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리2] “보안수사대를 어린이도서관으로!”

박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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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위반 구속자가 노무현 정부에 들어서서는 줄어들고 있었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국가보안법 위반 구속자가 매년 3백 명을 넘어섰고, 김대중 정부에는 1백 명 선까지 떨어졌다가 노무현 정부에 들어서는 10여 명 수준까지 떨어졌다. 즉 2003년에는 78명, 2004년에는 38명, 2005년에는 13명이었다가 지난해에는 16명으로 다시 증가한 것이었다. 이것은 10년 동안 국가보안법 구속자 수가 계속 하강곡선을 그려오다가 10년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는 양상을 보였다. 이런 증가세로 올해 상반기에만 국가보안법 구속자가 16명에 이르렀고, 하반기에도 이런 추세는 계속 될 것이다.

국가보안법에 의한 구속자가 감소하는 추세가 지속되자 제성호 씨와 같은 뉴라이트 핵심분자들은 노무현 정부가 공안당국의 손발을 다 잘라 국가보안법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개탄을 하면서 주로 전교조 쪽의 인터넷 홈페이지 게재 자료를 들어서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고발까지 해댔다. 이른바 ‘일심회’ 사건을 대대적으로 왜곡보도하였지만 여론의 반응이 차가운 것에 대해 국민들의 안보의식이 해이해졌다고 조중동문(언론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문화일보>도 이 반열에 올려놓았다)이 입에 거품 물고 떠들어댔다. 이렇게 수구진영의 고발과 몰지각한 언론들의 게거품 문 선동에 구체적인 사건으로 화답하는 것이 공안기관들이다.

일단 전국의 35개나 된다는 경찰청 보안수사대가 가장 많은 사건들을 만들어냈거나 만들고 있다. 국정원은 이른바 ‘일심회’ 사건 뒤로는 주로 통신비밀보호법의 개악을 통해 인터넷 상에서 국가보안법의 잣대를 들이댄 감시를 하려고 벼르고 있다. 이들 일선의 공안기관들이 사건을 만들면 검찰이 보강해서 기소하고, 법원이 이를 판결로 확정하는 고전적인 시스템은 여전히 강고하다.

위 사진:지난 7월 25일 서울 옥인동 보안수사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출처]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홈페이지(freedom.jinbo.net)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들이 확대될 것이라는 불길한 전망을 거둘 수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경찰 보안수사대는 한총련 배후조직사건을 지속적으로 수사하고 있고, 실제 지난 6월 한 달에만 한총련 수배자와 한총련 배후조직 혐의로 5명을 연행, 구속했다. 거기에 한청에 대한 내사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여중생까지 프락치로 동원하고 압수수색과정에서 무리수까지 둔 전교조 통일위원회 사건도 올해초 두 전교조 통일위원회 소속 교사들을 구속하더니 전북의 김형근 교사에 대한 압수수색과 불구속 수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고, 부산의 전교조 통일위원회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를 재개하고 있다. 인터넷 미르북 서점을 통해 ‘이적표현물’(북한 소설이나 원전만이 아니라 리영희 선생님의 거의 대부분의 책, 『자본론』과 같은 고전들, 『해방전후사의 인식』과 같은 스테디셀러들도 공식적으로 이적표현물이다)을 구입한 60명의 명단을 확보하고 이들에 대해서까지 수사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국가보안법 사건의 경우는 대체로 몇 가지 특징을 읽을 수 있다. 먼저 지적해야 할 점은 공안기관들의 국가보안법 탄압이 이른바 자주파(NL) 조직에 대한 탄압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총련도, 전교조도 그렇고, 이시우씨 사건도 그렇다. NL을 뺀 다른 정파에 대해서는 공안기관들이 손을 대지 않고 있다. 이는 지난해 이른바 ‘일심회’ 사건의 대응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다른 정파들이 보편적인 투쟁으로 인식하는 것을 차단하면서 차별적인 대응을 하도록 한다. 그러므로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이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도 보고 있다.

권력재편기에 대응하는 공안기관의 기획

두 번째로는 국가기밀조항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일심회’ 사건이나 강순정 선생 사건, 이시우 작가의 사건 등에 국가기밀 누설조항이 적용되었다. 단지 7조와 회합통신 정도가 아니라 국가기밀 조항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점은 우리 사회 표현의 자유를 국가기밀이라는 이름으로 위축시킬 공산이 매우 크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이른바 ‘일심회’ 사건에 대한 1심 재판부의 판결, 80 가까운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구속·수감되어 있는 강순정 씨 사건 1심판결이나 ‘화교간첩사건’으로 알려진 정수평 씨 2심 재판부의 판결에서 국가기밀 혐의 부분에 대해서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수집할 수 있는 공지의 사실이나 서점 등에서 구입할 수 있는 책자들에 대해서는 국가기밀에서 제외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 5월 31일 열렸던 정수평 씨의 2심 선고에서는 그간 해외동포 간첩사건에서 도깨비방망이와 같은 권능을 인정받아온 영사증명서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판결을 내렸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국정원 해외 공관 근무자가 작성하는 것으로 알려진 영사증명서는 해외동포가 북한의 지령을 받았다고 확인해주는 것으로 어떠한 근거도 없이 작성되었다. 이를 악용해 공안기관들은 수없이 많은 해외동포 간첩사건을 만들었고 법원은 별다른 검증없이 이를 채택하기 일쑤였다. 아직 대법원의 판결이 남아 있지만, 일단 법원의 이런 태도는 긍정적이다. 그렇지만 법원의 이와 같은 태도가 유지될 것인가는 이시우 재판과정을 지켜보아야 한다. 이 씨의 사진작업의 상당수는 비무장지대나 미군기지, 군사시설들을 사진으로 담는 것이었다. 그의 사진은 아마추어의 폭로사진 차원을 넘는 예술작업의 일환이었지만 공안당국의 기준으로 보면 그것은 예술이 아니라 국가기밀, 군사기밀을 폭로하는 이적행위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 재판의 결과에 따라 국가기밀에 의하여 표현의 자유가 대폭 위축될 수도 있고, 확대될 수도 있다.

위 사진:지뢰는 분단을 먹고 자란다. 끝나지 않은 전쟁을 먹고 자란다. [출처] 이시우 홈페이지(www.siwoo.pe.kr)


세 번째는 공안기관들의 탄압이 권력재편기에 대한 나름의 대응이라는 점이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보안수사대를 중심으로 한 탄압에 대해서 일면적으로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일종의 ‘밥그릇 지키기 식’ 고용안정 투쟁의 측면이 있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전국에 35개나 되는 보안수사대, 그리고 그중에서 25개는 밀실안가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보안수사대의 존재는 매년 정기국회 때에 집중적인 공격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인원이 감축되고 있다고는 하나 2천2백 명이 넘는 수사인원과 270억 원을 초과하는 운영비는 그들이 내놓는 수사실적에 비해서 터무니없이 높다는 지적이 계속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최근의 국가보안법에 의한 탄압사건은 대선과 총선을 앞둔 공안세력, 냉전보수세력의 공세의 일면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성이 있다. 잃어버린 10년을 한탄해온 냉전보수세력은 이번 대선이 자신들의 초라한 상황을 되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따라서 이번 대선과 총선이라는 권력재편기를 통해서 자신들의 입지 강화를 위한 나름의 기여를 하는 방향에서 수사기획이 짜이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국가보안법 사건이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지는 못한다고는 해도 보수세력의 결집에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네 번째로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점은 국가보안법에 의한 지금의 탄압 양상이 고도의 전자감시시스템 구축과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즉 7월 27일부터 발효된 개정 정보통신망법이나 지난 임시국회에서 본회의까지 상정되었다가 통과가 유보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유심히 보아야 한다. 정보통신망법에 의해서 북한 관련 게시물을 올린 단체들에 정보통신부가 이의 삭제를 요청하고 나왔다. 이제는 이에 대한 법적인 제재가 가능해진다. 나아가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에 따르면, 핸드폰에 대한 합법적인 감청이 가능하고, 인터넷에 대한 합법적인 실시간 감청이 가능해진다. 핸드폰이나 인터넷을 통한 감시가 촘촘하게 짜인다는 것이다. 이들 법에는 국가보안법 위반 관련 사건에 대해서는 특히 형벌까지 가하는 제재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거기에 나아가서 미국 입국 시 비자 면제를 전제로 추진되는 전자여권의 경우는 생체정보까지 수록하도록 하고 있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형사사건통합정보관리까지 가능한 법이 추진되고 있다. 이런 전자적인 감시 시스템 뒤에는 미국 정보기관의 요구가 반영되어 있다. 우리 국민에 대한 일상적인 감시, 미국의 요구에 의한 상시적인 수사협조 차원의 정보제공이 일어날 수 있다(아니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이런 전자감시체계가 구축되는 과정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사항은 필수적인 감시사항이어서 이제는 핸드폰이나 인터넷 상에서 비밀은 존재할 수 없게 된다.

보안수사대 해체 투쟁이 갖는 의미

하지만 이와 같이 우리에게 불리한 상황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모두 알다시피 6.15 이후 국가보안법의 존립 근거는 점점 더 약화되고 있다. 그리고 2.13 합의 이후 한반도에는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다. 북한을 적대시하는 국가보안법을 그대로 둔 채로 평화를 논할 수는 없다. 냉전적인 이런 법률들을 개폐하고, 냉전적인 시스템을 해체해가면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은 거의 상식에 속하는 일이 아닐까.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는 지난 7월 25일부터 전국 35개 보안수사대 앞에서 보안수사대 해체 투쟁을 선포했다. 매주 이어질 이 투쟁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보안수사대의 존재를 알려내고, 혐오시설인 보안수사대 추방 투쟁을 지역주민들과 함께 전개하자고 호소하게 된다. 보안수사대라는 반인권적인 공안기관을 해체하고, 어린이 도서관으로 만들자는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이다. 아울러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와 과거청산운동을 하는 단위들이 함께 공안기관들의 과거 국가범죄에 대한 백서를 작성하고 있다. 진실화해위원회 등의 국가기관에 의해 진실 규명된 사건들, 법원의 판결로 과거 국가범죄가 드러난 사건들을 종합하여 백서를 만들고, 이를 통해 공안기관들의 해체를 주장하는 근거로 삼겠다는 계획이며, 정기국회에서 집중적으로 보안수사대를 비롯한 공안기관의 문제를 부각시키려 하고 있다.

이번 투쟁이 목표하는 것은 단지 보안수사대만이 아니지만, 여기로부터 다시 공안기관의 해체투쟁을 시작하는 것이고, 여기로부터 국가보안법 폐지투쟁을 시작한다는 의미가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투쟁의 유리한 국면을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지금도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국가보안법 개폐법률안들에 대한 논의를 재개하고, 그리하여 대선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주장이 진보운동 진영의 과제로 제출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예고된 탄압에 대해서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대응인 보안수사대 해체투쟁으로부터 국가보안법 폐지투쟁의 서막은 오르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민주노동당 기관지 『이론과 실천』 8월호에도 실립니다.
인권오름 제 65 호 [기사입력] 2007년 08월 01일 20:3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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