연기되어 9월 정기국회로 넘어갔지만 국회 본회의까지 상정된 통신비밀보호법 개악안은 핸드폰도, 인터넷도 모두 뒤져보고, 모든 국민을 예비 범죄자로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짜자는 거 아니겠어요. 촘촘한 그물망을 짜서 국민들이 딴 생각하지 않게 말이지요. 정보화시대의 신국가보안법이 이번 국회에 올라간 통·신·비·밀·보·호·법입니다. 통신비밀은 이제는 옛날 말이 되는 거지요. 수사기관 종사자들은 아마도 관음증 환자인 거 같지요. 왜 그리도 국민들의 사생활을 일일이 들여다보고 싶어 하는지, 호기심이 너무 많나요, 의심이 너무 많나요. 그렇다면 먼저 정신과 치료부터 해야 할텐데요. 정기국회에서 통비법이 통과되지 못하도록 막읍시다! 아님 인터넷도, 핸드폰도 모두 버리든지, 전기 플러그를 모두 뽑아버리고 무위자연 하시든지. 그렇지 않으면 권력이 허용하는 사상, 감정, 말만 하게 되는 사상과 감정의 암흑기에 살게 될테니까요.

게임의 법칙마저 무시하라

뭐 나쁜 얘기야 한이 없어요. 사립학교법 재 개정안이 통과되어 공익이사제의 흔적도 찾을 수 없고, 사학의 비리구조는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게 되었지요. 누더기 국민연금법도 통과되었어요. 하라는 일은 안하고 하지 말라는 건 앞장서는 청개구리 국회의 전형입니다. 정당들끼리 이해관계가 착착 맞으니까 그래요. 말로만 다른 정당들이지 민노당 빼고는 이미 모든 정치권이 신자유주의 정당으로 노무현이 그토록 애타게 갈망하던 대연정을 내용적으로는 실현하고 있는 거지요. 이런 현상들은 계급적 관점이라는 프리즘으로 보면 정확히 보이지요. 어떻게 민주주의와 정의의 관점과는 정반대로 가는지, 이런 법제도의 후퇴를 통해 누가 이익을 보겠나 생각해보면 금방 다 보여요. 이제 지배계급이 게임의 룰조차도 벗어버리고, 노골적으로 피지배계급을 탄압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지금 우리는 야만의 시대의 문턱을 통과하는 중입니다. 그런데 그런 야만의 시대를 예전 군바리들처럼 무식하게 총칼을 앞세워서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기만의 담론을 형성하고, 미디어를 조직하고는 해서 무척이나 교묘하게 만든다 이겁니다. 세련된 기법이 동원되는 거지요. 보아요. 이번에 통과된 로스쿨법이 법관 양성과 선발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이후 법조일원화를 통해 법원 개혁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반면에, 엄청난 학비의 로스쿨에 입학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을 가진 소수만이 법관이 되겠지요. 그렇다고 한다면 지금의 사법 계급성은 더욱 강화될 것인데, 민중들을 억압하는 법 지배 상황을 그들이 개혁할 수 있을까요. 마치 후미진 골목길의 바바리 사나이처럼 가까이가면 민중들을 혼비백산하게 만들테니까요. 무늬만 개혁입죠.

그래도 희망은 있다

하지만 희망은 벽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빛줄기처럼 비추고 있습니다. BDA 문제가 풀리고 이제 본격적인 2.13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단계에 접어들었지요. 올해 말까지는 북한 핵 불능화까지 가겠다고 하고, 6자회담, 6자 외무장관회담을 통한 한반도평화포럼이 창설된다고 하고 있지요.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자는 논의들이 봇물을 이루어 터져 나올 게 분명한 상황입니다. 민간에서도 7월 한 달을 ‘평화의 달’로 선포하고, 오는 22일에는 집단적으로 임진각까지 가는 평화통일열차를 운행하기로 했고, 정전협정일인 7월 27일에는 각계가 참여하는 평화선언도 발표한다고 하네요. 구속된 작가 이시우 씨가 추진해왔던 한강 배 띄우기도 하고요. 이래저래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에 평화 체제를 조성하자는 논의들이 진행되는 건 반가운 일인데, 꼭 이럴 때 재 뿌리는 자가 있어요. 벨 주한미군사령관이지요. 주한미군을 감축한다고 하면서도 방위비분담금을 더 올려라 협박하고 있어요. 환경오염 투성이인 미군기지 반환에 대해서도 미국으로서는 책임을 다 했다고 뻥까고요. 안하무인, 무염치의 극치를 보여주지요. 평화체제를 몰고 오는 평화무드에 이 놈은 분명 밸이 꼴리나 봅니다. 평화체제 논의와 함께 평화를 위협하는 ‘주한미군 몰아내기’와 ‘군축논의’를 우리 인권 평화진영에서 본격적으로 다듬어 보자구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면서, 주한미군 몰아내는 꿈도 꾸면서, 대대적인 공안몰이에 분노하면서, 이 여름 뜨겁게 살아야겠네요. 포비의 오늘의 걱정, 여기까지입니다.
인권오름 제 61 호 [기사입력] 2007년 07월 04일 13:37:05
뒤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